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리언 크로선 
딜로이트 글로벌 
첨단기술 산업 리더 
영국 스트라스클라이드대 정보학
질리언 크로선 딜로이트 글로벌 첨단기술 산업 리더
영국 스트라스클라이드대 정보학
유럽연합(EU)과 미국뿐 아니라 아시아 각국, 호주·영국 등에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공시 규정이 연이어 도입되고 있다. 또 기업들이 투자를 유치하려면 투명한 ESG 성과 발표가 필요하다. 이에 따라 기업들의 ESG 지표 추적 및 공시를 돕는 소프트웨어 솔루션의 매출이 2024년 10억달러(약 1조3000억원)를 넘고, 향후 5년간 19~30%의 연평균 성장률(CAGR)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2024년은 티핑 포인트가 전망되는 한 해로, 8억달러(약 1조원) 선을 넘지 못했던 매출이 10억달러대 테이프를 끊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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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규제와 사업 과제, 기업 ESG 공시 활동 촉발 예상

사실 기업들이 ESG 공시를 한 지는 꽤 됐다. 상당수 글로벌 대기업들은 매년 자발적으로 ESG 또는 지속 가능성 보고서를 발표해, 탄소 감축 및 지속 가능성 목표 달성 노력을 강조한다. 사회의 선순환에 기여하고 지속 가능 성장을 지원하는 기업을 원하는 투자자, 고객, 구직자들은 이러한 보고서를 중요하게 여긴다. 

실제로 ‘딜로이트 2023 MZ 세대(밀레니얼+Z 세대·1981~2010년생) 서베이’에서 Z 세대(1997~2010년생) 응답자 절반이 소속 회사에 환경 문제에 대한 행동 변화를 촉구했다고 답했고, 42%는 기후 우려 때문에 이직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기존의 ESG 지표 추적 및 공시 방식은 일관성과 정확성이 떨어진다. 탄소 배출량과 사용량을 측정하는 방식이 표준화돼 있지 않고 산발적이어서 결괏값이 매번 다르게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자체 시설의 직접 배출(Scope 1) 및 사용하는 유틸리티의 간접 배출(Scope 2) 외 업스트림 공급망 및 다운스트림 가치 사슬을 포함하는 기타 간접 가치 사슬 배출(Scope 3)까지 고려해야 한다면 더 혼재된 결과가 나올 수 있다.

또 최근에는 ESG뿐 아니라 다양성·공정성·포용성(DEI), 생물 다양성 보전, 윤리적 행위 등 사회적 가치와 관련한 기업의 행동에도 감시의 눈길이 늘었다. 이를 의식한 기업들은 자발적으로 여러 가지 프레임워크를 구축해 오고 있으나 이 또한 표준화돼 있지 않아 기업이 되도록 성과를 긍정적으로 포장할 수 있는 데이터를 선택적으로 사용하는 실정이다.

최근 서베이에서도 글로벌 기업 리더들은 ESG 공시 제도의 도입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벽으로 일관적이고 표준화된 데이터의 부재를 꼽았다. 하지만 새로운 규제가 이행되고 규제의 세부 내용에 부합하는 기업 공시가 이어지면 이 내용이 사실상 표준으로 작용해 기업의 ESG 공시 제도의 도입을 촉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해당 규제는 EU와 미국을 선두로 영국, 홍콩, 뉴질랜드 등지에서 2024~2025년 속속 이행될 예정이다.

우선 EU의 ‘기업 지속 가능성 보고 지침(CSRD)’은 2014년 도입된 ‘비재무 정보 공개 지침(NFRD)’의 개정안으로, 지속 가능성 공시 의무 대상 기업을 1만2000개에서 5만 개 이상으로 확대한다. 또한 ‘이중 중대성’ 공시도 의무화해, ESG 노력이 사업에 미치는 영향과 더불어 환경, 인권, 사회 규범, 지속 가능성 관련 위험 요인들에 미치는 영향도 공개하도록 한다. CSRD는 EU 시장에서 지난 2년간 1억5000만유로(약 2150억원) 이상의 연간 매출을 기록한 다국적 기업에 적용된다. 

미국에서는 연방취득규제위원회가 일부 연방정부 도급 업체들의 △온실가스(GHG) 배출과 기후 관련 재무 리스크 공개 △과학에 기반한 배출량 감축 목표 설정 등을 의무화하는 규정을 제시했다. 또 캘리포니아주는 최근 ‘기후 책임 패키지’를 도입해 캘리포니아주 내에서 사업을 운영하며 매출이 10억달러를 초과하는 기업들의 Scope 3 공시를 의무화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펀드와 자산운용사들의 ESG 공시 의무화를 추진하고 있다. SEC의 ‘특정 자산운용사 및 투자회사의 ESG 투자 공시 강화’ 규정은 펀드 및 자산운용사들의 ESG 요인 도입 현황을 파악하려는 투자자에게 일관적이고 비교 가능하며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도록 한다.

