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익 삼성서울병원 혈관외과 교수
한양대 의대 석·박사, 
현 대한민국의학한림원 정회원, 
전 대한혈관외과학회장·한국줄기세포학회장·
대한정맥학회장·대한당뇨발학회장·
순환기의공학회 이사장 사진 삼성서울병원
김동익 삼성서울병원 혈관외과 교수
한양대 의대 석·박사, 현 대한민국의학한림원 정회원, 전 대한혈관외과학회장·한국줄기세포학회장· 대한정맥학회장·대한당뇨발학회장· 순환기의공학회 이사장 사진 삼성서울병원

세계보건기구(WHO)가 2018년 노화에 질병 코드를 부여하자 각국 의료계는 술렁였다. 시간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인식되던 노화를 이제는 의학적으로 치료할 질병으로 간주하게 됐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의학 기술이 더 발전하면 회춘(回春)이 가능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노화에 대한 의료적 접근 방식도 노화를 늦추는 항(抗)노화에서 노화를 뒤집는 노화 역전(逆轉)까지로 확장됐다. 김동익 삼성서울병원 혈관외과 교수는 적혈구를 활용하면 ‘노화’를 조절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혈액 세포의 40~45%를 차지하는 적혈구는 헤모글로빈을 통해 몸 구석구석으로 산소를 옮긴다. 김 교수는 산업통상자원부가 공고한 ‘알키미스트 프로젝트’ ‘노화 역전’ 연구 사업에 지원해 최종 선정됐다. 알키미스트 프로젝트는 한국이 10대 게임 체인저 기술을 확보해 산업 난제를 해결하자는 정부 연구개발(R&D) 사업으로 노화 연구에는 향후 5년간 200억원을 지원한다.

김 교수는 한양대 의대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에서 석·박사를 마친 후 1994년부터 삼성서울병원 혈관외과 교수로 일하고 있다. 의학 분야 석학 모임인 대한민국의학한림원 정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대한혈관외과학회장, 한국줄기세포학회장, 대한정맥학회장, 대한당뇨발학회장, 순환기의공학회 이사장을 지냈다. 다음은 일문일답.

노화를 막는 항노화와 노화를 거스르는 역노화는 어떤 차이가 있나.
“노화 역전은 항노화와 역노화를 아우르는 표현이다. 활성산소를 억제하는 비타민C를 예로 들어보자. 젊은 사람이 먹으면 노화가 늦춰지고, 나이 든 사람이 먹으면 좀 더 건강해지면서 어찌 보면 젊은 상태로 돌아간다. 이처럼 같은 물질도 작용하는 연령대에 따라 항노화와 역노화로 달리 나타날 수 있다. 회춘에 대해 대중, 심지어 일부 연구자마저 지나친 환상을 품고 있다. 죽지 않는 세포란 없다. 노화에 대한 개념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 노화 역전이라고 해서 실제로 젊어지거나 불사(不死)의 몸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인간은 그럼 회춘할 수 없는 건가.
“우리가 연구하는 노화 역전은 요즘 피부 회복이나 치매 정복같이 개별 부위나 질환에 작용하는 것이 아니다. 몸의 모든 부분을 죽는 날까지 건강하고 활기차게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예컨대 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처럼 나이를 거꾸로 먹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활동할 수 있는 ‘건강하고 균형 잡힌 노화’가 목표다. 치매에 걸린 사람이 다리만 건강하다면 본인과 주변인 모두가 불행해진다.”

그렇다면 어떤 방식으로 ‘균형 잡힌 노화’를 달성하려고 하나.
“사람이 살기 위해서는 산소와 물, 영양소가 필요하다. 모두 다 중요하지만, 그중에서도 산소는 전신의 모든 조직에 잠시도 없어서는 안 되는 문제다. 최근 5년간 신체 곳곳에 산소를 운반하는 적혈구가 특히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문제는 나이가 들수록 적혈구 양도 줄고 기능도 떨어진다는 것이다.

