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펜디×FRGMT×포켓몬’ 컬렉션. 사진 펜디 2 ‘디올×오타니 워크숍(Dior×Otani Workshop)’ 익스클루시브 캡슐 컬렉션. 사진 디올
3 모스키노 ‘버블보블(Bubble Bobble)’ 캡슐 컬렉션. 사진 모스키노
1 ‘펜디×FRGMT×포켓몬’ 컬렉션. 사진 펜디 2 ‘디올×오타니 워크숍(Dior×Otani Workshop)’ 익스클루시브 캡슐 컬렉션. 사진 디올 3 모스키노 ‘버블보블(Bubble Bobble)’ 캡슐 컬렉션. 사진 모스키노
십이지 동물 가운데 유일한 상상의 동물인 용. 용맹, 지혜, 번영을 상징하는 이 전설의 동물이 백, 슈즈, 재킷과 티셔츠 위에서 힘차게 승천하고 있다. 푸른 용의 해를 맞아 쏟아져 나온 럭셔리 브랜드들의 수많은 기념 에디션! 해가 갈수록 아시아의 음력설 문화를 기념하는 상품들이 발전해 가며, ‘십이지 동물’은 패션 비즈니스 마케팅의 한 카테고리가 됐다.
김의향
패션&스타일 칼럼니스트 
현 케이노트 대표, 
전 보그 코리아 
패션 디렉터
김의향 패션&스타일 칼럼니스트 현 케이노트 대표, 전 보그 코리아 패션 디렉터

패션 마케팅 소재로 재탄생한 동물들

언제부터 럭셔리 브랜드들이 십이지 동물을 패션 마케팅 세계에 초대해 왔을까. 그 정확한 시작점을 찾긴 어렵다. 많은 이가 2014년 말의 해를 맞이하여 랄프 로렌, 구찌 등 승마 모티프에 기원을 둔 럭셔리 하우스들이 말 모티프 아이템을 강조했던 걸로 기억한다. 2020년 쥐의 해엔 럭셔리 하우스들이 대중적인 캐릭터와 파트너십을 탄생시켰다. 구찌는 ‘미키 마우스’와 파트너십을 이루었고, 모스키노 역시 미키 마우스를 등장시켰으며, 케이트 스페이드 뉴욕은 ‘톰과 제리’를 선택했다. 그리고 이런 귀엽고 친근한 마우스(mouse) 캐릭터들과 협업은 아시아를 넘어 글로벌한 성공을 이끌어 냈다. 

이후 2022년 호랑이의 해를 맞이하며, 럭셔리 하우스들의 협업이 증가하기 시작했다. 생로랑은 ‘핑크 팬더’를, 에트로는 드림웍스의 ‘쿵푸 팬더’ 캐릭터인 ‘타이그리스’를, 모스키노는 시리얼 캐릭터로 잘 알려진 ‘토니 더 타이거(Tony The Tiger)’를 선택했다. 또한 발렌티노는 중국 예술가이자 장난감 디자이너인 Bu2ma의 인기 만화 호랑이 캐릭터 ‘팡후(Panghu)’와 협업 컬렉션을 선보였다.

4 ‘멀버리×미라 미카티’ 협업 컬렉션. 사진 멀버리 5 바쉐론 콘스탄틴의 ‘메티에 다르’ 컬렉션의 ‘레전드 오브 차이니즈 조디악-용의 해’. 사진 바쉐론 콘스탄틴
6 예거 르쿨트르는 리베르소(Reverso) 컬렉션의 ‘트리뷰트 에나멜 드래곤’. 사진 예거 르쿨트르 7 피아제 ‘알티플라노(Altiplano)’ 컬렉션의 ‘드래곤 & 피닉스’. 사진 피아제
4 ‘멀버리×미라 미카티’ 협업 컬렉션. 사진 멀버리 5 바쉐론 콘스탄틴의 ‘메티에 다르’ 컬렉션의 ‘레전드 오브 차이니즈 조디악-용의 해’. 사진 바쉐론 콘스탄틴 6 예거 르쿨트르는 리베르소(Reverso) 컬렉션의 ‘트리뷰트 에나멜 드래곤’. 사진 예거 르쿨트르 7 피아제 ‘알티플라노(Altiplano)’ 컬렉션의 ‘드래곤 & 피닉스’. 사진 피아제

‘푸른 용’과 함께한 패션·뷰티 브랜드 이야기 

그리고 2024년, 푸른 용의 해를 기념하는 캐릭터 협업은 펜디가 문을 열었다. 바로 ‘펜디×FRGMT×포켓몬’ 컬렉션이다. 펜디와 포켓몬의 기발한 만남은 후지와라 히로시가 이끄는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 프라그먼트 디자인(Fragment Design)과 협업으로 탄생됐다. 그 유명한 포켓몬 캐릭터 중 ‘망나뇽’ ‘미뇽’ ‘신뇽’ 등 드래곤 캐릭터가 펜디의 시그니처 백인 아이시유(I SEE U) 백, 바게트 백 등에 자수로 새겨졌다. 그 밖에 지갑과 키 참(key charm), 후드티, 티셔츠, 스카프, 귀고리, 팔찌 등 다양한 아이템으로 제작됐다. 그중에서도 특별한 제품은 가죽 소재의 ‘망나뇽’ 피규어다. 30시간이 넘는 수작업을 통해 완성됐다. 

