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승호 대웅제약 대표
서울대 약학 학·석사, 알토대 MBA, 
연세대 약학 박사, 현 아피셀테라퓨틱스 대표, 
현 대웅인베스트먼트 대표, 
전 대웅제약 글로벌사업본부장 사진 대웅제약
전승호 대웅제약 대표
서울대 약학 학·석사, 알토대 MBA, 연세대 약학 박사, 현 아피셀테라퓨틱스 대표, 현 대웅인베스트먼트 대표, 전 대웅제약 글로벌사업본부장 사진 대웅제약

“1970년대생은 1960년대생과 1980년 이후 태어난 MZ 세대(밀레니얼+Z 세대·1981~2010년생) 사이에 낀 세대다. 달리 말하면 아날로그 세대와 디지털 세대를 연결하는 가교(다리) 역할을 하는 세대다.” 

2018년 44세의 나이에 대웅제약 최연소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오른 전승호(1975년생) 대표는 1970년대생 리더의 특징을 이같이 요약했다. 전 대표는 2000년 대웅제약 입사 후 2014년 14년 만에 최연소 임원(이사)이 됐고, 4년 뒤인 2018년 최연소 대표 자리에 올랐다. 이어 2020년 대웅제약과 영국 아박타가 조인트 벤처로 설립한 줄기세포 치료제 개발 회사인 아피셀텔라퓨틱스의 대표를 맡았고, 2023년부터는 대웅제약 자회사인 대웅인베스트먼트의 대표도 겸하고 있다. 전 대표는 2013년 대웅제약의 보툴리눔 톡신 제제인 ‘나보타’의 미국 진출 포문을 연 주인공이다. 당시 전 대표는 보톡스의 원개발사인 ‘엘러간’ 출신의 전문가들과 미국 내 저명한 성형외과 의사들이 공동 설립한 바이오벤처 에볼루스(Evolus)의 크리스토퍼 마모(Christopher Marmo) 사장을 만나 3000억원 규모의 나보타 수출 계약을 성사시켰다. 이후 2019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정식 승인을 받아 미국 시장에서 판매를 시작했다. 이제 미국 시장은 대웅제약의 해외 매출 부문에서 톡톡한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2023년(1~3분기) 대웅제약의 나보타 해외 매출(935억원) 가운데 445억원이 미국 시장에서 나왔을 정도다. 대웅제약의 인도네시아 시장 진출을 주도한 것도 전 대표였다. 전 대표는 2012년 인도네시아 제약사 인피온과 조인트 벤처인 ‘대웅-인피온(Daewoong-Infion)’ 설립을 이끌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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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대를 졸업하고 왜 기업에 입사한 건가.
“나는 신약 개발의 꿈을 안고 약대에 입학했다. 내가 약대를 다닐 때만 해도 한국이 만든 신약 사례가 하나도 없었다. 대웅제약 입사를 결정한 건 창약(신약 개발)을 하기 위해서였다. 처음 회사에 입사한 후 맡은 일은 해외에서 창약된 약품의 라이선스를 받아 한국에서 발매하는 일이었다. 당시 업무를 통해 글로벌 비즈니스에서 ‘협상’을 어떻게 하는지 배울 수 있었다. 본격적으로 창약에 나서게 된 건 내가 대표가 되고 난 이후부터였다. 2018년 내가 취임할 당시 10개 정도였던 신약후보물질 디스커버리 프로젝트가 현재 약 30개로 늘었다.”

회사 내에서 승진이 빨랐다고.
“보통 직급별 승진에 필요한 최소 기간이 3년인데 나는 2년마다 특진을 계속한 사례다. 2000년대 초반에는 제약 산업이 고성장하던 시기라, 회사 선배들이 이직을 많이 했다. 선배들의 공백으로 승진 속도가 빨라지는 데 도움이 된 측면도 물론 있었다. 그러나 내가 있는 위치에서 회사가 기대하는 성과를 잘해 냈고, 프런티어(개척) 정신을 가지고 도전적으로 일했기 때문에 초고속 승진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기억에 남는 성과가 있다면.
“2013년 나보타 미국 수출 계약을 따낸 것이다. 지금 대웅제약의 해외 영업이익이 국내보다 많은데, 미국 시장 진출에 성공한 덕이 크다. 2013년 당시에는 나보타 제품만 개발된 상태였고 미국 시장 진출을 위한 아무런 준비가 안 된 상태였다. 

