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세라 예스24 대표
숙명여대 사학, 한양대 연극영화과 석사, 
전 예스24 도서사업본부 팀장·본부장·이사·상무 사진 예스24
최세라 예스24 대표
숙명여대 사학, 한양대 연극영화과 석사, 전 예스24 도서사업본부 팀장·본부장·이사·상무 사진 예스24

국내 1위 인터넷 서점 예스24에서 사원으로 입사해 대표까지 오른 사례는 지금까지 한 사람밖에 없다. 2023년 3월 선임된 최세라 예스24 대표다. 그런데 사실 그가 예스24에서 일하게 된 계기는 우연이었다. 예스24 홈페이지에서 읽을 책을 찾던 도중 채용 공고가 눈에 띄어 지원한 것이다. 

마침 그가 예스24에 입사했던 2003년은 온라인 유통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던 때였다. 1973년생으로서 정보화 시대와 벤처 붐을 겪었던 경험을 십분 발휘하기에 최적의 시기였다. 그렇게 그는 업계 최초의 당일 도서 배송 서비스 ‘총알 배송’부터 모바일 전환, 예스24 중고 서점 오픈 등 굵직굵직한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며 대표 자리까지 오르게 됐다.

비결이라도 있는 걸까. 최 대표는 조심스럽게 1970년대생의 사회·경제·문화적 배경을 꼽았다. “1970년대생은 디지털화와 정보화 초기 단계를 경험하며 자랐기 때문에 2010년 이후 PC에서 모바일 환경으로의 전환을 기술 혁신의 자연스러운 진화로 받아들일 수 있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예스24는 올해 인공지능(AI) 기반 서비스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모바일 전환을 넘어 이제는 AI 전환이라는 흐름을 확인하고 뛰어든 것이다. 최 대표는 “항상 트렌드를 예측하고 더 먼저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노력이 예스24가 1위를 유지하는 원동력”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사진 스노우폭스북스
사진 스노우폭스북스

2003년 예스24에 사원으로 입사한 뒤 20년 넘게 한 회사에 다녔다. 반면 요즘 젊은 세대는 이직과 퇴직이 잦은데, 장기근속의 비결이 궁금하다.
“예스24에 처음 입사했던 2003년은 인터넷 사용이 막 확산하던 시기였다. 전자상거래 시장도 급성장하면서 온라인 유통시장이 크게 확장했다. 당시 온라인 서점의 선두 주자였던 예스24도 지속적으로 성장했고, 이런 배경 덕분에 장기근속이 가능했다고 본다. 성장하는 회사에서 일하면 필연적으로 다양한 업무를 맡아 진행할 기회가 많을 수밖에 없다. 일례로 2016년 강남에 첫 오프라인 매장을 오픈하는 프로젝트를 맡았던 적이 있다. 이직과 다름없다고 느낄 정도로 아예 새로운 업무였다. 회사 내부에서도 오프라인에 대해 잘 아는 실무자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 일을 해내기 위해 함께 고생한 직원들이 참 많았다. 그간 모니터 너머로만 상상했던 고객들을 직접 만나는 것에 느꼈던 두려움과 설렘이 지금도 기억난다.”

결국 지난해 대표 자리까지 올랐다. 예스24 최초의 사원 출신 대표인데, 1970년대생만의 강점이 있는 건가.
“대한민국 1970년대생은 1980년대와 1990년대의 경제 발전기를 경험하며 교육과 기술 발전의 혜택을 받았다. 이 시기는 정보화 시대 초기라 특히 디지털 기술을 빠르게 배울 수 있었다. 또 1970년대생이 본격적으로 일하기 시작한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는 이른바 ‘닷컴 열풍’과 ‘벤처 붐’이 일었던 시기였다. 이때 설립된 많은 벤처 기업에서 새로운 기업 문화와 혁신적인 사업 모델이 등장했다. 이것이 1970년대생에게 새로운 기회와 도전을 제공했다고 생각한다. 이들이 디지털화와 정보화 초기 단계를 경험하며 자랐기 때문에 2010년 이후 PC에서 모바일 환경으로의 전환을 기술 혁신의 자연스러운 진화로 받아들였을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모바일 기술의 부상은 1970년대생에게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와 커뮤니케이션 방식이 됐을 거다. 나 역시 이런 시장의 흐름을 빠르게 캐치하고 적응하고자 했다.”

