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9일 경기 성남시 백현동 삼성SDS 판교 캠퍼스 내 글로벌컨트롤센터(GCC). 세계 곳곳에서 운항 중인 1500여 대의 삼성SDS 선박 위치를 실시간으로 표시하는 가로 7.3m, 세로 1.4m 대형 스크린에 ‘돌발 정지(Suddenly Stop)’라는 문구와 함께 말레이시아 부근 해상에 노란색 표시가 나타났다. 이부근을 운항하는 선박이 갑자기 운항을 멈췄으니, 확인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GCC 관계자는 선박 정보를 확인하며 상황 파악에 나섰다. 화면 속 컨테이너선을 클릭해 보니 선박에 어떤 화물이 실려있는지, 어떤 경로를 지나왔고 앞으로 어떤 경로를 항해할 예정인지 등이 확인됐다. 인공지능(AI)이 선박의 예상 경로 및 시간과 실제 궤적 사이의 차이가 있음을 발견하고 알림을 보낸 것이다.

김업 삼성SDS 물류마케팅그룹장은 “우리 짐을 싣고 있는 배들이 실시간으로 보내는 위치 정보를 수집해 분석한다”면서 “갑자기 배가 멈추거나 방향을 급선회하는 등 이상 징후를 보이면 전 세계 56개 거점을 통해 상황을 파악하고, 문제가 생길 경우 고객사와 협의해 우회 경로를 안내한다”고 했다.

2월 19일 경기도 성남시 삼성SDS 판교 캠퍼스에 있는 글로벌컨트롤센터(GCC)에서 물류마케팅그룹 직원이 선박 상황을 확인하고 있다. 사진 삼성SDS
2월 19일 경기도 성남시 삼성SDS 판교 캠퍼스에 있는 글로벌컨트롤센터(GCC)에서 물류마케팅그룹 직원이 선박 상황을 확인하고 있다. 사진 삼성SDS

실시간으로 화물 위치 및 이상 징후 파악

이날 오전 GCC 화면에는 8개의 위험 상황이 표시돼 있었다. 선박 통행에 차질이 생길가능성이 있는 곳을 표시한 것이다. 이 중 예멘 반군의 민간 선박 공격과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전쟁 내용은 공지처럼 화면 상단에 고정돼 있었다. 삼성SDS는 고객사들이 물류 관련 위험을 한눈에 보기 쉽도록 작년 말부터 ‘글로벌 리스크 맵’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고객사별로 실시간 맞춤형 정보도 전달하고 있다.

삼성SDS의 디지털 물류 플랫폼 ‘첼로스퀘어(Cello Square)’는 물류 전 과정을 통제하기 위해 AI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AI가 전 세계에서 쏟아지는 뉴스를 통해 전쟁, 파업, 자연재해 등 삼성SDS 화물이 지나가는 지역의 상황을 파악하고 실시간으로 반영하는 식이다. 각 지역의 상황은 종류와 심각성에 따라 위험(초록), 이상(파랑), 개별 선박 문제(노랑)로 구분돼 표시된다.

GCC 안에서는 매일 치열한 분석과 예측이 이뤄진다. 오늘 도착해야 할 자재가 예상치 못한 일로 도착이 지연되면, 최악의 경우 고객사의 해외 공장 가동이 중단돼 큰 손실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모든 물류 과정이 정시에 이뤄지도록 하는 게 이곳의 목표다. 아이슬란드의 화산 폭발 등 물류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상황이 발생하면 이곳 자체가 또 하나의 ‘워룸(War Room)’이 된다.

GCC 관계자는 “부산에서 출발해 홍해를 거쳐 유럽으로 가야 하는 선박이 있다고 가정하면, 후티 반군의 홍해 교란으로 기존 경로로는 항해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고객사에 아프리카 남단 희망봉으로 멀리 우회하거나, 비용이 더 들더라도 두바이까지 선박으로 화물을 이동시킨 후 유럽까지 항공 화물을 이용하라는 식의 대안을 제시한다” 고 말했다.

