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신배 라인 디지털 프런티어 최고성장책임자(CGO)
카이스트 전자공학, 하버드대 전자공학 석사, 
전 라인플러스 해외사업팀 매니저, 전 네이버웹툰 전략 및 
IP 비즈니스 실장, 전 라인 디지털 프런티어 이사 사진 네이버웹툰
김신배 라인 디지털 프런티어 최고성장책임자(CGO)
카이스트 전자공학, 하버드대 전자공학 석사, 전 라인플러스 해외사업팀 매니저, 전 네이버웹툰 전략 및 IP 비즈니스 실장, 전 라인 디지털 프런티어 이사 사진 네이버웹툰

“단순히 한국 웹툰을 일본 시장에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한국·일본·미국 등 세계시장에서 모두 통할 수 있는 ‘웹툰 오리지널’을 발굴해 내겠습니다.”

김신배 라인 디지털 프런티어 최고성장책임자(CGO)는 최근 인터뷰에서 “일본에서 한국의 ‘웹툰’이라는 장르에 대해 인지도가 높아진 지가 몇 년 되지 않았다. 사람들이 웹툰을 재미있게 느낄 수 있도록 하고 콘텐츠에 마음을 열게 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는데, 인제야 결과물이 나오기 시작했다”며 이 같은 포부를 숨기지 않았다. 

네이버웹툰은 이미 ‘만화 종주국’ 일본에서 연일 신기록을 쓰고 있다. 2023년 1~11월 ‘라인망가’와 ‘이북 재팬’ 합산 연간 거래액이 1000억엔(약 9000억원)을 돌파하며 최고 기록을 세운 데 이어, 웹툰 ‘입학용병’이 지난해 라인망가에서 연간 거래액 10억엔(약 90억원)을 넘었다. 라인망가 단일 작품 역대 최대 기록이다. 2023년 1월 라인망가는 일본 만화앱 최초로 4000만 다운로드를 돌파했으며, 이어 8월부터는 월 활성 이용자(MAU) 1위 만화 앱 자리에 올라섰다. 네이버웹툰이 일본 시장에 처음 진출한 것은 2013년이지만 본격적으로 웹툰 사업을 시작한 것은 2020년이다. 초창기에는 라인망가 앱을 통해 일본의 출판 만화를 전자책으로 서비스하기 시작했다. 대부분이 비독점 작품이었기 때문에 라인망가가 아닌 다른 플랫폼을 통해서도 볼 수 있는 작품이 많았다. 2020년 8월 라인망가의 사업 운영체인 ‘라인 디지털 프런티어’가 네이버웹툰의 미국 본사인 ‘웹툰 엔터테인먼트’ 자회사가 되고, 이듬해 김신배 CGO가 취임하면서 네이버웹툰은 일본 시장에 본격적으로 웹툰이라는 콘텐츠의 뿌리를 내리기 시작했다. 김 CGO 취임 후 라인 디지털 프런티어는 2022년 4월 소프트뱅크그룹 계열사인 ‘이북 이니셔티브 재팬’을 인수했다. 이북 이니셔티브 재팬은 전자책 판매 플랫폼 ‘이북재팬’과 온라인 북스토어 ‘북팬’을 운영해 왔다. 이북재팬 인수로 라인 디지털 프런티어는 앱 중심 서비스인 라인망가, 웹 중심의 이북재팬 플랫폼을 통해 앱과 웹에서 만화 이용자를 공략하게 된 것이다. 김 CGO를 최근 화상으로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라인망가. 사진 네이버웹툰
라인망가. 사진 네이버웹툰

취임 3년이 지났는데 그동안 목표와 성과가 궁금하다. 취임 후 가장 먼저 한 일은 무엇이었나.
“일본의 망가 독자들에게 웹툰이라는 새로운 콘텐츠를 익숙하게 만드는 일이 쉽지만은 않았다. 일본 독자들이 웹툰을 읽게 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유인책이 필요한데, 초창기만 해도 라인망가 플랫폼이 단행본 중심이었기 때문에 세로 스크롤 방식인 웹툰을 연재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았다. 취임 후 첫해는 비즈니스 모델이나 뷰어 등 프로덕트 개발에 힘을 쏟았다. 1년 동안 전사에서 100여 명 이상을 투입했다.”

그다음 목표는 무엇이었나.
“작품을 키워나가는 것이 그다음 순서였다. 단행본을 파는 것과 웹툰을 읽게 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일이다. 프로덕트를 개발한다고 갑자기 웹툰 매출이 오르는 것이 아니다. 어떻게 해서든 일본 독자들이 플랫폼 안에 오래 머무르게 하고 웹툰을 읽게 하도록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하면서 하나하나 작품을 키워갔다. 특정 작품을 읽으면 보너스 코인을 주거나 24시간 기다리면 무료로 풀리는 작품을 빨리 볼 수 있도록 시간 단축권을 주는 식이다.”

