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올해 32개의 대형 은행을 대상으로 ‘스트레스 테스트(stress test·재무 건전성 평가)’를 실시하면서 2023년 3월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당시와 유사한 시나리오를 포함하기로 했다고 2월 15일(이하 현지시각) 밝혔다. 그동안 연준은 2007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도입한 은행의 자본 건전성 강화 조치와 연례 스트레스 테스트 덕에 미국의 금융 시스템의 기초 체력과 회복력이 10년 전과 달리 강해졌다고 주장했었다. 하지만 최근 뉴욕커뮤니티뱅코프(NYCB)가 상업용 부동산 부문 손실을 공개하며 주가가 급락하는 등 지역은행과 상업용 부동산 대출에 대한 우려가 다시 불거지고 있다. 연준은 향후 몇 달간 테스트를 진행하고 오는 6월에 결과를 공개할 예정이다. 각 은행의 평가 점수는 배당과 자사주 매입 등에도 영향을 끼치는 만큼 월가에서도 테스트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필자들은 “미국 소형 은행들의 위기가 발생한 지 거의 1년이 지난 지금 이 사태를 다시 살펴봐야 한다”면서 “이러한 문제가 몇몇 불량 은행에만 국한된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이 편리할 수도 있겠으나, 문제는 시스템상에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난해 파산한 은행 중 한 곳을 인수한 미국 뉴욕 지역은행인 NYCB는 최근 대규모 손실을 발표하면서 이 과정이 여전히 진행 중임을 상기시켰다”며 “대마불사(大馬不死·너무 커서 실패하지 않는다)도 충분히 나쁜 일이지만, 이제 우리는 실패하기에는 너무 많아졌다. 2023년 3월의 작은 위기는 은행 역사상 주석(footnote) 이상의 의미를 지니며 우리는 이를 덮어둘 여유가 없다”고 경고했다.
라구람 라잔 시카고대 
부스경영대학원 교수
전 인도 중앙은행 총재, 
전 국제통화기금(IMF) 
수석이코노미스트
라구람 라잔 시카고대 부스경영대학원 교수
전 인도 중앙은행 총재, 전 국제통화기금(IMF) 수석이코노미스트

미국의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이 발생한 지 거의 1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이 에피소드를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찻잔 속의 태풍에 불과했을까. 정말로 시스템상의 위협이 있던 것일까, 아니면 몇몇 은행의 문제였을까. 미국 연준과 재무부의 개입을 걱정해야 할까, 혹은 안심해야 할까. 

2023년 3월 미국의 중견 은행 세 곳이 갑자기 파산한 것을 기억할 것이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① 2008년 파산한 워싱턴 뮤추얼에 이어 미국 역사상 두 번째로 큰 규모의 은행 파산으로 기록된 SVB다. 대략 잡아봐도 SVB의 예금 중 약 90%가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것이었으며,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예금은 부실화되기 쉬웠다. 

설상가상으로 SVB는 금리가 상승함에 따라 시장가치가 하락한 장기 채권에 상당한 금액을 투자한 상태였다. SVB가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보유 채권 중 일부를 매각하면서 채권 포트폴리오에 포함된 미실현 손실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주식 공모 실패는 전형적인 ② 뱅크런을 촉발했다.

이러한 문제가 몇몇 불량 은행에만 국한된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이 편리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문제는 시스템상에 있었다. 연준이 양적 완화(QE)를 실시할 때는 금융기관으로부터 채권을 매입한다.

비랄 아차르야 
뉴욕대 스턴경영대학원 
경제학 교수
전 인도 중앙은행 부총재
비랄 아차르야 뉴욕대 스턴경영대학원 경제학 교수
전 인도 중앙은행 부총재

일반적으로 채권을 판매한 금융기관들은 매각 대금을 은행에 예치하며, 이로 인해 은행 시스템에서 무보험 예금이 많이 증가한다. 은행의 자산 측면에서 보면 중앙은행 지급 준비금도 이에 상응하여 증가한다. 지급준비금은 지구상에서 가장 유동적인 자산이며, 돈을 찾으러 온 조급한 예금자를 만족시키는 데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금융기관들은) 안정적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양적 완화가 계속되면서 자산 규모가 500억달러(약 66조6900억원) 미만인 소형 은행들은 이 안정적인 위치에서 멀어졌다.

