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1억2400만 년 전에 깃털을 가졌던 공룡인 카우딥테릭스 상상도. 공작새만 한 크기의 이 공룡은 곤충을 잡아먹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사진 Suwalls 
2 깃털을 가졌던 공룡인 카우딥테릭스(A). 한국 연구진이 화석을 토대로 이 공룡을 닮은 로봇인 ‘로밥테릭스’를 만들어 날개가 곤충(화살표)을 놀라게 해서 
사냥하는 용도로 쓰였음을 입증했다(B, C). 사진 서울대
1 1억2400만 년 전에 깃털을 가졌던 공룡인 카우딥테릭스 상상도. 공작새만 한 크기의 이 공룡은 곤충을 잡아먹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사진 Suwalls 2 깃털을 가졌던 공룡인 카우딥테릭스(A). 한국 연구진이 화석을 토대로 이 공룡을 닮은 로봇인 ‘로밥테릭스’를 만들어 날개가 곤충(화살표)을 놀라게 해서 사냥하는 용도로 쓰였음을 입증했다(B, C). 사진 서울대
깃털 공룡이 풀밭에서 날개를 펼치자, 메뚜기가 놀라 튀어 오른다. 물에서는 공룡이 꼬리를 노처럼 저으며 돌진한다. 영화 ‘쥬라기 공원’ 시리즈의 신작이 나온 것이 아니다. 과학자들이 실험실에서 만들어낸 로봇이 화석과 만나 공룡이 실제로 어떻게 움직였는지 알려주고 있다. ‘로봇 고생물학’이 공룡 연구에서 잃어버린 고리들을 하나씩 찾고 있다.
3 9500만 년 전 살았던 스피노사우루스 상상도. 미국 과학자들은 2020년 ‘네이처’에 “아프리카 모로코에서 발굴한 화석과 로봇 실험을 통해 스피노사우루스가 노처럼 생긴 길고 강력한 꼬리로 물속을 헤엄쳐 다녔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알아냈다”고 밝혔다. 사진 내셔널지오그래픽 4 2억9000만 년 전에 살았던 오로바테스의 화석을 토대로 만든 로봇인 오로봇. 이 로봇을 통해 오로바테스가 오늘날 파충류처럼 걸었다는 사실을 밝혔다. 사진 ‘네이처’
3 9500만 년 전 살았던 스피노사우루스 상상도. 미국 과학자들은 2020년 ‘네이처’에 “아프리카 모로코에서 발굴한 화석과 로봇 실험을 통해 스피노사우루스가 노처럼 생긴 길고 강력한 꼬리로 물속을 헤엄쳐 다녔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알아냈다”고 밝혔다. 사진 내셔널지오그래픽 4 2억9000만 년 전에 살았던 오로바테스의 화석을 토대로 만든 로봇인 오로봇. 이 로봇을 통해 오로바테스가 오늘날 파충류처럼 걸었다는 사실을 밝혔다. 사진 ‘네이처’

날지 못한 공룡, 깃털은 벌레 사냥용

피오르트 야브원스키(Piotr Jablonski)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연구진은 1월 25일 국제 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초기 깃털 공룡이 원시 날개를 비행보다 곤충 같은 작은 동물을 사냥하는 데 썼음을 로봇 실험으로 입증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에는 이상임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교수와 문형필 성균관대 교수도 참여했다.

연구진은 백악기 초기인 1억2400만 년 전에 깃털을 가졌던 공룡인 카우딥테릭스(Caudipteryx)를 연구했다. 이 공룡은 그동안 화석 연구를 통해 공작새만 한 크기에 앞다리와 꼬리에 깃털이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과학자들은 카우딥테릭스의 깃털이 하늘을 나는 것보다 짝짓기 상대를 유혹하거나 알을 품는 데 쓰였다고 추정했다.

한국 연구진은 깃털의 용도가 더 있다고 보고 공룡 화석을 참조해 로봇 공룡인 ‘로밥테릭스(Robopteryx)’를 만들었다. 로봇 공룡을 풀밭에 가져가서 메뚜기 앞에서 날개를 움직이도록 했다. 메뚜기는 놀라 펄쩍 뛰었다.

메뚜기는 천적이 나타나면 풀숲에 숨거나 제자리에서 죽은 척을 한다. 로봇 공룡이 날개 골격을 움직이자 바로 뛰어올랐다. 실제 공룡이라면 바로 메뚜기를 잡을 수 있는 상황이다. 로봇 공룡의 유인 전략에 말려든 메뚜기는 절반 가까이 됐다. 연구진은 날개 골격에 깃털 모양으로 종이를 붙였다. 이 상태로 날개를 펴자 유인 전략에 말려든 메뚜기의 비율이 93%까지 뛰어올랐다. 날개가 넓고 색이 밝을수록 혼비백산해 뛰어오르는 메뚜기가 더 많았다.

