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인턴들이 들어오면 ‘어느 업무지구에서 일하고 싶냐’고 항상 물어봐요. 의외로 (광화문·종로 같은) 도심(CBD·중심업무지구)이라는 답변이 제일 많아요. ‘힙지로’나 익선동 등과 시너지가 그들에게 중요하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최근 서울 종로구에 있는 CBRE코리아에서 최수혜 리서치 총괄 이사를 만났다. 최 이사는 업계 최고 수준의 품질을 자랑하는 부동산 보고서를 만드는 전문가로, 지난해 본인이 이끄는 리서치팀이 발간한 리포트만 14개에 달한다고 했다. CBRE는 지난해 매출 319억달러(약 42조원)를 기록한 세계 최대 상업용 부동산 서비스 및 투자 기업으로 직원수가 100여 개국 13만 명에 이른다. 

CBRE 한국법인인 CBRE코리아에서 오피스와 물류, 리테일 등 상업용 부동산 전반의 흐름을 한발 앞서 읽으며 업계에 정보를 전달하는 최 이사에게 올해 국내 오피스 시장 전망과 서울 주요 업무지구 현황, 글로벌 자본의 국내 움직임 등을 들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최수혜 CBRE코리아 리서치 총괄 이사미국 오하이오주립대 호텔경영학, 전 대성산업 건설·유통사업부 대리, 전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 컨설팅 부문 차장 사진  남강호 조선일보 기자
최수혜 CBRE코리아 리서치 총괄 이사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호텔경영학, 전 대성산업 건설·유통사업부 대리, 전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 컨설팅 부문 차장 사진 남강호 조선일보 기자

올해 국내 오피스 거래 규모가 10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근거가 무엇인가.

“2021년 이후 3년간 오피스 거래 규모가 계속 줄었는데, 올해 좀 회복할 것 같다. 배경으로는 우선 거래되고 있는 물건이 상당히 많다. 실제로 투자가 이뤄질지는 알 수 없지만 매물로 나온 것만 봐도 거의 18조~20조원 정도 된다. 그중에 실제 거래 가능성이 있는 물건만 추렸을 때 약 9조원가량 되지 않을까 한다. 마곡 등지에서 과거 개발 당시 선매입됐다가 준공된 것들도 있다. 또 하반기 국내에서 금리 인하가 나타날 가능성이 보이고 있다. 더불어 물가 안정 등 현상이 하반기 이후 가시화할 것 같다. 

또 CBRE코리아에서 매년 국내 주요 기관이나 운용사 상위 직급자 100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하는데, 지난해에 비해 올해 매입·매각 활동을 늘리겠다는 답변이 훨씬 많았다. 그중에서 최선호 섹터로 오피스가 꼽혔다.”

서울 내에서도 올해 오피스 시장에서 주목할 만한 업무지구가 있다면.

“서울 주요 업무지구 중에선 여의도(YBD)다.”

의외다. 

“CBD나 강남(GBD)보다 규모는 작지만 최근에 두드러진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3년 전만 해도 여의도에 대규모 오피스 빌딩인 파크원이 공급되면서 공실률이 20% 중반까지 치솟았다. 그런데 지난해 말 기준으로 공실률이 1~3%에 불과할 정도로 빠르게 회복됐다. 임대료도 세 업무지구 중 가장 낮아 경쟁력이 있고, 프라임급 자산이 많이 공급되면서 수요를 유인한 측면도 있다. 이 때문에 임대료 성장률만 본다면 세 업무지구 중 가장 높았다. 지난해 여의도 실질 임대료는 15% 이상 올랐다.”

최근 성수가 강남의 배후 수요를 빨아들이면서 성수 업무지구(SBD)라는 명칭으로 불리기도 한다. 성수의 미래를 어찌 보나. 

“사실 성수는 아직 YBD보다도 규모가 훨씬 작다. 특히 연면적 최소 3만3000㎡(1만 평) 이상의 A급 오피스 시장만 보면 더욱 차이가 난다. 최근 성수에 많이 들어선 지식산업센터는 A급 자산과는 다르다. 

지식산업센터는 주로 섹션 오피스(넓은 평수를 쪼개 활용하는 사무실)로 활용하는 데다 분양형이어서 개인 소유자들이 분양받는경우도 있어 대형 임차인이 임차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그러다 보니 성수에서 A급 업무 시설이라고 하면 아크로서울포레스트 정도가 유일하다.

이 지역 오피스 수요 산업군을 보면 제조· 정보기술(IT)·리테일 등의 비중이 높다. IT나 제조는 다른 업무지구에서도 주요 수요원이긴 하지만, 사실 서울 A급 오피스 시장은 주로 금융이 차지하고 있다. 근본적으로 수요 산업군의 차이가 있다고 보면 된다. 향후 입주가 예정돼 있는 기업도 젠틀몬스터, 무신사 등 리테일 사옥 위주다.

