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행위를 저지르고 자본시장을 왜곡하는 사람들에 대해 엄중 경고하며, 신뢰 회복과 중국 증권거래소 하락을 막기 위해 더욱 엄격한 규제 환경을 조성하겠다.” 

우칭(吳淸)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이하 증감회) 주석 겸 당서기가 3월 6일(이하현지시각)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국회) 부대 행사의 외신 기자회견에서 “임기가 시작된 지 얼마 안 된 신인(rookie)으로서 배울 점이 많다”면서도 이 같은 경고를 날렸다. 

우 주석은 2월 7일 10대 증감회 신임 주석에 임명됐다. 부동산 위기와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 조짐 등 경기 둔화 우려로 중국 증시가 크게 흔들리는 상황에서 증권 감독 당국 수장을 전격 교체했다는 분석이 이어졌다. 2019년 1월부터 증감회 주석을 맡아온 이후이만(易會滿)의 교체는 중국 증시가 2021년 2월 고점(CSI300 지수기준)을 기록한 이후 3년째 추락하자 분위기 쇄신 차원에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증감회 사상 최초 '증시 규제 전문가' 임명

우칭 주석의 등장은 추락하는 중국 증시 부양을 위해 당국이 규제의 칼을 휘두를 의지를 보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역대 증감회 주석들은 1~9대까지 전부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을 비롯한 대형 국유 은행 출신이었으나, 신임 주석은 시장을 교란하는 행위에 대한 단속을 해온 주식시장 전문가다.

상하이시 당 부서기를 지낸 우 주석은 최대 정치 행사인 전인대 기간 가진 기자회견에서 ‘공개·공평·공정’을 가장 중요한 원칙으로 삼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우 주석은 “자본시장의 핵심은 강화와 엄격에 있다”며 “투자자는 시장의 근본, 상장사는 시장의 기초다. 때문에 반드시 투자자를 진심으로 대하고 상장사의 품질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했다. 증감회는 앞으로 주식시장, 채권시장, 선물 및 파생 상품 시장 등에서 각 주체와 각 단계에 대한 전면적인 조사 및 감독·관리에 나설 예정이다.

블룸버그는 그의 발언에 대해 “중국 정부가 9조달러 규모에 이르는 (중국) 주식시장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을 때 나온 것”이라며 “잘못에 대해 무관용(zero tolerance)과 강경책(hard-line approach)으로 유명한 우 주석이 (주식시장) 회생을 위해 보다 강력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희망을 키우고 있다”고 전했다.

우 주석은 특히 “일반적으로 시장에 개입해서는 안 되지만, 펀더멘털에서 급격하게 벗어나거나, 비합리적이고 심각한 변동성을 보이거나, 극도의 유동성 부족, 시장 패닉 또는 심각한 자신감 부족을 보일 때 우리는 단호하게 행동해 시장 실패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증시 개입 의지를 서슴지 않고 내보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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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예탁금 불법 운용 증권사 대거 잡아 '브로커 도살자'로 유명세

1965년생 안후이성 출신인 우 주석은 중국 상하이재경대에서 재정학을 전공했으며 인민대 재정학 석사와 영국 케임브리지대 경영학 석사(MBA), 인민대 경제학 박사를 취득했다. 1989년 증감회 입사, 2010년 상하이시로 자리를 옮겨 당 위원회 서기 등을 지내다가 2016년 다시 증권계로 복귀해 상하이증권거래소를 이끈 바 있다.

우 주석은 2005년 증감회 위험처리실 주임으로 승진한 후 당시 고객예탁금을 불법적으로 운용한 증권사 31곳을 잡으면서 업계에서 인정받기 시작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그는 이때를 계기로 ‘브로커 도살자(broker butcher)’라는 별명을 얻었으며, 증권시장의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후 2009년 증감회 펀드부로 자리를 옮겨 펀드매니저 등 관련 종사자들의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불공정거래 관행을 대대적으로 단속해 왔다. 

중국 펑파이신문은 “우칭은 증권시장을 감독한 경험이 있는 최초의 증감회 주석”이라며 “은행 간부 출신이 증감회 주석을 맡는 전통을 깨뜨렸다”고 평가했다. 제일재경 역시 “1978~2007년 중국 증권시장의 역사를 담은 저서 ‘중국증권사’를 공동 발간하기도 한 전문가형 관료”라고 우 주석을 소개했다. 상하이증권보에 따르면 그는 취임 후 춘절 연휴 기간에도 하루도 쉬지 않은 채 주식시장 관련 조치를 연구했다. 우 주석은 기업공개(IPO) 승인 강화, 배당금 지급 촉진, 금융 사기 단속 등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증감회가 주식형펀드에 대한 승인을 가속하고 더 많은 중장기 자금을 주식시장으로 유도하기 위해 노력할 것으로 전망됐다. 

Plus Point

증시 부양책 총동원 중국 정부, 효과는?

중국이 증권 당국 수장을 교체하기 직전인 2월 5일 상하이종합지수는 올 들어 최저점을 찍었다. 지난해 말 대비 9.1% 하락하며 올 들어 미국, 일본, 대만 증시가 사상 최고치 랠리를 보이는 것과는 대조되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리창(李强) 중국 총리가 1월 22일 국무원 상무 회의에서 증시 부양 의지를 보였지만 먹히지 않았다. 리 총리는 당시 회의에서 “자본시장의 기본 시스템을 더욱 개선하고, 상장사의 품질과 투자가치를 적극적으로 제고하며, 중견기업의 진입을 늘려야 한다”면서 “시장에 장기 자금을 투입해 본질적인 안정성을 강화하고, 자본시장 감독을 강화해 표준화되고 투명한 시장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연기금 등 장기자금의 주식 투자 확대 △위법 행위에 대한 무관용 원칙 등 시장 감독 강화 △상장기업 수준과 투자 가치 제고 △자본시장 제도 개선 등을 통해 주식시장과 투자 심리를 안정시키라고 주문했다.

하지만 증감회 주석 교체 이후 상하이종합지수는 상승세로 전환해 3월 12일 종가 기준(3055.94) 올해 저점 대비 13.9% 반등했다. 작년 11월 이후 최고치다.

그럼에도 2007년 10월 사상 최고치(6124)에 비하면 절반 수준에 머물고 있다. 중국 주식시장의 약세와 매도 행렬은 중국 경기 회복 지연과 지속적인 디플레이션 압력, 부동산 위기, 통제 강화에 따른 민영경제 위축 등 다양한 요인이 겹치며 나온 것이라는 평가가 많다. 

중국 금융 당국은 지급준비율 추가 인하 가능성을 시사하는 등 추가 돈 풀기 방안을 고심 중이다. 지급준비율이란, 은행들이 고객 예금 가운데 중앙은행에 의무적으로 예치해야 하는 비율로 수치가 낮아질수록 시중에 더 많은 돈이 풀리게 된다. 3월 6일 판궁성(潘功勝) 중국 인민은행 총재는 베이징 미디어센터에서 열린 중국 경제장관 합동 기자회견에서 “현재 중국 은행의 평균 지준율은 7%”라며 “지준율을 추가 인하할 여력이 남아있다”고 밝혔다. 이어 “다양한 통화정책 수단을 종합적으로 활용해 풍부한 유동성을 유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같은 날 중국 정부의 최대 과제인 소비 부진을 타개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도 공개됐다. 왕원타오(王文濤) 중국 상무부 부장(장관)은 “자동차·가전제품 등을 새 제품으로 교체하도록 장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효진 기자
이코노미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