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미르 커비지 
해시덱스 최고투자책임자(CIO)
브라질 군사공학연구소(IME) 컴퓨터공학, 
현 해시덱스 제품 책임자, 전 아메리카
트레이딩그룹(ATG)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및 프로젝트 관리자 사진 해시덱스
사미르 커비지 해시덱스 최고투자책임자(CIO)
브라질 군사공학연구소(IME) 컴퓨터공학, 현 해시덱스 제품 책임자, 전 아메리카 트레이딩그룹(ATG)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및 프로젝트 관리자 사진 해시덱스

“암호화폐 ETF(Exchange Traded Fund·상장지수펀드)는 암호화폐를 직접 보유하는 어려움과 자기 수탁 위험 등을 감수하지 않는 훌륭한 암호화폐 투자 수단이다.”

사미르 커비지(Samir Kerbage) 해시덱스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최근 인터뷰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1월 11일(이하 현지시각)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은 암호화폐 시장에서 중요한 순간으로 여겨지지만, 그보다 먼저 암호화폐를 제도권에 편입한 국가들이 있다. 독일, 호주, 브라질 등이 대표적이다.

해시덱스는 이 중 브라질에 기반을 둔 암호화폐 전문 자산운용사다. 커비지 CIO는 “브라질은 규제 프레임워크를 구축하고, 암호화폐 ETF도 승인하는 등 일찍이 암호화폐 자산을 주식이나 채권과 유사한 금융 자산 클래스로 포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2024년에는 암호화폐가 기존 금융 시스템과 더 통합돼 업계의 새로운 제도적 단계가 시작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암호화폐의 큰 가격 변동성에 대해 커비지 CIO는 “투자자들은 장기적으로 가치를 부여하는 암호화폐 자산의 고유한 특성을 이해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며 “ETF 출시와 기타 제도적 발전으로 암호화폐의 변동성은 낮아지겠지만, 투자자들은 변동성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비트코인의 제도권 편입, 반감기, 기준금리 인하 등이 암호화폐 시장의 변곡점을 가를 3대 변수로 여겨지고 있다.
“SEC의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은 암호화폐 투자자들에게 기념비적인 순간이다. 이 덕분에 금융 자문가는 ETF 상품을 통해 유동적으로 비트코인에 접근하기 쉬워졌다. 투자자들에게도 비트코인이 더 노출되기 시작했다. 4년마다 도래하는 반감기는 비트코인의 ‘예정된 공급 제약’의 핵심 요소다. (비트코인 가격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과거에는 반감기 전후로 12~15개월 동안 비트코인이 강세를 보였다. 

또한 주식이나 다른 위험 자산과 마찬가지로 암호화폐도 저금리 시대에 좋은 성과를 낸다. 현재 거시적 환경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0%에서 4% 이상으로 급격하게 인상했던 2022년보다 훨씬 정상적이다. 암호화폐 가격을 끌어내릴 만한 중대한 매크로 혼란이 나타날 가능성은 여전히 작다. 2023년 한 해 동안의 호조에도 불구하고 암호화폐 가격은 여전히 사상 최고치를 밑돌고 있다.”

SEC의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은 업계의 가장 큰 이슈였다. 이후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나.
“미국 자산운용사 찰스 슈왑의 2022년 설문 조사에 따르면 베이비부머 세대(1955~64년생)의 4%만이 은퇴 투자의 일환으로 암호화폐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밀레니얼 세대(1981~96년생)의 47%와 Z 세대(1997~2010년생)의 43%는 암호화폐에 투자하고 있다고 답한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로서는 젊은 세대에 대한 편향성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ETF 출시 후 고령 투자자들이 익숙한 기관을 통해 암호화폐에 투자할 수 있게 되면서, 이러한 세대 간 격차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현물 ETF는 개인 투자자뿐 아니라 기타 전문 투자자를 포함해 50조달러(약 6경6690조원) 규모의 시장을 개척할 것이지만, 그 과정은 점진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 소식에 단기적으로 투자하고자 하는 이들도 분명히 있지만, 투자자 대부분은 비트코인에 훨씬 더 장기적인 접근 방식을 취하고 있다. 2023년 말 비트코인 장기 보유자 수가 70%로 최고치를 기록한 것이 이를 보여준다. 중요한 점은 대부분의 자산 배분자들이 여전히 암호화폐에 대해 알아가고 있고, 시간이 지나면서 전통적 투자 전략을 보완할 방법을 배우고 있다는 것이다.”

