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셔터스톡
사진 셔터스톡
진료실에 들어오는 환자 중에는 머리가 희끗희끗한 중·장년층이 많다. 허리를 구부정하게 걷거나 반대로 뒤로 젖히면서 들어오는 걸음걸이만 봐도 의사의 숙련도에 따라 환자가 어떤 병을 앓는지 예측하기도 한다. 물론 MRI 검사 후 정확한 진단을 내리고 치료 계획을 결정할 수 있지만 그만큼 척추관협착증의 증상과 특징은 뚜렷하다. 세월의 병이라고 부르는 척추관협착증은 중·장년층의 허리를 숙이게 만드는 대표적인 퇴행성 척추 질환이다.
차경호 연세스타병원 
신경외과 원장
현 고려대 의과대 외래교수, 
현 대한 신경외과학회 정회원, 현 대한 스포츠의학회 정회원, 전 서울척병원 전임의, 
전 의정부 서울척병원 진료과장
차경호 연세스타병원 신경외과 원장
현 고려대 의과대 외래교수, 현 대한 신경외과학회 정회원, 현 대한 스포츠의학회 정회원, 전 서울척병원 전임의, 전 의정부 서울척병원 진료과장

척추관협착증은 척추관이 좁아지는 병이다. 척추관은 척추 중앙에 속이 빈 곳으로 뇌부터 팔다리까지 신경(척수)이 지나가는 통로다. 이곳이 협착, 즉 통로가 좁아져서 지나가는 신경을 압박하게 되면 허리 통증이나 다리에 여러 복합적인 신경 증세를 일으킨다.

척추관협착증은 멀쩡하던 척추관이 어느 날 갑자기 좁아져서 생기는 게 아니다. 나이 들면서 서서히 진행되는 퇴행성 변화이기 때문에 중·장년층 이후 대부분은 척추관이 좁아져 있다. 척추관이 좁아졌다고 누구나 통증이 생기지 않는다. 통증이 있다면 이미 좁아진 척추관에 어떠한 이유로 디스크가 손상되거나 과도한 허리 사용으로 증상이 악화했을 가능성이 크다.

척추의 모든 부분에서 협착이 발생할 수 있지만 대부분 허리에 많이 발생한다. 또한 환자들은 직접적인 허리 통증보다 엉덩이나 항문 쪽에 쥐어짜는 듯한 통증을 더 많이 호소한다.

보행 시 허벅지 뒤쪽과 종아리가 땅기고 저린 증상이 나타나거나, 심하면 감각장애나 보행장애가 생긴다. 주로 허리를 펴거나 걸을 때 증상이 심해지고 허리를 앞으로 굽히면 통증이 일시적으로 완화되는 특징이 있어서 진료 오는 환자들은 허리를 굽히고 걸어 들어오는 환자가 많다.

척추관협착증 증상 중에는 신경인성 파행을 빼놓을 수가 없다. 외출 시 오래 걷지 못하고 걷다가 쉬는 상황이 반복되는 것을 말한다. 협착의 정도가 심할수록 보행 거리가 짧아지면서 활동 제한으로 삶의 질이 떨어지고, 그로 인해 근력이 약해지면 증상이 더 악화할 수 있다.

그럴 땐 전문의를 찾아 적극적인 치료를 받아야 한다. 수술할 정도가 아니라면 대부분 주사 치료로 염증과 통증을 조절하는 것만으로도 일상이 조금 더 편해진다.

주사 치료나 비수술적 치료를 하면서 통증을 다스리다 보면 수술하지 않고도 좋아지기도 한다. 하지만 이미 증상이 악화해 보행장애가 심하거나 발바닥의 감각이 둔해지고 이상 감각이 느껴지는 등 신경 손상이 일어난 경우에는 수술이 필요하다. 신경 손상은 작은 뿌리부터 손상되기 시작하는데 치료가 늦어질수록 신경 회복이 힘들고 증상을 급속하게 악화시키기 때문이다.

수술은 좁아진 신경길을 넓혀주는 것으로 최소 침습 양방향 척추 내시경을 할 수 있다. 1㎝ 이하의 작은 두 개의 구멍을 통해 수술하기 때문에 주변 조직의 손상을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어 회복이 빠르다. 고령자와 입원 기간이 부담스러운 직장인에게도 부담을 덜어준다. 어르신들이 수술하기는 두렵고 몇 번의 주사 치료를 해도 그때뿐이라며 치료를 포기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허리를 구부리면 척추관협착증의 통증이 완화되기 때문에 자신도 모르게 허리를 굽히고 생활하는 시간이 늘어나면, 등이 구부정하게 굳어질 수 있다. 모든 질환의 치료에는 적절한 시기에 정확한 진단과 치료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