적혈구가 산소를 가지고 조직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모세혈관을 통과해야 하는데, 나이가 들면 적혈구가 모세혈관을 지나기 힘들어 말단 조직까지 산소 공급이 어려워진다. 노인에게 빈혈이 많이 나타나는 이유도 이와 관련이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런데 노화된 적혈구 자체는 개선할 수 없다. 그래서 본인 몸속에서 스스로 좋은 적혈구를 만들어내게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적혈구를 만들어내는 공장을 치료할 수는 있는데, 그 공장이 바로 조혈모줄기세포다. 조혈모줄기세포는 몸속에 수십만 개 정도 있는데, 지금의 기술력으로도 그 정도는 타기팅해서 치료할 만하다고 판단했다.”

적혈구가 노화 역전을 이루는 구체적인 원리가 궁금하다.
“인체를 구성하는 세포가 제 기능을 하고 항상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ATP(아데노신3인산)’라는 에너지가 필요하다. ATP는 당을 분해하는 해당 작용(glycolysis)과 세포 간에 신호를 전달하는 인산화 작용의 대사 과정에서 발생한다. 인산화 작용 시 산소가 없으면 포도당 한 분자가 두 개의 ATP를 만들어내지만, 산소가 있으면 33~36개의 ATP를 만들 수 있다. 해당 작용에는 산소가 필요없다는 게 밝혀졌지만, 인산화 작용에는 산소가 필요한 셈이다.”

적혈구가 노화 역전을 이루는 구체적인 원리가 궁금하다.
“노인에게는 인산화 작용이 잘 작동하지 않는데, 그동안은 이를 나이 든 세포에 산소 공급 기능이 떨어진다는 사실과 연결하지 못했다. 연구팀은 지금까지 노화된 세포로 인해 저산소 환경이 만들어지면 세포 분화 능력 등 대사 능력이 떨어지는데, 이들 세포에 산소를 공급하면 분화 능력과 조직 활성도 등을 향상할 수 있다는 점을 밝혀냈다. 노화되는 세포에 지속해서 산소를 공급하는 것은 공장에 기름을 계속 공급한다는 것과 같은 의미다. 산소와 적혈구가 노화 역전의 ‘황금 열쇠’인 이유다. 산소나 ATP의 중요성은 이미 모두 아는 사실인데, 둘 사이의 관계를 밝히려는 것은 우리 연구팀이 최초다. 백혈병 전문가들도 조혈모줄기세포에 해박하지만 이런 발상은 아직 하지 못했다. 연구가 성공적으로 진행된다면 ‘콜럼버스의 달걀’ 같은 의미를 가질 것이다.”

앞으로의 연구 목표는.
“현재로선 알키미스트 프로젝트 1·2단계를 거치면서 개념 연구를 진행해 가능성을 검증한 수준이다. 알키미스트 프로젝트 3단계에서는 선행 연구와 약제화에 나설 것이다. 올해는 개념 연구의 결과물이 현실화할 수 있는지 확인하고, 확신이 있다면 내년부터 본격적인 연구에 돌입하고자 한다. 구체적으로는 2028년 임상 1상에 나서는 것이 목표다. 그 과정에서 ‘생체 나이 계산 프로그램’을 만들 생각이다. 지금은 모공 크기나 주름으로 생체 나이를 추정하는 방법이 통용되고 있는데, 연구팀은 적혈구나 세포의 생·물리학적 특성을 통해 과학적으로 엄밀한 생물학적 나이를 측정하고자 한다. 일단은 생물학적노화계산프로그램(BACP)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것만으로도 어마어마한 부가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차세대 국가 산업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의미다. 

장기적으로는 노화 역전을 위한 약을 개발해 3세대까지 점차 개선하는 한편 노화 진행 진단, 혈구 노화 진단, 조혈모줄기세포 변형 진단 키트 3종을 출시하고자 한다. 약의 경우 조혈모줄기세포가 골수에서 작용하므로 경구 투여보다는 주사 방식이 우선 고려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