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버펄로 뉴욕주립대 정치학 박사, 현 대만 국립성공대 양안 및 중국 거버넌스 연구센터 소장 사진 대만 국립성공대
“5월 20일로 예정된 라이칭더(賴淸德) 총통 당선인의 취임식이 중국의 대(對)대만 정책의 변곡점이 될 것이다.”
저우즈제(周志杰) 대만 국립성공대 정치학 교수는 최근 인터뷰에서 라이칭더의 취임 연설이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관계의 주요 변수가 될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취임 연설에 중국을 자극하는 내용이 담길 경우, 중국이 양안경제협력기본협정(ECFA) 중단을 비롯한 경제 제재를 대만에 가할 수 있다는 뜻이다. ECFA는 중국·대만이 2010년 체결한 경제협력 체제로 자유무역협정(FTA)에 해당한다. 저우 교수는 “5월 전까지의 시간은 ECFA가 대만 경제에 얼마나 중요한지, 중국에 어떤 전략을 취해야 할지 라이칭더에게 고민할 수 있는 ‘기회의 창’”이라며 “매우 중립적이고 실용적이며 (미·중 간) 균형 잡힌 연설을 준비하는 게 중요한 이유”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이번 대만 선거가 미·중 대리전이라는 평가가 있는데, 현지 분위기가 궁금하다.
“평화롭다. 다만 일시적인 평화, 즉 폭풍전야의 평화로 보인다. 라이칭더가 당선 직후 양안 관계에 대해 현 총통인 차이잉원(蔡英文)의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는데, 여기에는 2023년 샌프란시스코에서 중국과 정상회담을 가졌던 미국의 입김도 어느 정도 작용했다고 본다. 왜냐하면 지금 미국은 현상 유지를 원하고 있다. 당장 올해 11월에 대선을 앞뒀기 때문이다. 경제 사정이 좋지 않은 중국도 마찬가지다. 두 국가가 적당한 거리를 유지할 수 있는 가드레일이 필요한 상황이다. 결과적으로 미·중 두 나라의 이해관계가 맞으면서 평화가 일시적으로 유지되고 있다고 본다.”
이 평화는 얼마나 유지될까.
“앞으로 1~2년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2026~2027년이다. 이때가 가장 위험하다. 특히 2027년은 ‘시진핑(習近平) 집권 3기’가 끝나고, 중국인민해방군 창설 100주년을 맞는 해다. 중국의 14차 5개년 경제 계획(2021~2025년)에 대한 평가도 이뤄질 것이다. 여기에 독립 성향의 라이칭더 임기도 2028년까지다. 이런 요소들이 맞물리면서 빠르면 2026년 또는 2027년이 양안 관계의 중대한 ‘터닝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본다.”
당장 중국의 대(對)대만 정책에는 어떤 변화가 예상되는가.
“‘그의 말을 듣고, 그의 행동을 관찰하라(听其言觀其行)’는 말이 있다. 5월 20일 라이칭더의 총통 취임식 연설이 중요한 이유다. 이때 라이칭더 입에서 나오는 내용을 바탕으로 중국이 향후 4년간 대만에 어떤 전략을 취할지 결정할 것이다. 따라서 라이칭더가 취임식에서 매우 중립적이고 실용적이며 균형 잡힌 연설을 준비하는 게 중요하다. 이때까지 중국은 인내심을 갖고 기다릴 것이다. 만약 중국이 당근과 채찍을 준비하고 있다면, 5월 20일 이후 꺼낼 것이다.”
중국이 ECFA를 폐기할 가능성은.
“ECFA는 대만 경제에 굉장히 중요하다. 지난 10년간 일방적으로 ECFA의 덕을 본 것도 대만이었다. 특히 제조업을 비롯한 이차산업에서 혜택을 받았다. 민진당을 비롯해 라이칭더도 중국이 ECFA를 폐기하길 원하지 않을 것이다. 5월 취임식까지 라이칭더에겐 시간이 있다. ECFA가 대만 경제에 얼마나 중요한지, 중국에 어떤 전략을 취해야 할지 고민할 수 있는 ‘기회의 창’인 셈이다. 당분간 중국의 ECFA 축소 규모는 매우 작을 것으로 예측한다. 다만 앞서 얘기한 것처럼 올해 5월이 관건이다. 올해 5월 라이칭더의 취임식 연설에 중국이 실망할 경우 ECFA를 중단할 가능성이 있다.”