하지만 나는 나보타의 미국 시장 진출이 꼭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미국에서 임상을 진행한 바도 없고, 현지 생산 공장도 구축하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우리의 명확한 비전과 목표를 공유한다면 미국 시장 진출을 도울 파트너를 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당시 미국 엘러간 부사장 출신인 크리스토퍼 마모 에볼루스 사장이 대웅제약의 나보타 수출 계획에 공감해 우리와 계약을 체결했고, 이후 에볼루스가 미국 FDA 인증을 받는 데 있어 임상 개발 등 비용 등을 부담해 줬다. 나는 이 일을 계기로 40세에 대웅제약 최연소 이사로 발탁됐다.” 

제약 업계를 대표하는 1970년대생 리더다. 1970년대생 리더는 어떤 점이 강점인가.
“1970년대생 리더는 소통과 공감에 큰 강점이 있다. 우리 세대가 대학에 입학하고 졸업할 때까지만 해도 아날로그 시대였다. 2000년대 들어서면서 세상이 디지털 전환이 시작됐는데, 1970년대생은 당시 나이가 30세 전후였기 때문에 디지털로 갈아타는 데 그리 어려움이 크지 않았다. 우리는 양쪽 세대를 다 경험했기 때문에 아날로그 감성과 디지털의 편의성을 융합할 수 있는 커넥티비티(connectivity·연결) 능력이 있다. 기업에서 리더 역할을 할 때도 아날로그 세대와 디지털 세대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정치적으로는 1970년대생은 군사정권과 민주화를 모두 경험한 세대이고, 1997년 IMF 경제 위기로 취업난을 겪은 세대이기도 하다. 대입 측면에서는 대입 본고사에서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으로의 전환을 처음 겪은 세대도 1970년대생이었다. 사회적으로 큰 변화를 경험했기 때문에 변화에 적응이 빠르고, 서로 다른 세대의 시각에서 공감하고 소통할 수 있는 강점을 가지고 있다.”

제약 업계에서도 1970년대생으로의 세대교체 현상이 목격되나.
“최근 제약 업계에도 1970년대생 전문경영인이 등장하고 있다. 보령제약의 장두현 대표도 1970년대생이다.”

리더로서 필요한 덕목이 있다면.
“사람 관리 능력이 중요하다. 나는 함께 일하는 동료(부하)들에게 재량을 주려고 노력한다. 업무에 대해 간섭을 줄이는 대신 목표 달성 기한을 명확히 정하도록 하고, 결과물에 대해 철저하게 피드백을 준다. 업무를 위임은 하지만 목표에 대해 함께 논의하고 그 실행 전략에 대한 명확한 피드백도 함께 주려고 한다. 그리고 그 업무 수행을 통해 나와 동료가 함께 성장하도록 노력한다. 그리고 리더는 분명한 비전 제시 없이 업무를 시키면 안 된다. 일을 함께하는 동료들이 목표에 대한 공감을 가지도록 하는 게 리더로서 꼭 필요한 덕목이다.”

리더로서 인재를 기를 때 중요하게 보는 건 무엇인가.
“성장 가능성이다. 일에 몰입할 수 있는 열정을 가진 사람인지도 중요하게 본다.”

기업 문화 관점에서는 어떤 노력을 했나.
“직원들이 주인 의식을 갖는 게 기업 문화 측면에서 중요하다. 매일 하루 일과 업무를 간섭하지 않고 직원 스스로 목표를 갖고 주인이 되게끔 만들어주면 업무 동기가 생기고 발전도 가능해진다. 타인에게 통제받는다는 인식을 직원들에게 절대로 주면 안 된다. 직원들이 스스로 자신을 통제한다는 인식이 생기도록 해야 한다. 내가 대표가 된 이후 ‘스마트 오피스’ 제도를 시행 중인데, 회사 내 지정석을 없애고 출퇴근 시간도 자유롭게 했다. 직원 스스로 알아서 근무하면 되는 것이고 본인이 맡은 업무에 대한 결과를 내면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제일 중요한 건 직원 스스로 업무에 동기를 부여하고 열정을 갖는 것이라 생각한다.”

심민관 기자
이코노미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