비트코인 외 암호화폐도 제도권으로 편입될 수 있을까.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으로 암호화폐 투자 상품 혁신이 가속화되는 시나리오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생각한다. 현재 비트코인 현물 ETF를 포함한 전 세계 암호화폐 ETP(Exchange Traded Product·상장지수상품)의 총운용 자산은 440억달러(약 58조6872억원)지만, 우리는 이에 대한 수요가 6000억달러(약 800조2800억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강세장이 형성되며 기존 (제도권) 투자자들에게도 암호화폐 ETP가 개방되는 변곡점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비트코인에 이어 이더리움 ETF가 미국 시장에 진입한다면 개별 투자자의 선호도에 맞게 ETF에 투자하는 방안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질 것이다.”

그럼에도 큰 가격 변동성은 여전히 투자 위험 요인 아닌가.
“가격 변동성이 본질적으로 나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는 암호화폐를 포함한 모든 신흥 자산의 가치 결정 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것이다. 일부 관찰자들은 비트코인의 변동성을 이용해 가격이 상승할 땐 투기적 거품이라고 주장하고, 가격이 하락할 때는 투자 자산으로서 실패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런 편협한 시각은 비트코인의 기본 펀더멘털을 인정하는 투자자들이 늘어나면서 변화하고 있다. 투자자들은 장기적으로 가치를 부여하는 암호화폐 자산의 고유한 속성을 이해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ETF 출시와 기타 제도적 발전으로 업계가 성숙해짐에 따라 암호화폐의 변동성은 낮아지겠지만, 투자자들은 변동성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2024년은 크립토 스프링(암호화폐 호황기)의 해가 될까.
“특정 단기 가격 예측은 비트코인의 투자 사례를 이끄는 근본적인 펀더멘털보다 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비트코인의 펀더멘털은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하다. 비트코인은 향후 12~15개월 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고, 이보다 더 빨리 상승할 수도 있다. ETF에 대한 관심 가속화, 반감기의 도래, 지속되는 경제 불확실성 등으로 비트코인이 가치 저장 수단으로 주목받을 가능성이 있어서 그렇다.

더 광범위한 자산 클래스를 고려했을 때, 우리는 암호화폐가 투자자들에게 세대별로 기회를 제공한다고 믿고 있다. 대형 기관들이 암호화폐 도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24년은 암호화폐가 기존 금융 시스템과 더 통합돼 업계의 새로운 제도적 단계가 시작되는 해가 될 것이다. 이를 뒷받침하는 것은 비트코인을 포함한 여러 암호화폐를 활용하고자 하는 기술적 발전이다.”

해시덱스가 기반을 둔 브라질은 암호화폐 제도화 측면에서 앞서고 있다.
“브라질은 암호화폐 자산 규제 측면에서 배울 점이 많다고 생각한다. 브라질 정책 입안자들은 일찍이 암호화폐 자산을 또 다른 금융 상품으로 취급해야 한다고 여겼다. 증권 당국은 수백만 명의 브라질인이 투명성이 보장되지 않는, 규제가 미비한 거래소에서 암호화폐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투자자 보호 필요성을 인식했다. 이후 증권 당국은 암호화폐 투자 위험성을 개선하기 위해 규제 프레임워크를 구축했다. 암호화폐 ETF도 승인했으며, 암호화폐 자산을 주식이나 채권과 유사한 금융 자산 클래스로 포함했다.”

한국에서는 미국 비트코인 현물 ETF 거래를 금지한 금융 당국에 대한 불만이 많다.
“세계적으로 2023년 유럽연합(EU)의 암호자산시장에 관한 법률(MiCA·미카) 승인, 미국의 스테이블 코인 법안 추진 등 규제적 명확성을 향한 긍정적인 조치가 있었다. 2024년에도 이 같은 작업이 지속되고 있으며, 궁극적으로 투자자들이 암호화폐를 포트폴리오에 추가하는 데 자신감을 갖게 할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 각국 정부가 비트코인과 다른 암호화폐에 익숙해질 것이다. 투자자들이 익숙한 구조의 ETP를 통해 이 투자 기회에 접근할 수 있도록 더 많은 수용적인, 적극적인 정책이 나올 것이라 믿는다.”

암호화폐 투자자들에게 조언한다면.
“장기적 관점으로 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특히 규제 대상인 ETP를 통해 투자한다면, 암호화폐를 직접 보유하는 어려움과 자기 수탁 위험 등을 감수하지 않고도 암호화폐에 투자할 수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이주형 기자
이코노미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