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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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투자는 속성상 거액의 뭉칫돈이 들어가기에 성공 또는 실패에 따른 명암이 극명하다. 투자해 성공할 경우 큰돈을 벌 수 있지만, 실패할 경우 들어간 금액이 큰 만큼 그 후유증도 클 수밖에 없다. 문제는 부동산 투자 시 거액이 들어감에도 경험 부족, 한순간의 섣부른 판단, 탐욕에 따른 오판, 사전 분석 미비. 부동산 사기 피해 등 다양한 사유로 원치 않는 투자 실패를 경험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는 사실이다. 이와 관련,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다양한 유형의 부동산 투자 실패 사례들을 살펴보자.
이동현 하나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장
단국대 도시계획학 박사,단국대 부동산건설대학원 외래 교수
이동현 하나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장
단국대 도시계획학 박사,단국대 부동산건설대학원 외래 교수

사례 1│갭투자한 빌라로 손실은 물론 범법자로 몰린 A씨

파이어족을 꿈꿔온 직장인 A씨(29세·남). 2021년 12월 어느 날, 부동산 공부 모임을 통해 알게 된 공인중개사로부터 소액으로 빌라에 갭투자하면 큰돈을 벌 수 있으니 해볼 생각이 있느냐는 제안을 받게 된다. 투자 대상은 서울 강서구에 있는 소형 빌라였다. 준공된 지 채 10년이 안 된 빌라였는데 전세보증금(1억8000만원)을 껴안고 매입할 경우 실투자금 2000만원이면 충분했다. 하지만 당시 서울의 경우 아파트 가격이 초강세를 보였던 까닭에 해당 지역을 포함, 외곽에 소재한 소형 아파트(전용 59㎡ 기준)를 매입하려면 6억~7억원이 필요했고, 설령 전세보증금을 안고 사는 갭투자일지라도 최소 3억~4억원의 뭉칫돈이 필요했다. 모아둔 돈이 턱없이 부족했던 A씨로서는 서울 소재 아파트 투자는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투자처였다. 무엇보다 자고 나면 오르는 아파트 가격 급등세는 A씨에게 소외감과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주었기에 빌라 갭투자 제안은 거부하기 힘든 유혹이었다. 결국 A씨는 공인중개사 소개로 빌라 세 채를 갭투자로 매입했다. 그런데 정확히 1년이 지난 2022년 12월쯤 예상치 못한 ‘빌라왕 사태(빌라 전세 사기 사태)’가 터졌다. 금리가 급등하고 부동산 시장이 침체하면서 신축 빌라를 대상으로 한 대규모 전세 사기가 수면 위로 드러난 것이다. 한편 빌라왕 사태는 ‘빌라포비아’라는 신조어까지 탄생시키면서 빌라 매매가격 급락 및 전세 수요 이탈로 이어졌다. 문제는 갭투자로 매수한 빌라들이 전세 만기가 도래함에 따라 보증금을 돌려주어야 함에도 전셋값 급락 여파로 부족한 돈을 메울 수 없어 곤경에 빠진 A씨. ‘영끌’한 까닭에 금전적 손실은 차치하고 자칫 범법자로 몰릴 수 있는 안타까운 처지에 놓이게 됐다.

2월 4일 오후 서울 강남구 강남대로 일대에 임대 안내 현수막이 붙은 공실이 늘어서 있다. 사진 연합뉴스
2월 4일 오후 서울 강남구 강남대로 일대에 임대 안내 현수막이 붙은 공실이 늘어서 있다. 사진 연합뉴스

사례 2│은퇴 자금으로 분양형 호텔에 투자해 노후를 망치게 된 B씨

한때였지만 공기업 은퇴자 B씨(67세·남)의 최대 과제는 퇴직금으로 수익형 부동산에 투자해 안정적으로 노후를 즐기는 것이었다. 4년 전 어느 날, B씨는 지인 소개로 급매물로 나왔다는 동해안 바닷가에 있는 분양형 호텔 5개 실을 매입하게 된다. 그런데 B씨의 경우 해당 지역에 거주한 경험이 없음은 물론, 분양형 호텔이라는 부동산 상품의 특성조차 제대로 알지 못한 상태였다. 오로지 고수익이 보장된 급매물(분양가의 70% 수준)이라는 감언이설에 현혹돼 투자했던 것이다. 하지만 B씨가 분양형 호텔에 투자한 직후 나타난 결과는 참담했다. 

분양 당시 시행사 측이 약속했던 연 10% 이상의 수익률 보장은 차치하고,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국내외 관광객이 급감함에 따라 수익금을 한 푼도 받지 못하게 된 것이다. 우역곡절 끝에 탈(脫)코로나19 시대로 접어들면서 관광객이 조금씩 늘어나는가 싶었지만, 이내 고금리에 경기 불황까지 겹치면서 수익률이 바닥을 기고 있을 뿐이다. 매물로 내놓더라도 문의자를 찾기 힘들고 턱없는 가격만 언급될 뿐이다. 더욱이 분양형 호텔은 일반적인 부동산 매물이 아닌 관계로 팔려고 해도 일반 부동산 중개업소에서 취급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투자 손실을 감수하더라도 매각이 쉽지 않다. 고수익에 현혹돼 노후를 망치게 된 B씨였다.