“식충 공룡 아니었다” 반박도 나와

연구진은 “원시 날개를 가진 공룡들이 날개로 곤충을 놀라게 해 사냥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오늘날 날지 못하는 조류 중에서도 비슷한 방식으로 땅에서 날갯짓해서 곤충을 놀라게 하는 종들이 있다. 야브원스키 교수는 “날개가 클수록 새들이 곤충을 더 많이 잡아서 둥지로 가져온다”며 “깃털을 가진 공룡 역시 사냥을 잘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미국 시카고 필즈 박물관의 징마이 오코너(Jingmai O’Connor) 박사는 라이브 사이언스와 이메일 인터뷰에서 “카우딥테릭스나 안키오르니스(Anchiornis)처럼 날지 못하는 깃털 공룡이 곤충을 잡아먹었다는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오코너 박사는 2019년 공룡 화석과 오늘날 조류의 소화기관을 비교해 카우딥테릭스가 주로 식물을 먹었고, 안키오르니스는 도마뱀과 물고기를 먹었다고 발표했다.

헤엄치며 사냥한 육식 공룡도 로봇으로 입증

로봇으로 공룡의 생전 모습을 복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미국 하버드대 연구진은 2020년 ‘네이처’에 “아프리카 모로코에서 발굴한 화석을 통해 9500만 년 전 살았던 스피노사우루스(Spinosaurus)가 꼬리를 노처럼 움직여 물속을 헤엄쳐 다녔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알아냈다”고 밝혔다.

스피노사우루스는 영화 ‘쥬라기 공원 3’에서 공룡계의 최강자인 티라노사우루스(Tyrannosaurus)를 압도하는 모습을 보였다. 사실 티라노사우루스가 스피노사우루스보다 2500만 년 이상 뒤에 나타나 두 육식 공룡의 전투 장면은 허구다. 과학자들은 로봇 고생물학을 통해 두 공룡이 같은 시기에 살았어도 마주치기 어려웠음을 밝혔다. 티라노사우루스는 육지를 지배하고 스피노사우루스는 물속 최강자였다는 것이다. 스피노사우루스는 라틴어로 ‘등뼈 도마뱀’이란 뜻이다. 등뼈들이 척추에서 수직으로 뻗어 돛 같은 형태를 이루고 있다. 그간 과학자들은 스피노사우루스가 악어와 비슷한 턱과 이빨을 가졌다는 점에서 오늘날 회색곰처럼 물가를 걸어 다니며 물고기를 잡아먹었다고 추정했다.

하지만 2015~2019년 모로코에서 그동안 형태를 알 수 없었던 꼬리뼈가 온전히 발굴되면서 스피노사우루스의 생전 모습이 다시 바뀌었다. 공룡은 성체가 아님에도 몸길이가 12m를 넘고 꼬리 길이만 5m에 가까웠다. 꼬리에도 등처럼 뼈들이 수직으로 나 있어 물고기의 지느러미 같은 형태를 이루고 있었다. 꼬리의 축을 이루는 뼈들은 서로 완전히 맞물리지 않아 악어처럼 흔들기에 좋은 형태였다.

연구진은 화석 형태대로 꼬리 모형을 만들어 실험했다. 그 결과 스피노사우루스는 꼬리를 흔들어 물속에서 동시대 다른 육식 공룡보다 8배나 강한 추력을 만들 수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에너지 효율도 3배 가까이 높았다. 이는 오늘날 악어에 맞먹는 수치였다.

악어 조상의 걸음걸이도 로봇으로 재연

악어의 과거 모습도 로봇을 통해 드러났다. 독일 베를린 훔볼트대와 스위스 로잔연방공대 연구진은 2019년 ‘네이처’에 “2억9000만 년 전에 살았던 파충류인 오로바테스(Orobates)가 생각보다 훨씬 효율 적으로 걸을 수 있었음을 컴퓨터 시뮬레이션(가상 실험)과 로봇 연구로 입증했다”고 밝혔다. 

2008년 독일에서 오로바테스의 화석이 발굴됐다. 오로바테스는 양서류와 파충류의 중간 형태로 추정됐다. 연구진은 오로바테스 화석의 골격과 발자국 화석을 토대로 생전에 어떻게 이동했는지 보여주는 컴퓨터 입체 영상을 만들었다. 시뮬레이션한 결과, 오로바테스는 악어나 이구아나 같은 파충류처럼 배를 지면에서 떼고 다리를 세워 걸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도롱뇽 같은 양서류는 배를 바닥에 대고 다리를 옆으로 뻗으며 기어간다. 연구진은 화석 모양대로 만든 로봇인 ‘오로봇(OroBOT)’으로 보행 실험을 진행해 같은 결과를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