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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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에는 다수의 기업용 소프트웨어에 생성 AI(Generative AI) 기능이 탑재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가격이다. 정보통신(IT) 벤더사들은 생성 AI를 기존 소프트웨어에 통합할 때 월 30달러 정도의 추가 사용료 수익을 기대하고 있지만, 대다수의 기업 IT 부서들은 무료 사용을 기대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딜로이트는 2024년 대다수 소프트웨어 업체가 적어도 일부 제품에는 생성 AI 기능을 추가하면서, 단기적으로 월정액제, 종량제, 하이브리드 요금제 또는 암묵적 과금이나 무료 등 생성 AI 기능에 대한 과금 정책이 혼재 양상을 보일 것으로 전망한다. 이 가운데 생성 AI 탑재로 2024년 기업용 소프트웨어 시장은 약 100억달러(약 13조원)의 추가 매출이 창출될 것으로 예측된다. 

이 수치는 2030년 생성 AI 소프트웨어 시장을 무려 14조달러(약 1경8700조원)로 제시한 캐시 우드 아크 인베스트먼트 창립자의 전망이나 2024년 글로벌 기업의 IT 투자액 전망치(약 1조6000억달러)와 생성 AI 운영에 필요한 하드웨어 반도체 칩 및 서버 시장 규모 전망치(약 500억달러)보다 훨씬 낮은 것이다. 

생성 AI 기능이 추가된 기업용 소프트웨어의 발전 양상과 업계의 기대감을 고려할 때, 딜로이트의 전망은 매우 보수적이라 할 수 있다. 그 이유는 2024년 한 해 기업용 생성 AI 소프트웨어 시장이 과도기를 거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2025년부터는 생성 AI 소프트웨어 시장의 성장 속도가 가팔라져, 업계의 관련 매출이 수백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 하지만 기업용 생성 AI 소프트웨어 툴은 2023년 말~2024년 초에서야 본격 출시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이에 따른 매출 효과가 2024년 하반기에나 가시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기업용 소프트웨어 기업들의 실적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일부 기업은 생성 AI 도입에 따른 매출이 2024년 상반기에는 저조하다가 하반기에 빠르게 반등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주요 일반 기업들에 대한 벤처비트의 조사 결과, 시험 삼아 생성 AI를 사용하고 있다는 응답은 70%를 넘었으나 적극적으로 투자하겠다는 응답은 20%도 채 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딜로이트는 2024년 한 해가 과도기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던컨 스튜어트 
딜로이트 캐나다 
첨단기술·미디어·통신 부문 리서치 디렉터 
미국 CFA Instititue 
국제재무분석사
던컨 스튜어트 딜로이트 캐나다 첨단기술·미디어·통신 부문 리서치 디렉터
미국 CFA Instititue 국제재무분석사

생성 AI 운용 시 비용은 느는데 고객 가치는 불확실

소프트웨어 회사들이 생성 AI 기능을 유료화하려는 데는 합당한 이유가 있다. 생성 AI 기능 제공으로 매출을 일으키기 위해서는 상당한 운영 비용을 부담해야 하고, AI 학습에 필요한 칩과 클라우드 인스턴스(타사 클라우드 서비스에서 제공하는 서버 리소스) 구매에 수십억달러를 지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일부 대형 클라우드 업체들은 자본 지출 중 3~13%를 생성 AI 서비스 구축에 투자했다. 운영 비용 또한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각 생성 AI 쿼리 1개 처리 시 0.01~0.36달러의 운영 비용이 소요되는데, 사용료가 매월 10달러인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사용자에 따라 매월 80달러 이상의 손실이 발생하는 경우도 많다. 물론 생성 AI 칩 가격과 운영 비용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현재의 AI 칩 부족 현상이 2024년 상반기까지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당분간 칩 가격과 운영 비용이 내려갈 것이라 기대하기 어렵다.

반면 기업용 소프트웨어를 구매할 일반 기업들은 생성 AI 업체들의 손실과 사용료 과금 필요성에 동의하지 않는다. 지난해 6월 소프트웨어 구매자 대상 설문 조사에서 응답자들은 생성 AI 기능과 장기적인 효용성을 높게 평가하면서도 이는 무료 기본 사양으로 제공돼야 한다고 인식했다. 구매자들이 무료 평가판을 사용하다가 유료 서비스로 전환할지 모르지만, 아직 그들은 업무상에서 생성 AI의 가치를 크게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생성 AI 기능의 고객 가치 제고 필요

일반 기업들은 투자수익(ROI)이 창출되지 않으면 생성 AI 소프트웨어를 구매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최근 연구에 따르면, 생성 AI 서비스를 사용하는 지식노동자들이 그렇지 않은 노동자들보다 높은 품질과 생산성으로 ROI를 실현할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들이 산업 전반에 걸쳐 나타난다면, 생성 AI 소프트웨어 시장 규모는 장기적으로 급격히 성장할 수 있다.