사례 3│제대로 알지 못하면서 지역주택조합에 투자해 곤경에 처한 C씨

자영업자 C씨(35세·남)의 일생일대 소원은 내 집 마련이다. 평소 전세살이를 한탄하면서 무주택자의 설움을 토로해 왔던 C씨. 5년 전 어느 날, 우연히 접하게 된 아파트 광고 벽보를 보고 들뜬 마음에 일사천리로 지역주택조합에 가입하게 됐다. C씨가 이처럼 앞뒤 따져보지도 않고 서둘렀던 이유는 청약통장이 따로 필요 없음에도 조합원을 대상으로 분양될 아파트가 시세보다 30% 이상 저렴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조만간 착공 및 분양 예정이라니 로또 맞은 기분이었다. 그런데 마른하늘에 웬 날벼락인가! 지역주택조합에 가입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C씨는 하늘이 무너지는 소리를 듣게 된다. 지난 수년간 조합원이 적지 않은 분담금을 내왔음에도 조합 명의로 소유권이 확보된 토지(사업 부지)는 많지 않았고, 오히려 땅값 인상, 사업 추진비 부족을 이유로 적지 않은 추가 부담금을 내야 한다는 말이었다. 당연히 착공 및 분양은 요원한 일이 돼버렸고, C씨의 내 집 마련 꿈도 이내 사라지게 됐다. 결국 피해를 보게 된 조합원을 중심으로 비상대책위원회가 결성됐고, 조합 측과 업무 대행사를 상대로 고소하기에 이르렀다. 관련 법령에 따르면, 지역주택조합의 경우 사업 부지 확보 요건이 매우 엄격해 조합 측이 95% 이상 확보해야 잔여 부지에 대해 매도 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지역주택조합의 사업 추진 절차에 무지했던 C씨.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서둘러 투자한 자신을 탓할 뿐이다.

사례 4│신도시 1층 상가를 분양받아 큰 손실을 입게 된 D씨

신도시 상가를 분양받아 큰 손실을 입게 된 자산가 D씨(55세·남). 8년 전 어느 날, 알고 지내던 분양 업자로부터 서울 동남권에 소재한 신도시 1층 상가를 분양받을 것을 권유받게 된다. 인구 10만 명이 넘는 메머드급 신도시 1층 상가임에도 분양가 기준 3.3㎡당 4000만원대에 분양하는 상품이니 투자 매력이 충분하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게다가 해당 매물은 분양 업체 측에서 브랜드 커피숍이라는 나름 우량 임차인까지 확보한 상태인지라 제법 구미가 당기는 제안이었다. 분양을 제안받은 신도시 1층 상가 가격이 무려 20억원에 달했음에도 우량 임차인의 안정적인 입주를 기대했던 D씨였기에 고민 없이 투자 실행까지 이어졌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실패한 투자처였다. 신도시 특성상 상권의 활성화 내지 안정화까지 최소 5년에서 최대 10년까지 갈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했기 때문이다. 설령 우량 임차인을 유치하더라도 영업 손실이 심화할 경우 이탈을 피할 수도 없다. 최초 입주했던 커피숍은 개장 후 채 2년도 되지 못해 이탈했고, 그 뒤로 입주한 음식점과 의류 매장 역시 코로나19 사태를 견디지 못하고 떠났으며, 지금은 임대료를 대폭 낮췄음에도 임차인을 구하지 못해 공실로 남아있을 뿐이다. 인근 부동산 중개업소에 알아보니 반값에 매물로 내놓더라도 쉽사리 팔리기는 어려워 보인다.

사례 5│기획부동산 업체의 거짓된 말만 믿고 의심 없이 투자해 패가망신한 E씨

전업주부 E씨(48세·여)는 한순간의 잘못된 부동산 투자로 패가망신하게 됐다. 2년 전 어느 날, 지인의 소개로 알게 된 모 기획부동산 업체 직원으로부터 경기도 화성시의 토지(임야 330㎡·10필지·5억원)를 매입한 게 화근이었다. 조만간 해당 토지와 근접한 곳에 수도권 GTX(광역급행철도) 연장 노선이 들어설 예정인데 그 경우 기획부동산 업체가 매각 중인 일단의 토지를 매입해 상가빌딩을 신축한다면 초대박이 날 것이라는 거짓된 말에 현혹된 E씨. 토지를 매입하고 나서 뒤늦게 알아보니 GTX 연장 노선은 오리무중이며, 주변 시세보다 훨씬 비싼 가격(시세의 10배 수준)을 주고 산 것은 물론, 경사도가 30도가 넘고 사실상 맹지인 까닭에 개발 인허가를 받을 수 없는 토지, 말 그대로 쓸모없는 땅으로 밝혀진 것이다. 더 큰 문제는 기획부동산 업체 직원의 감언이설에 속아 가족의 동의 없이 몰래 투자했다는 사실이다. 안타깝지만 기획부동산 업체는 폐업한 지 오래고, 땅을 소개했던 업체 직원의 행방조차 알 길 없으니 딱히 하소연할 곳도 없게 됐다. 기획부동산 업체의 거짓된 말만 믿고 의심과 확인 절차 없이 섣불리 거액을 투자한 자신을 원망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