예스24의 무엇이 출판 유통 업계에서 두각을 드러내게 했나.
“지금은 잠들기 전 주문한 책을 다음 날 아침 받아볼 수 있는 세상이라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다. 하지만 예스24가 사업을 시작한 1998년만 해도 온라인으로 주문한 책을 택배로 가져다주는 것이 사업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고객도, 출판사도 완전히 믿기 어려웠다. 그래서 당시 예스24 직원들 모두가 출판사를 하나하나 찾아가 설득했다. 어렵게 계약을 성사시키면서 구성원들과 함께 시장이 커 나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렇게 시장을 초기에 선점했던 것이 예스24가 1위를 유지하는 원동력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국내 최초로 2007년 당일 도서 배송 서비스를 도입한 것도 예스24다.
“온라인 시장의 성장 동력은 물류에 있다는 것을 빠르게 캐치한 덕분이다. 2010년에는 업계 최초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을 론칭하기도 했다. PC 환경에서 모바일로 이동하는 쇼핑의 흐름을 빠르게 기업에 접목한 것이다. 이외에도 2003년부터 블로그를 론칭하고, 웹진을 시작하는 등 콘텐츠 측면에서 항상 트렌드를 예측하고 더 먼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했다.”

출판 유통 업계 최고경영인으로서 요즘 곁에 두고 읽는 책이 있나.
“요즘 생성 AI(Generative AI) 덕분에 배워야 할 것이 늘었다. 그래서 기술과 경영이 접목된 책들은 빠지지 않고 찾아보려고 노력한다. 특히 올해는 예스24에서 AI를 활용한 서비스를 고객에게 잘 선보이기 위해 준비하는 해다. 따라서 우리의 업(業)에 AI를 얼마나 잘 녹여낼 수 있을지, 나뿐만 아니라 직원들과 함께 배움의 시간을 많이 가지려고 한다.”

앞으로 1980·1990년대생 경영인도 나올 텐데, 후배 경영인에게 조언한다면.
“아직 대표직을 맡은 지 1년이 채 안 돼 누군가에게 조언하는 건 시기상조인 것 같다. 다만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일을 폭넓게 들여다보는 것이 도움이 됐다. 좋아하지 않으면 쉽게 지칠 수밖에 없다. 좋아하는 것을 중심으로 다양한 관심을 두고 경험을 늘린다면 좋은 아이디어도 자연스럽게 따라온다고 생각한다.”

후배 경영인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을 소개해준다면.
“대표 취임 이후 읽은 책 중에는 글로벌 외식 그룹 스노우폭스 창업자인 김승호 회장의 저서 ‘사장학개론’이 실무적인 팁을 얻는 데 많은 도움이 됐다. 아무래도 도서 시장에 오래 있다 보니, 다른 업계의 대표적인 최고경영자(CEO)들의 성공기를 꼼꼼하게 읽어보려고 한다. 그러다 보면 새로운 기회를 포착하는 타이밍이나 문제 해결 방식에 도움이 된다.”

새해 예스24의 포부는.
“예스24는 1998년 ‘대한민국 대표 인터넷 서점’으로 시작해 지난 25년간 줄곧 업계 1위를 지키고 있다. 2023년에는 창립 24주년을 맞아 처음으로 리브랜딩을 진행해 대한민국 대표 인터넷 서점에서 고객들에게 다양한 삶의 가능성을 제공하는 ‘문화 콘텐츠 플랫폼’으로의 변화를 선언했다. 올해는 단순한 상품 판매를 넘어, 도서와 관련된 모든 경험을 통합적으로 제공하는 차별화된 플랫폼으로 나아가고자 한다. 그간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를 통해 축적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개인화된 쇼핑 경험을 제공하고, 물류 시스템 자동화와 최적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또 고객들에게 더욱 풍부한 독서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차별화된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개발할 예정이다. 올해 1분기 공개 예정인 독서 커뮤니티 앱 ‘사락’을 시작으로, 예스24 단독 펀딩과 ‘작가와의 만남’ 등의 상품을 꾸준하게 기획할 예정이다.”

김우영 기자
이코노미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