그래서 규모 측면에서 다른 업무지구와 비교하기는 어려운데, 그럼에도 성수에 관심도가 높아진 이유는 임대료 측면일 것 같다. 성수는 명목 임대료 수준이 거의 서울 A급 오피스 평균 수준으로 비싸다. 최근에는 지식산업센터들도 높은 임대료를 부르고 있다. 이유는 있다. 위치상으로 도심이나 강남에서 접근성이 좋아 벤처나 신생 리테일 기업 등에는 매력적인 곳이다.”

서울 오피스 시장 현황과 전망은.

“최근에는 오피스에 공실이 없어서 임대인들이 공격적으로 임대료를 올리고 있다. 이 추세가 지난 2년간 계속됐는데, 올해도 마찬가지일 것 같다. 내년에도 A급 오피스 공급이 없다. 그런데 경기가 안 좋지 않나. 그래서기업들이 과연 높은 임대료를 계속 감당할 수 있을지, 그렇다면 오피스 시장 상황이 진짜 좋은 게 맞는지, 실제로는 잠깐 공급이 없어서 그런 것은 아닌지 등 같은 궁극적인 질문이 나오는 때인 것 같다. 

한국도 초고령 사회에 들어서면 더더욱 인력은 줄어들 것이고 궁극적으로 오피스 수요가 줄어드는 게 맞지 않나. 그래서 올해는 이부분을 중점적으로 파보려고 생각 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26년부터 오피스 공급이 꽤 많은데 이 공급은 거의 도심에 집중돼있다. 2027년까지 2년 동안 약 100만㎡(약 30만 평)가 공급되는데, 1만 평짜리를 A급 오피스 1개라고 치면 30개가 들어오는 상당히 큰 규모다. 반면 강남과 여의도는 과거 공급 추이와 비교해 반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도심 이야길 하니 대표 업무지구인 강남과 비교해 보고 싶다. 과거에 비해 두 업무지구의 위상이나 규모 등에 변화가 있나.

“사실 현재까지 CBD가 (규모 면에서) 서울 세 주요 업무지구 중 가장 크다. 오피스 시장의 50% 정도 된다. 아무래도 규모도 크고 역사도 길기 때문에 낙후되기도 했지만 동시에 재개발 기회도 많다. 명목 임대료도 아직 제일 높다.

최근에는 을지로 쪽에 세운지구 등 향후오피스 공급이 몰려 있어 업무 시설이 상당히 좋아질 것 같다. 임대인의 희망 임대료이긴 하지만 현재 CBD 최고 수준을 타깃으로 하면서 공격적인 포부를 밝히고 있을 정도니 말이다. 

도심 권역은 앞으로도 최대 업무지구로서 입지를 유지할 것으로 본다. 금융권의 꾸준한 수요 역시 이를 뒷받침한다. 도심은 금융 수요가 3분의 1 정도를 차지한다면, 강남은 20% 수준에 불과하다. 강남에서는 제조업이나 외국계 IT 기업 등이 두드러진다. 물론 이들 업종 역시 성장하는 산업이어서 장기적으로 강남 수요도 견고할 것으로 본다. 여담이지만 CBRE코리아에 입사하는 인턴들에게 ‘어느 업무지구에서 일하고 싶냐’는 질문을 꼭 해 본다. 의외로 도심에서 일하고 싶다는 답변이 가장 많다. ‘힙지로’로 불리는 을지로나 익선동, 북촌 등이 가까워 업무와 리테일시너지가 크고 청계천이나 고궁(古宮) 등 자연경관이 어떤 ‘분위기’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좋아하는 것 같다.”

최근 미국 상업용 부동산 시장은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국 시장과 분위기가 상반되는데, 이유는 뭐라고 분석하나.

“우선 국내의 경우 오피스 공급이 거의 없었던 게 크다. 또 다른 요인으로는 사회·문화적 차이가 있을 것 같다. 미국은 코로나19 이후 재택근무가 늘면서 오피스 공실률이 치솟았다. 미국은 땅과 집이 모두 크기 때문에 출퇴근 거리가 비교적 가까운 한국보다는 재택근무가 효율적일 수 있다. 반면 한국은 재택근무 복귀율이 코로나19 이전 수준과 비슷하다. 서울은 코로나19 때도 공실률이 계속 떨어졌는데, 소위 ‘까라면 까는’ 문화도 한몫한 것 같다.

또 국내는 A급 오피스 임차인 80%가 국내 기업이다. 해외 기업들은 최근 홍콩에서 싱가포르로 옮겨가는 사례처럼 임차를 언제든지 철회할 수 있는 리스크가 있는데 서울은 그렇지 않은 거다. 국내 기업 중에서도 대기업과 그 계열사 등이 주요 임차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