또한 모스키노는 고전 아케이드 게임 캐릭터 ‘버블보블(Bubble Bobble)’의 캡슐 컬렉션을 선보였다. 1980년대를 추억하게 하는 이 깜찍한 캐릭터는 티셔츠, 스웨트셔츠, 가죽 호보백, 데님 재킷, 스니커즈 등에 프린트되거나 패치(patch)로 장식되어 있다. 멀버리는 런던 기반의 디자이너 미라 미카티와 협업으로 경쾌한 색채의 드래곤 캐릭터 컬렉션을 선보였다. 디올은 현대 미술계의 유명 인사이자 아티스트인 오타니와 협업으로 ‘디올×오타니 워크숍(Dior×Otani Workshop)’ 익스클루시브 캡슐 컬렉션을 공개했다. 유명 조각가인 오타니 워크숍이 디자인한 용 형상의 작은 초록색 몬스터 캐릭터 ‘타닐라(Tanilla)’는 스웨터, 티셔츠, 보머 재킷, 새로운 B33 하이톱 테니스 슈즈 등에 새겨져 유쾌한 미소를 짓게 한다.

럭셔리 패션 하우스들이 용의 위엄보다 앙증맞은 귀여움을 지닌 캐릭터로 용의 해를 기념했다면, 럭셔리 시계와 주얼리 브랜드들은 용의 역동적인 기상을 경이로운 디테일로 재현해 하나의 아트피스로 완성시켰다. 예술적인 시계의 걸작으로 컬렉터들을 매혹시켜 온 바쉐론 콘스탄틴의 ‘메티에 다르(Métiers d’art)’ 컬렉션은 각 해를 상징하는 십이지 동물을 예술적으로 승화시킨 ‘레전드 오브 차이니즈 조디악’을 공개해 왔다. 2024년 푸른 용의 해를 기념하는 ‘레전드 오브 차이니즈 조디악-용의 해’의 푸른 다이얼엔 승천하는 용의 힘찬 용틀임과 비늘까지 섬세하게 조각되어 있다. 

피아제는 ‘알티플라노(Altiplano)’ 컬렉션을 통해 십이지 동물에서 영감을 얻은 그해의 에디션을 공개해 왔다. 2024년 갑진년을 기념해서는 용과 봉황 모티브의 ‘드래곤 & 피닉스’를 공개했다. 화이트와 그레이 마더 오브 펄 다이얼이 특징인 드래곤 & 피닉스는 한정판으로 출시됐다. 이번 컬렉션에는 브로치, 링, 이어커프도 포함됐다. 예거 르쿨트르는 2022년 리베르소 ‘트리뷰트 에나멜 타이거’로 십이지 동물에서 영감받은 차이니즈 조디악 시리즈를 선보여 왔다. 올해는 리베르소(Reverso) ‘트리뷰트 에나멜 드래곤’을 공개했다. 시계 케이스를 돌리면 황금빛 구름에 둘러싸인 섬세하고 예술적인 용의 형상이 드러난다. 손으로 그린 섬세한 디테일의 살아 꿈틀거리는 듯한 인그래이빙을 완성하는 데 무려 80시간이 소요됐다. 

십이지 동물을 활용한 마케팅은 이제 패션뿐 아니라 뷰티 전반에까지 퍼져 나가고 있다. 그러나 이런 십이지 동물 마케팅이 얼마나 큰 효과를 일으키는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듯하다. 음력설의 공식적인 영어 표기법이 ‘루나 뉴 이어(Lunar New Year)’로 정착되어 가고 있지만, 오랫동안 음력설을 ‘차이니즈 뉴 이어(Chinese New Year)’로 인식해 왔던 잔재가 십이지 동물 스페셜 에디션에도 여전히 남아 있다. 아직도 많은 제품 디자인이 중국 색채가 강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부분도 점점 개선하려는 노력을 보이고 있다. 친근한 유명 동물 캐릭터와 협업이나 아티스트들과 공동 작업은 글로벌한 십이지 동물 스페셜 에디션을 탄생시키기 위한 노력의 하나다. 2025년 뱀의 해를 위해선 각 브랜드가 어떤 독창적인 창의력을 발휘할지 벌써 기대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