역사적으로 살펴볼 때, 미국의 소형 은행들은 보수적으로 자금을 조달해 무보험 요구불예금(demandable deposit·예금주의 요구가 있을 때 언제든지 지급할 수 있는 예금)이 부채의 약 10%에 불과했다. 그러나 연준이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 시대의 양적 완화를 끝낼 무렵, 이들 은행의 무보험 요구불예금은 부채의 30%를 넘어섰다. 그 수준은 여전히 SVB보다 훨씬 낮은 편이지만, (이 기관들도) 엄청난 것을 감당해야 했음이 분명했다. 

과거에는 소형 은행들도 유동성에 대해 더 보수적인 태도를 취했다. 2008년 말 양적 완화가 시작될 당시, 자산이 500억달러 미만인 은행의 지급준비금은 무보험 요구불예금보다 많았다. 그러나 2023년 초에는 발행한 실행 가능 청구권 총액이 유동성 자산의 1.5배에 달했다. 유동적인 지급준비금을 보유하는 대신 장기 유가증권과 상업용 부동산(CRE) 대출의 상당 부분을 포함한 정기 대출에 더 큰 비중을 두게 됐다. 따라서 연준이 금리를 인상하자 이들 은행 자산의 경제적 가치가 급격히 하락했다. 일부 하락분은 회계상의 편법으로 숨겨졌지만, SVB의 갑작스러운 몰락으로 인해 투자자들은 은행의 대차대조표를 더욱 면밀히 조사하게 됐다. 그들이 본 것은 신뢰를 심어주지 못했다. 나스닥 은행 지수는 25% 이상 하락했고, 많은 은행에서 예금이 유출되기 시작했는데, 그중 상당수는 갑작스러운 자금 유출을 감당할 만한 유동성을 갖지 못했다. 소형 은행에 (뱅크런이) 전염될 위험이 현실화하였고, 문제가 더 광범위하게 확산할 가능성도 커졌다.

중요한 것은 민간 자금이 대형 은행으로 몰리면서 중소형 금융기관으로 유입되는 자금은 거의 없었다는 점이다. 그 때문에 당국이 구조에 나서야 했다. SVB가 사라진 직후, 미국 재무부는 신호를 보냈다. 소형 은행에서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예금자는 더 이상 은행이 무너져도 손실을 보지 않을 것이라는 신호 말이다.

연준은 금리 인상으로 인한 유가증권 가치 하락을 조정하지 않고 은행이 보유한 유가증권의 액면가에 상응하는 돈을 최대 1년간 빌려주는 관대한 새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그리고 사실상 미국 정부의 산하기관인 연방주택대출은행(FHL은행)은 연준의 긴축 정책이 진행된 2022년 3월과 2023년 3월 사이 이미 은행 시스템에 대한 총대출을 세 배 늘린 데 이어 스트레스를 받는 은행에 대한 대출을 늘렸다. 중소 은행들이 이들 공식 자금출처로부터 빌린 차입금이 급증한 것이다.

미 재무부는 뱅크런을 근본적으로 테이블에서 제외했고, 연준은 더 이상 패닉 상황까지는 아니더라도 지속되는 예금 인출에 대응할 수 있는 자금을 은행에 제공했다. 은행들이 대차대조표에서 손실을 인식하고 흡수하면서 잠재적인 은행의 위기는 서서히 불타오르는 은행 문제로 전환됐다. 