반대로 생성 AI의 가치와 ROI가 더디게 가시화된다면, 기업들은 생성 AI를 적극적으로 도입하지도 않고, 도입한다고 하더라도 유료화에 심한 반발을 보일 것이다. 이에 소프트웨어 업체들은 과금을 통해 운영 비용을 충당하면서도 생성 AI를 기본 사양으로 여기는 일반 기업들의 유료화에 대한 반발도 잠재우기 위해 하이브리드 과금 모델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개인 정보 보호, IP(지식재산권) 소유권, 정확성·허구 이슈 등에 대한 규제와 우려도 생성 AI 서비스 확산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특히 유럽연합(EU)에서 권고하고 있는 일부 규정은 매우 엄격해 지금 세대의 AI 소프트웨어 툴 상당수는 EU 시장에서 출시할 수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소프트웨어 업체들은 이러한 규제 장벽을 넘어서기 위한 대안으로 자체 생성 AI 모델을 구축하고, 클라우드상에서 AI 모델의 학습과 서비스 제공을 고려하고 있다. 결국 이는 수십억달러 규모 이상의 데이터 분석 및 처리 소프트웨어, 그리고 클라우드 서비스 시장의 확장을 촉진하는 요인이 될 것이다. 

생성 AI 서비스로 창출되는 100억달러의 추가 매출은 아무리 보수적 전망이라 해도 결코 적지 않다. 그러나 서비스 제공 환경을 고려해야 한다. 클라우드 빅테크들이 이미 출시한 생성 AI 서비스로 지난해 얼마나 많은 수익을 올렸는가. 또 2024년에 얼마나 많은 수익을 올릴 것인가. 기업용 소프트웨어 사용자들이 과연 1개 이상의 생성 AI 서비스를 사용하고, 비용을 지불할 것인가. 더 나아가 범용 ‘코파일럿’ 같은 새로운 생성 AI 소프트웨어가 등장할 것인가. 이 모든 질문에 대한 답이 아직 불확실하다. 

궁극적으로 생성 AI를 도입하면 업무 생산성이 향상되고, ROI가 창출된다는 것을 입증할 필요가 있다. 여러 업무에서 효용성이 증명돼 이를 사용하는 기업들의 대규모 지출과 전략적 도입 계획을 이끌어낼 필요가 있다.

한편 생성 AI 서비스 제공자들은 고객들이 클라우드에서 구현되는 생성 AI 서비스를 사용하는 경우와 생성 AI 활용으로 소프트웨어 기능과 서비스를 사용하는 경우를 고려해, 운영 비용을 산정하고 소프트웨어 과금 정책을 결정해야 할 것이다. 최종 사용자들이 생성 AI의 실질적 가치와 효용성을 제대로 판단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곧 지불 의도와 지불 가능 금액에 대한 명확한 판단을 내리게 될 것이고, 효용성을 체감하면 생성 AI 사용료는 전반적으로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

Plus Point

EU가 주도하는 생성 AI 규제
혁신 돕는 실용적 투자 환경 마련

새로운 시장이 등장할 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혁신을 가로막지 않으면서도 제대로 된 방향을 설정해 줄 규제다. 명확한 규제가 수립되면 불확실성이 제거돼 혁신이 오히려 가속화되고 시장 잠재력이 빠르게 구현될 수 있다. 2024년은 생성 AI 관련 규제와 혁신 간 균형 찾기에 중요한 한 해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생성 AI 규제는 EU가 선도하고 있으며, 2024년 ‘일반 데이터 보호 규정(GDPR)’과 ‘AI법’ 등 두 가지 규제가 마련돼, 전 세계에 다시 한번 ‘브뤼셀 효과’가 확산할 것으로 기대된다.

우선 GDPR은 개인 정보 보호에 초점을 맞추는데, 이는 방대한 미가공 데이터로 훈련한 생성 AI의 파운데이션 모델(FM) 구축 방식과 정면으로 충돌하는 규제가 될 수 있다. EU는 이를 고려해 ‘적법한 이익’과 ‘합법적 근거’의 개념을 제시해 FM 구축 관련 규제를 마련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4년 초 유럽의회 최종 통과 절차를 남겨둔 AI법은 AI 시스템의 편견, 지식재산권 침해, 애플리케이션 유형에 따른 리스크 등 문제를 다루는데, 이는 생성 AI FM의 범용성을 위축시킬 수 있다. 이를 위해 EU는 시스템적 FM(SFM)의 개념을 도입해 시스템상 리스크가 있는 FM과 그렇지 않은 FM을 구분해 차등 규제를 적용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