한국 웹툰들이 라인망가라는 플랫폼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는데.
“취임 3년 차인 지난해가 되어서야 의미 있는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입학용병’ 외에 히트작으로 ‘재혼황후’ ‘약탈신부’ 등이 꼽히는데 각각 월 거래액이 1억엔(약 9억원)에 육박한다. 좋은 콘텐츠들을 한국에서 본격적으로 가져와 실질적인 매출을 만들기 시작했다. 2023년은 라인망가가 오리지널 작품을 중심으로 성장을 가속화한 시기다. 올해는 작년보다도 더욱 성장할 준비가 돼 있고 자신이 있다.”

일본 시장에서 목표와 전략은 무엇인가. 일본에서 인기를 끌 만한 한국 웹툰을 일본 시장에 선보이는 게 목표인지, 국적을 가리지 않고 웹툰이라는 시장 자체를 키워나가는 것이 목표인지 궁금하다.
“단기적으로는 전자, 장기적으로는 후자다. 이제 막 웹툰 시장이 커 가는 단계이기 때문에 당장은 한국 작품을 일본에 선보이는 게 목표다. 일본 독자들이 웹툰이라는 콘텐츠에 마음을 열고 ‘망가가 아니어도 재밌다’고 느끼기 시작한 지는 채 몇 년이 되지 않았다. 라인망가에서 인기를 끄는 한국 웹툰이 여럿 나와야 더 좋은 작품들이 라인망가로 오게 되고, 이를 통해 새로운 투자를 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한국 작품이든 일본 작품이든 가리지 않고 글로벌 시장에서 성과를 거둘 수 있는 오리지널 작품을 꾸준히 발굴해 웹툰 시장 자체를 키워나가고 싶다. 일본 시장에서 웹툰을 만드는 것은 궁극적으로 일본 작가들이 일본 방식으로 작품을 만들고 성공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한 지역에서 만들어진 콘텐츠가 한국, 일본, 미국 등에서도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크로스보더(국경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것)’에 힘쓰겠다.”


실제 라인망가에서 만든 웹툰은 지난해부터 네이버웹툰에 조금씩 소개되고 있다. ‘쌍둥이 영애가 남장을 하는 이유’ ‘동그란 그녀와 소심한 그 남자’ ‘선배는 남자아이’ 등이 대표적이다. 각각 평점 9점대 후반으로 독자들로부터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특히 ‘선배는 남자아이’의 경우 일본 소니뮤직그룹 계열사인 ‘애니플렉스(ANIPLEX)’를 통해 TV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돼 올해 방영 예정이다. 글로벌 연재뿐 아니라 영상화까지 이뤄지며 IP(지식재산권) 가치 사슬 시너지를 낼 것으로 꼽히는 기대작이다.


네이버웹툰은 웹툰 종주국인 한국뿐 아니라 미국, 일본에서도 웹툰 시장을 키우기 위해 애쓰고 있는데 세 시장이 중요한 이유는.
“웹툰 시장을 이야기할 때 한국과 일본, 미국 어느 한 곳도 중요하지 않은 곳이 없다. 예컨대 미국은 마블 코믹스, DC 코믹스 등 슈퍼 히어로 중심의 만화 등 독자적인 시장이 존재한다. 미국 시장이 의미가 있는 것은 단순하게 만화 매출이 많이 나오는 것뿐 아니라 IP가 성장했을 때 글로벌에 미치는 파급력이 크기 때문이다. 할리우드를 중심으로 영상화가 진행된다면 엔터테인먼트 사업에서 파급력은 어마어마하다. 일본 망가는 만화 콘텐츠 분야에서 가장 역사가 오래됐고 가장 강력한 팬덤을 가지고 있다. 그만큼 오리지널 콘텐츠를 가장 많이 생산할 수 있는 저력을 갖고 있다. 

한국은 웹툰의 시초이기 때문에 특별하다. 웹툰은 현재 가장 진보적이고 디지털화된 만화 콘텐츠인데 이런 새로운 형태의 콘텐츠 전진 기지로서 전 세계 만화의 재부흥을 이끌고 있다고 생각한다.”

단행본 위주인 이북재팬에 2023년 11월부터 라인망가 오리지널 웹툰을 연재하기 시작했는데.
“3년 전 라인망가가 변신을 시도할 때와 같은 상황이다. 라인망가가 걸어온 길을 이북재팬도 다시 시작해야 한다. 앱인 라인망가와 웹인 이북재팬 사용자층이 서로 다른 만큼 장기적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다.”

올해 목표가 있다면.
“한국 독자들은 한국 웹툰이 최고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한국 작품이 일본으로 미국으로 뻗어가듯, 일본 작품도 한국으로 미국으로 뻗어 가야 웹툰 시장이 더욱 커질 수 있다. 올해는 해외에 라인망가의 작품들을 많이 선보일 예정이고, 한국에도 여럿 소개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