지난해 파산한 은행 중 한 곳을 인수한 미국 뉴욕 지역은행인 ③ 뉴욕커뮤니티뱅코프(NYCB)는 최근 대규모 손실을 발표하면서 이 과정이 여전히 진행 중임을 상기시켰다. 2023년 3월 이후 소규모 기업의 러셀 마이크로캡 지수(미국 증시에 상장된 시가총액 3억달러 미만 소형주 2000개로 구성)가 대기업으로 구성된 S&P 100 지수를 크게 밑돌면서 소형 은행의 문제가 중소기업에 부담을 주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디에 남겨지게 될까. 재무부와 연준이 개입하지 않았다면 상황은 더욱 악화했을 수 있지만, 공황이 쉽게 진정된 것처럼 보였기 때문에 대중의 관심이 다른 곳으로 옮겨갔다. 열렬한 자유주의자들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소형 은행을 구하기 위해 필요한 개입의 정도에 대해 크게 신경 쓰지 않은 것 같고, 취약점을 초래한 상황에 대한 광범위한 조사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아직도 몇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이 나오지 않았다. 2023년 은행 스트레스의 씨앗의 어느 정도가 팬데믹으로 인한 통화 부양책과 은행이 그 돈으로 무엇을 했는지에 대한 느슨한 감독으로 인해 뿌려졌을까. 연방주택대출은행의 부양책이 실패 은행의 자본 확충 노력을 지연시켰을까. SVB의 실패 이후 공식적인 백스톱(유동성 안전장치)에 의존한 은행들이 고통받는 상업용 부동산 대출 채무자를 유지함으로써 최종적인 정리를 미루고 있는 것뿐인가. 

위험을 무릅쓴 사람들, 이 경우에는 은행이나 무보험 예금자들이 위험이 현실화했을 때 아무런 대가를 치르지 않는 것은 자본주의에 바람직하지 않다. 

지난 15년 동안 대대적인 은행 개혁을 단행했음에도 불구하고 당국은 동일한 위험을 감수한 시장 플레이어가 매우 많다면 구제할 의향이 있음을 다시 한번 보여줬다. 대마불사도 충분히 나쁜 일이지만, 이제 우리는 실패하기에는 너무 많아졌다. 2023년 3월의 작은 위기는 은행 역사상 주석(footnote) 이상의 의미를 지니며 우리는 이를 덮어둘 여유가 없다. 

ⓒ프로젝트신디케이트

Tip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여파로 사라진 미국 최대 저축은행. 금융기관에서 대출받아 부동산을 사들였던 미국인들이 부동산 가격 폭락으로 대출을 갚지 못하면서 주택 대출을 주력으로 하던 워싱턴뮤추얼이 직격탄을 맞았다. 자산 규모 3100억달러, 전국 점포 2300여 개, 4만3000명의 직원을 거느린 미국 최대의 저축은행이었으나, 순식간에 주가가 98% 폭락하며 사실상 휴지 조각으로 변했다. 결국 JP모건체이스가 워싱턴뮤추얼을 인수하면서 법인이 사라졌다. 

은행의 대규모 예금 인출 사태로 은행에 돈을 맡긴 사람들이 은행 건전성에 문제가 있어 예금을 빼낼 수 없을 수 있다고 비관적으로 인식하면서 앞다퉈 돈을 빼내는 현상을 말한다. SVB는 2023년 3월 9일 18억달러(약 2조4000억원) 손실을 봤다는 공시를 내자마자 부실 우려 소식이 스마트폰 메신저를 통해 실리콘밸리에 삽시간에 퍼졌고, 예금자들이 즉시 스마트폰으로 돈을 인출하는 바람에 하루 만에 56조원이 빠져나갔다. SVB는 결국 유동성 부족에 따른 지급 불능 상태가 돼 다음 날인 3월 10일 폐쇄됐다.

최근 미국 상업용 부동산(CRE)의 공실률이 높아지면서 자금을 빌려준 미국 지역은행 뉴욕커뮤니티뱅코프(NYCB)가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NYCB는 1월 31일 실적 발표에서 2023년 4분기에 2억6000만달러(약 3460억원)의 순손실을 냈다고 밝혔다. 예상치 못한 실적 악화 소식에 10달러대였던 주가는 60% 급락했다. 이에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NYCB의 신용 등급을 두 단계 낮춰 ‘정크 등급(Ba2)’으로 강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