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권 라이프자산운용 대표
서울대 경제학, 
전 한국투자밸류 자산운용 펀드매니저, 
전 유경PSG자산운용 CIO(최고투자책임자) 사진 강대권
강대권 라이프자산운용 대표
서울대 경제학, 전 한국투자밸류 자산운용 펀드매니저, 전 유경PSG자산운용 CIO(최고투자책임자) 사진 강대권

수조원대 환매 중단 사태를 일으킨 라임·옵티머스 사태로 은행·증권사 등 판매사는 사모펀드 팔기를 꺼리고, 투자자 역시 투자를 주저하고 있다. 사모펀드를 만드는 자산운용사들이 직격탄을 맞았으나 운용 실력을 바탕으로 이 추운 기간에도 덩치를 키운 회사가 있다. 바로 라이프자산운용이다.

라이프자산운용의 운용 자산(AUM)은 2022년 말 3117억원이었는데, 2023년 말엔 9014억원으로 늘어났다. AUM 증가율로 따지면 업계 최고 수준이다. 라이프자산운용은 ‘주주 협력주의’를 투자 전략으로 취하는 대표적인 하우스다. 주주 협력주의란 대주주와 일반 주주의 이익을 일치시키는 것을 뜻한다.

라이프자산운용은 대주주가 일반 주주와 함께 주가 상승을 반기는 기업에만 투자한다. 이 같은 전략으로 2023년 시장 평균보다 10%포인트 이상 높은 수익률을 냈다. 다음은 일문일답.

라이프자산운용의 주요 사모펀드는 무엇인가.
“메인 상품은 우호적 행동주의를 콘셉트로 하는 ‘라이프 한국기업ESG향상’ ‘라이프 Engagement’다. 이게 약 2000억원 규모다. 우호적 행동주의란 주주행동주의를 하는 운용사와는 다르다. 회사의 경영진을 만나 기업 가치를 올릴 수 있는 방법을 설명하고, 함께하자고 제안하는 방식이다. (함께하겠다고 한 기업들에 투자하는) 라이프 한국기업ESG향상1호는 2021년 7월에 설정됐는데, 설정 이후 수익률은 1월 3일 기준 40.2%다. 지난해 수익률은 34.08%였다.

우호적 행동주의에 코스피를 섞은 기관 액티브도 있다. 이 자금이 2400억원 정도 된다. 우리의 핵심 전략을 비상장 주식에 적용한 건 코스닥벤처펀드다. 주식과 비상장으로 양대 사업부를 동시에 성장시키고 있다.”

라인업이 다양하다.
“투자자의 요구에 따라서 라인업을 갖추게 됐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가치주와 성장주에 모두 투자하는 것은 아니다. 기본적으로 가치 투자를 원칙으로 한다. 기업의 수치를 기반으로 투자자들의 요구에 따라 여러 가지 유형의 상품을 제공하다 보니 다양한 투자자층으로부터 신뢰를 얻었다. 이것이 우리의 AUM 증가에 가장 큰 원인이 아니었나 싶다. 우리는 2021년부터 주식 펀드를 내놓은 신생 회사로 2021년, 2022년 하락장에서 수익률이 잘 나왔고, 상승장도 잘 따라갔다. 어느 정도 신뢰성이 갖춰지다 보니 지난해 여름부터는 기관 자금이 많이 들어왔다.”

일부 하우스에서는 주주 행동주의 콘셉트로 상장사에 배당 확대나 자사주 매입을 요구한다.
“우리 ‘우호적 행동주의’는 (상장사에) 배당과 자사주를 언급하지 않는다. 이는 기업 가치와 무관하다고 생각한다. (이런 요구는) 기업 가치는 그대로인데 기업이 가진 걸 투자자에게 나눠달라는 거다. 일회성 이벤트이거나 단기적인 주가 상승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라이프자산운용이 추구하는 바는.
“우리는 장기적으로 기업 가치가 향상돼 주가가 따라 올라가면서 수익을 내는 걸 원한다. 우리나라 기업의 가장 큰 저평가 요인은 복합 기업이라는 점이다. 역사가 오래된 상장 기업일수록 하는 비즈니스가 매우 많다. 모 회사가 반도체와 화학, 골프장을 동시에 하는 식이다. 우리가 첫 번째로 주목하는 건 이런 복합적 사업 구조의 저평가 요인을 해결하기 위해 전체적인 계열사와 자회사에 대한 지배구조를 정리하는 것이다. (상장사에) 선택과 집중에 대해 조언하는 것이다.