EU의 CSRD가 이행되면 적용 대상이 되는 기업들은 2024 회계연도 데이터에 기반해 2025년부터 ESG 공시를 시작해야 한다. 이후 2026년부터 적용 대상이 중소기업으로 확대된다. 따라서 ESG 추적·공시용 소프트웨어 시장 규모와 함께 매출 기회도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다양한 사회적 가치 측정하는 SW 솔루션

기업 지배구조 전문 비영리 싱크탱크인 OCEG가 2021년 실시한 서베이에 따르면, ESG 추적 소프트웨어를 사용 중인 기업은 9%에 그쳤다. 이는 반어적으로 관련 소프트웨어 시장의 성장 잠재력이 그만큼 폭발적이라는 의미다. 

이러한 소프트웨어 솔루션은 Scope 3뿐 아니라 여타 사회적 영향 관련 지표들을 측정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접근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한 기업의 공급 및 배급 업체들이 남기는 탄소 발자국을 측정하기 위해 이러한 업체들의 위치, 연중 탄소 배출 시기, 에너지 솔루션의 효율성 등 다양한 요인을 분석해야 한다.

ESG 추적 소프트웨어는 기업 데이터뿐 아니라 방대한 데이터 라이브러리, 인덱스, 예측표 등을 입력값으로 함과 동시에 인공지능(AI)이 탄소 사용량, 윤리 및 부패 수준, 여타 사회·환경 영향을 측정하는 경우도 있다. 소프트웨어 솔루션은 이런 데이터 라이브러리 규모와 정확성에서 차별화된다. 일부는 인적자원 데이터뿐 아니라 DEI 및 경제적 평등 목표 달성 성과 등을 포함하기도 한다.

ESG 추적 소프트웨어 솔루션 시장에는 ESG 분석 소프트웨어 전문 업체부터 소프트웨어 서비스 기업, 빅테크까지 이미 다양한 플레이어가 뛰어들고 있다. 지역마다 요구되는 탄소 배출 공시 내용이 다른 만큼, 서비스 가격 구조도 매우 다양하다. ESG 소프트웨어 솔루션 시장에서 인수합병(M&A) 활동이 활발한 것도 단기적으로 시장이 급성장할 것이라는 신호라고 볼 수 있다.

ESG 역량이 곧 기업 경쟁력

기업들이 ESG 지표를 추적하고 공시하는 것은 규제 때문만은 아니다. 이를 통해 실질적 사업 리스크도 줄이고 새로운 기회도 잡을 수 있다. 정확한 분석을 통해 사업 운영에 직접 적용할 수 있는 통찰력을 확보하면, 새로운 사업 모델과 더불어 새로운 수익원까지 창출할 수 있다. ‘딜로이트 지속 가능성 행동 보고서’에 따르면, 기업 리더 62%가 현재 ESG 공시 규제가 강화될 것에 대비해 광범위한 준비 작업을 완료 또는 이행 중이라고 답했다.

이러한 ESG 솔루션으로 도출된 보고서는 CSRD와 SEC를 포함한 여러 규제 및 자발적 프레임워크에 부합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해당 기업의 사업 목표와 프로세스에 통합할 수 있는 맞춤형 보고서로도 활용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ESG 소프트웨어 솔루션은 해당 기업의 규모와 소속 산업, 글로벌 시장에서의 입지 등에 기반해 설정을 변경해, 중대성 가이던스와 ESG 보고서를 다양한 규제 요건에 맞출 수 있어야 한다.

ESG 목표 달성과 경쟁력을 강화할 혁신 사이 균형을 잡는 것도 중요한데, 이 두 사안을 상호 배타적인 것으로 볼 필요는 없다. 이해 당사자 이익을 침해하지 않고도 장기적 ESG 목표를 고려한 명확한 전략과 행동 계획을 수립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이해 당사자들의 참여와 운영 및 평판 리스크에 대한 총체적 시각에 기반해 ESG 지표를 추적하면 경쟁 우위를 점할 수 있다. 

ESG 추적과 공시를 통해 투자를 유치해 기업의 성장을 촉진할 수도 있다. 도이체방크가 실시한 투자자 서베이 결과, 세계에 긍정적 영향을 주는 기업들에 투자하겠다는 응답자가 80%에 육박했다. 또 딜로이트는 2024년까지 전 세계 전문 운용 투자 자산 중 절반은 ESG 지표가 가치 설정에 영향을 줄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수조달러에 달하는 규모다. 이처럼 ESG 역량을 강화한 기업에는 리스크 완화, 탈탄소화, 평판 개선, 성장 잠재력 강화 등 장기적 가치 창출의 기회도 더 많이 열려 있다는 점을 전 세계 투자자가 눈여겨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