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날 ‘저출생 공약’ 대결 나선 양당 수장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1월 18일 저출생 문제 해결을 위한 공약을 내놨다. 양당의 수장이 같은 날, 같은 주제로 공약을 내놓은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여야는 우선 공통적으로 저출생 문제 대응에만 전념하는 인구 관련 부처 신설을 공약했다. 국민의힘은 여성가족부 업무를 흡수하고 여러 부처에 흩어진 저출생 정책을 총괄할 부총리급 ‘인구부’를 신설하겠다고 했다. 민주당은 저출생 관련 정책 수립·집행을 위한 ‘인구위기대응부(가칭)’ 신설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이날 총선 1호 공약으로 일과 가족이 양립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을 통한 저출생 대책 공약을 발표했다. 맞벌이 부부의 일·가정 양립 문제에 초점을 맞춘 게 특징이다. 이름도 ‘일·가족 모두 행복’으로 내걸었다. 국민의힘은 주요 공약으로 △부총리급 인구부 신설 △유급 배우자 출산휴가(아빠휴가) 1개월 의무화 △육아휴직 급여 상한을 현행 150만원에서 210만원으로 인상 △초등학교 3학년까지 유급 자녀돌봄휴가(연간 5일) 신설 등을 공약했다.
또 중소기업을 대상으로도 대체 인력 확보를 지원하기 위해 대체 인력으로 채용된 근로자에게 ‘채움인재’ 인센티브를 지급하고, 육아휴직을 쓴 근로자의 업무를 같은 직장 동료가 대신할 경우 ‘업무 대행 수당’을 신설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외국인 인력을 대체 인력으로 활용할 경우 외국인 근로자 고용 허가 한도를 상향하고 현행 육아휴직 대체 인력 지원금 80만원을 두 배인 160만원까지 인상하겠다고도 했다.
민주당의 정책은 현금성 지원에 집중한 게 특징이다. 같은 날 민주당은 결혼·출산·양육 전반을 아우르는 ‘대한민국 생존을 위한 저출생종합대책’을 공개했다. 이 공약에서 △자산 대책으로 ‘결혼-출산 지원금’ △주거 대책인 ‘우리아이 보듬주택’ △양육 지원금인 ‘우리아이키움카드’ ‘우리아이자립펀드’ 등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결혼-출산 지원금은 소득·자산과 무관하게 모든 신혼부부에게 10년 만기로 1억원을 대출해 주고 자녀 수에 따라 원리금을 감면한다는 게 핵심 내용이다. 첫 자녀를 낳으면 대출을 전액 무이자로 전환해주고, 둘째를 낳으면 원금 50% 감면, 셋째를 낳으면 원금 전액 감면을 해준다.
주거 대책인 우리아이 보듬주택은 두 자녀 출산 가구에는 80㎡(24평) 주택, 세 자녀 출산 때는 110㎡(33평) 주택을 공공분양 및 공공임대 방식으로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신혼부부 주거 지원 대상은 현행 7년에서 10년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우리아이키움카드’는 8세부터 17세까지 자녀 1인당 월 20만원씩의 아동 수당 카드를 지급하는 게 골자다. ‘우리아이자립펀드’는 정부가 출생부터 고교 졸업(만 18세)까지 매월 10만원을 펀드 계좌에 입금해 지원하는 내용이다.
‘아이돌봄서비스’와 ‘늘봄학교’ 확대 집중
여야는 ‘돌봄’ 정책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돌봄 정책 분야에서는 여야 모두 아이돌봄서비스와 현재 교육부가 추진 중인 늘봄학교(전국 모든 초등학교가 아침 7시부터 저녁 8시까지 아이들을 돌봐주는 것)의 확대를 내걸었다. 국민의힘은 1월 25일 총선 2호 공약으로 ‘일·가족 모두 행복 2탄’을 소개했다. 이 공약은 △아이돌봄서비스 정부 지원을 가족·민간 돌봄으로 전면 확대 △늘봄학교 전면 확대 및 단계적 전면 무상 시행 △연 100만원의 ‘새 학기 도약 바우처’ 지급 △산업단지 등 지역에 공공형 교육·돌봄 통합 시설 설치 의무화 등을 골자로 했다.
아이돌봄서비스는 맞벌이 부모 등이 자리를 비우면 ‘아이돌보미’가 직접 방문해 아이를 보살피는 사업이다. 지금까지는 정부와 지자체가 전담해 왔는데 이를 민간 돌봄 서비스, 학부모, 조부모 등으로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또 늘봄학교를 전면 확대하며 방학 중 늘봄학교도 확대하겠다고도 했다. 국민의힘은 2025년부터 2027년까지 단계적으로 늘봄학교를 무료화할 방침이다. 이외에도 초등학교 1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자녀를 둔 학부모에게 매년 3월과 9월 총 100만원 지급하는 ‘새 학기 도약 바우처’를 지원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민주당은 2024년 1월 18일 발표한 저출생종합대책에서 현행 중위소득 150% 이하만 신청할 수 있었던 ‘아이돌봄서비스’를 모든 가정 제공으로 대폭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본인 부담금도 현행 최대 85%에서 20%까지 낮추기로 했다. 돌봄 정책으로는 2023년 2호 총선 공약으로 국민의힘보다 먼저 ‘온 동네 초등돌봄’을 발표한 바 있다. 민주당이 내건 온 동네 초등돌봄은 국가·지자체·교육청이 결합해 초등돌봄을 지원하는 것이 골자로, 국가가 책임지고 지자체가 직접 운영한다는 설명이다. △학교와 지자체의 유휴 공간을 돌봄교실로 활용 △국가·지자체가 돌봄교사 확충 △교육청이 기존 돌봄교사에 대한 인건비 지원과 관리 담당 △돌봄 전담사를 교실당 두 명 배치, 돌봄보안관 상주 등의 내용이 담겼다.
한편 저출생 대책을 위한 재원 마련에서는 여야가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우선 국민의힘에서는 3조원 정도 들 것으로 추산한 반면, 민주당에서는 연간 28조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했다. 국민의힘은 고용보험기금 일부와 기존 조세 수입 등을 투입해 ‘저출생대응특별회계’를 신설하겠다는 계획이다. 민주당은 대부분 정부 부담으로 재원을 마련하되, 일부 융자금이나 기금 지원으로 충당하겠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