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빅테크 테슬라와 구글 로고. 사진 블룸버그
미국 빅테크 테슬라와 구글 로고. 사진 블룸버그
글로벌 주요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를 이끄는 리더 중 1970년대생이 적지 않다. 가장 대표적인 인물로는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인 일론 머스크가 꼽힌다. 1971년생인 머스크는 베르나르 아르노 LVMH 회장과 함께 세계 부호 순위 1~2위에 항상 오르내리는 인물이다. 머스크는 또 세계 최대 디지털 결제 플랫폼 업체 페이팔의 공동 창업자이기도 하다. 세계 1위 인터넷 검색 서비스 업체 ‘구글’을 공동 설립한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도 1973년생이다. 소셜미디어(SNS) 플랫폼 트위터 창업자인 잭 도시 역시 1976년생이다. 유튜브를 창업한 스티브 첸도 1978년생이다. 이름만 들어도 쟁쟁한 빅테크들을 이끄는 1970년대생 리더들이 갖는 세대적 특징은 무엇일까.

PC 보급과 웹1.0 세대

1970년대 중반부터 마이크로프로세서를 탑재한 초소형 퍼스널 컴퓨터(PC·personal computer)가 보급되기 시작했다. 사실 PC라는 용어는 1981년 IBM이 ‘IBM-PC’라는 제품을 출시하면서 널리 사용됐다. PC 보급으로 1970년대생들은 어린 시절부터 PC에 익숙한 세대로 자라게 된다. 이들이 대학에 진학한 1990년대부터 웹1.0 시대(인터넷 이용자들이 수동적인 정보 수용자였던 시대)가 도래했고, 1970년대생들은 웹1.0 시대를 보내며 웹2.0 시대(인터넷 이용자들이 적극적인 참여와 공유를 통해 새로운 문화를 창조하고 전파하는 시대)를 준비했다. 이들이 인터넷과 SNS에서 사업 기회를 찾고, 세계적인 빅테크로 키워낸 주역들이 될 수 있었던 배경이다.

닷컴버블 세대

1970년대생들은 닷컴버블 시대를 겪으며 기회와 위기를 동시에 경험했다는 특징이 있다. 닷컴버블 시기 회사 창업과 매각을 통해 자금을 확보한 것이 성공의 발판이 됐다. 대표적인 사례가 일론 머스크다. 1995년 지역 전화번호부와 지도를 결합한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집투(Zip2)라는 회사를 창업한 머스크는 창업 3년여 만에 회사를 매각해 2200만달러(약 294억3160만원)를 손에 쥔다. 닷컴버블 영향으로 인터넷 관련 서비스 기업이 고평가된 덕을 본 것이다. 이 돈을 자금 삼아 머스크는 2000년 엑스닷컴(페이팔의 전신)을 공동 창업했고, 닷컴버블 거품이 꺼져가던 2002년 이베이에 회사를 매각해 1억6500만달러(약 2207억3700만원)를 벌었다. 이렇게 벌어들인 돈으로 머스크는 2002년 스페이스X를 창업했고, 2004년 테슬라에 투자해 최대 주주가 됐다.

냉전과 탈냉전 경험

1970년대생 리더들은 1991년 소련 붕괴로 냉전이 종식되기 전까지 냉전체제를 경험해야만 했다. 이후 탈냉전 시대로 접어들면서 세계화 물결이 휘몰아쳤다. 1970년대생 리더들은 경제·산업 분야에서 국경의 의미가 사라진 세계화 시대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을 수 있었다. 구글이 전 세계 검색 시장에서 80%가 넘는 압도적인 시장 장악력을 가질 수 있었던 것도 냉전이 종식되고 세계화 물결이 지구를 휘감았기 때문이다. 김병규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는 “냉전 시대는 양 진영으로 나뉜 상태에서 누가 옳고 그른지를 따지는 시대였다면, 탈냉전 시대가 되면서 이익을 중시하는 기조로 사회 분위기가 전환됐다”며 “미국 빅테크들이 전 세계를 무대로 사업을 확장하고, 인터넷 관련 산업 주도권을 쥘 수 있었던 것은 탈냉전과 세계화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심민관 기자
이코노미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