두 번째로는 자원 배분의 효율성 측면에서 상장사에 조언한다. 우리나라 기업이 가족 경영 체제이다 보니 전문 경영 체제에서 유지되지 않았을 사업부가 있기도 하다.”

구체적인 기업 가치 상승 사례가 있나.
“복잡한 지배구조하에 여러 자회사로 사업이 분산돼 있는 상장사가 있었다. 회사에 지주사 형태로 개편하고 모회사 주주의 주식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제안을 했다. 이후 회사의 변화가 가시화됐고, 지난 2년간 주가가 두 배 가까이 상승했다.”

2023년은 이차전지 등 성장주가 대세였다. 이 때문에 가치 투자가 앞으로도 좋은 투자 전략일지 의문시하는 시각이 있다.
“가치 투자는 2014년부터 안 좋았다. 전 세계적으로 가치 투자가 시장 수익률을 밑돌았다. 지난 10년 동안 성장주 중심의 성장이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작년은 개인 투자자 등이 유튜버와 핀플루언서(소셜미디어에서 금융 정보를 제공하는 사람)의 영향을 받으면서 배터리 기업 주가가 몇 배씩 올랐다. 하지만 ‘세월이 수상해서 그렇지, 좋은 기업의 주식을 싸게 산다는 건 틀리지 않는다’는 게 우리의 생각이다.”

왜 우호적 행동주의를 하나.
“우리나라 기업 가치가 저렴한 이유는 지배구조에 문제가 있거나 대주주가 상속 등을 이유로 주가 상승을 원하지 않아서다. 한국적인 특수한 상황에 맞는 가치 투자를 해야 한다고 본다. 라이프자산운용을 창립하면서 ‘우호적 행동주의’ 콘셉트를 집어넣은 이유다. 하지만 우리의 제안을 받아주지 않으면 해당 상장사가 저렴한 건 맞고 좋은 기업일 수도 있긴 하지만 기업 지배구조 등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 이런 기업을 솎아내는 투자 전략을 이용해서 라이프자산운용 설립 이후 시장을 57% 웃도는 성과를 냈다.”

라이프자산운용이 생각하는 가치주는.
“기업 가치 대비 저평가된 주식이다. 배터리, 전기차, 반도체 등 인기 많은 종목에 대해 투자 비중을 많이 늘리지 않은 이유도 (기업의) 미래가 밝고 가치도 있지만 인기가 많아서 우리가 기대할 수 있는 주가 상승 폭이 작았기 때문이다. 한국의 낙후된 자원 배분 문제 등을 해결하지 않고는 싼 게 비지떡인 현상이 계속 발생한다. 이런 것에 대한 솔루션을 제공하는 게 우리 회사의 사명이라고 생각한다.”

성장주 장세가 계속될까.
“2023년 배터리, 전기차에 비해 가치주는 소외됐다. 작년엔 기업의 펀더멘털(재무 상태)이 주가에 영향을 미치지도 못했다. 정상적인 투자가 어려웠고 쏠림 현상이 심했던 시장이다. 올해는 가치 투자가 지난해보다 훨씬 더 좋은 환경이 될 것이다.”

그 이유가 뭔가.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는 (개인 투자자가 자금을) 물리적으로 더 쏟을 수 없다. 2023년 배터리 주식이 10배씩 올랐다. 개인 투자자들의 쏠림이 역사상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극심했다. 한국 개인 투자자들의 전기차 투자는 전 세계적으로 이슈였다. 해외 언론은 테슬라 주주 중 한국 개인 투자자를 따로 분류했다고 한다. 이젠 특정 섹터와 테마에 대한 열광적인 쏠림 현상이 더 심해질 거라고 보지 않는다. 둘째는 주당순이익(EPS) 성장률이다. 2023년 불경기여서 코스피 기업의 EPS가 30% 가까이 빠졌다. 주요 국가 중에 우리나라가 대만 다음으로 많이 빠졌다. 그렇다 보니 외국인이 들어오지 않았고 기관 투자자들도 약했다. 개인 위주의 시장이었던 것이다.

반면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전 세계 주요 국가 중에서 2023년에 비해 올해 EPS 성장률이 가장 클 것으로 전망되는 나라가 한국이다. 요새 뜨거운 일본과 인도보다 좋다. 기업 실적이 2023년 저점을 통과해 올해는 전체적으로 개선되는 구간에 있다고 본다. 작년에 가치주가 안 좋았던 이유도 실적이 안 좋아서다. 실적이 안 좋은데 가격이 저렴하다고 살 순 없다. 2023년은 그런 소외된 종목들의 실적이 개선되는 구간이었다. 이렇게 되면 외국인과 기관의 수급도 2023년 보다는 영향력이 있을 것이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