취임식에서 어떤 발언들이 문제가 될까.
“라이칭더가 당선 직후에 한 발언들이 대표적이다. 당시 그는 이번 선거를 권위주의와 민주주의의 대결이라면서 자신의 승리가 민주주의의 승리라고 했다. 또 외부 정치적 세력이 이번 대선에 개입했는데도 대만 유권자가 매우 좋은 선택을 했다고 말했다. 이 세력이 누구를 지칭하는지는 모두가 다 알 것이다. 마지막으로 미국이 이끄는 프렌드쇼어링(friendshoring·우방국끼리 공급망 구축)에 대만이 포함돼 있다며 중국에 의존할 필요가 없다는 식의 발언도 했다. 모두 중국이 굉장히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는 발언들이다. 만약 5월 20일 취임식 연설에서도 이런 내용이 나온다면, 이후 양안 관계가 악화할 수 있다.”
이때는 ECFA가 폐기될 수 있는가.
“폐기보다는 ECFA를 중단할 것이다. ECFA를 재개할 여지는 남겨둔다는 뜻이다. 중국은 라이칭더가 40%의 득표율밖에 얻지 못해 소수의 대통령이라고 본다. 나머지 60%의 유권자는 평화를 원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담론은 중국이 한 손엔 ‘당근’과 다른 손엔 ‘채찍’을 쥐겠다는 함의를 지닌다. 중국 입장에서도 ECFA를 폐기하면 대대만 정책에 부정적이라고 본다. 중국은 대만과의 경제·사회적 통합이라는 평화적인 접근 방식도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물론 동시에 대만을 통일하기 위한 군사적 방법도 준비 중이지만 말이다.”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의 주요 변수인 ‘칩 4(Chip 4, 미국·한국·대만·일본)’ 동맹에도 변화가 생길까.
“칩 4 동맹은 계속될 것이다. 중국의 경제력과 반도체 및 정보통신기술(ICT) 산업 발전을 억제하려는 미국 주도의 전략이기 때문이다. 물론 미국은 ‘디리스킹(de-risking·위험 제거)할 뿐’이라고 밝히면서 중국에 높은 벽을 세우고 있다. 그 일환으로 미국은 앞으로도 칩 4에 집중할 것이다. 그래서 한국, 대만, 일본 등 이웃 나라끼리 모여 디리스킹할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중국을 완전히 고립시킬 순 없다. 중국과 태평양을 사이에 둔 미국과 우리는 다르다. 중국의 이웃 나라인 우리는 중국과 100% 경쟁할 수 없다. 중국의 일부 제품은 우리보다 경쟁력이 있으며 중국은 매우 큰 시장이다. 군사적, 외교적, 정치적 위협에 대비해야겠지만, 완전히 연결을 끊어서는 안 된다. 미국이 원하는 디리스킹의 범위는 한국, 대만, 일본의 현실과는 다를 수밖에 없다.”
5월 라이칭더의 취임 후 과제는.
“당장 대만의 경제 상황이 안팎으로 위태롭다. 대외적으로는 태평양 지역에서 경제적으로 고립돼 있다. 한국, 일본, 태국, 싱가포르 등의 경쟁국들이 강력한 무역 경쟁자로 부상하고 있어서다. 대내적으로는 민진당이 투표에서 40%의 득표율에 그친 데서 알 수 있듯, 대만의 청년층은 지난 8년 동안 민진당의 경제 성과에 만족하지 못했다. 실제로 현재 대만은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하다. 계층 이동은 더 어려워졌으며, 부익부 빈익빈도 심각하다. 일부 젊은 엘리트들이 좋은 기회를 찾아 해외로 떠난 배경이다. 여기에는 대만해협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부각되면서 비즈니스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점도 있다. 라이칭더는 이런 상황을 개선하는 데 매우 큰 책임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