물류 전 과정을 통제하기 때문에 GCC 화면에는 선박뿐 아니라 항공·GPS·컨테이너에 대한 정보도 표시된다. ‘항공뷰’의 경우 선박처럼 항공의 실시간 위치와 이동 경로를 표시하고 있고, GPS뷰는 화물이 실린 트럭의서는 컨테이너가 놓인 터미널 위치, 언제까지 터미널에서 화물을 내려야 하는지 등을 확인할 수 있다. 경로는 물론이고 트럭이 안전한 위치에 주차돼 있는지 파악한다. 컨테이너뷰를 통해서는 컨테이너가 놓인 터미널 위치, 언제까지 터미널에서 화물을 내려야 하는지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우용호 삼성SDS 첼로스퀘어 사업 담당 상무. 사진 삼성SDS
우용호 삼성SDS 첼로스퀘어 사업 담당 상무. 사진 삼성SDS

통합물류시스템으로 '탄소 배출량' 추적 및 관리

삼성SDS는 삼성그룹의 IT 서비스 계열사로 지난 2010년 물류 사업을 시작했다. 2015년부터는 첼로스퀘어를 내세워 중소·중견기업을 공략했다. 전통적인 물류 회사가 아니라 IT 회사라는 점이 기회가 됐다. 기존 IT 인프라를 활용해 ‘물류 디지털라이제이션(Digita-lization)’을 이뤄낼 수 있던 것이다. 삼성SDS는 지난해 매출 13조2768억원 중 7조1700억원을 물류 사업에서 올렸다.

우용호 삼성SDS 첼로스퀘어 사업 담당 상무는 “2010년대 초반만 해도 물류 위치, 선적서 등 물류 관련 정보를 수작업으로 표시했기 때문에 정확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의사 결정이 어려웠다”면서 “아날로그 데이터의 디지털화를 통해 환적·하역 등 물류 정보의 가시성을 확보하고, 변수에 따른 시간과 비용을 제시해 고객사가 최선의 의사 결정을 하도록 돕는다”고 말했다.

삼성SDS의 통합물류시스템은 코로나19,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등으로 전 세계적인 물류난이 벌어지면서 빛을 발했다. 1월 말 기준 첼로스퀘어 가입사는 1만1000여 개로, 2022년 말 3000여 개였던 것과 비교하면 불과 1년여 만에 네 배 가까이 늘어났다. 첼로스퀘어는 지능형 물류 공급망 관리의 한 축으로 진화하면서 작년 4분기 기준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52% 성장한 2410억원을 기록했다.

AI를 활용한 통합물류시스템은 고객사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도 책임진다. 현재는 물품의 운송, 보관, 현지 배송 등 물류 과정에서 발생이 예상되는 탄소 배출량을 표시하고 있는데, 앞으로 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는 솔루션도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최적의 경로 안내뿐 아니라 최선의 적재 방법 안내 등을 통해 물류 전 과정의 효율성을 높일 계획이다. 독일에서는 현지 배송에 수소 전기 트럭을 도입한 상태다.

삼성SDS는 올해 적극적으로 물류 사업의 덩치를 키울 계획이다. 작년 기준 13개국인 첼로스퀘어 서비스 지역을 올해까지 30개국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또 물류 사업 고객사 중 비(非)삼성 기업의 비율을 늘려나간다는 구상이다. 물류 디지털라이제이션 효과가 글로벌 고객사들에 인정받아 비삼성 비중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물류 사업 성장세도 가팔라질 것으로 회사는 예상하고 있다.

우 상무는 “최근 글로벌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고객사들의 물류비용을 줄여주는 게 더욱 중요해졌다”면서 “첼로스퀘어를 통해 고객사들이 최소 비용으로 물류 효율을 높일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물류 전반에 디지털화가 이뤄져야 다양한 변수에 대한 기업들의 펀더멘털(기초 체력)도 강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