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신안군 박지도와 반월도로 가려면 안좌도에서 사진 속 ‘퍼플교(1.4㎞)’를 건너야 한다. 사진 신안군
전남 신안군 박지도와 반월도로 가려면 안좌도에서 사진 속 ‘퍼플교(1.4㎞)’를 건너야 한다. 사진 신안군

2023년 우리나라에는 ‘인구감소지역 지원 특별법’이 발효되었다. 일본이 ‘관계 인구’ 개념을 내세워 지역 소멸을 막겠다고 한다면 우리나라는 ‘생활 인구’ 개념을 도입해 지역 소멸 추세에 대응하겠다는 전략이다. 우리나라에서 도입한 생활 인구는 정주 인구뿐 아니라 특정 지역에서 일정한 생활을 영위하는 인구를 포괄하는 개념이다. 정주 인구에는 특정 목적 체류자와 외국인까지 포함된다. ‘생활 인구는 교통·통신의 발달로 주소지와 실생활 지역 간 불일치 현상이 증가하는 세태를 반영한 새로운 인구 개념’이라고 여겨진다. 여행을 온 외국인, 출근하는 회사원, 치료받기 위해 병원에 머무는 환자 등도 생활 인구에 해당한다.

행정안전부는 2023년 5월 ‘생활 인구의 세부 요건 등에 관한 규정’을 제정, 시행하기 시작했다. 생활 인구는 주민으로 등록한 사람, 통근이나 통학 혹은 관광 등의 목적으로 주민등록지 이외 지역을 방문하여 하루 3시간 이상 머무는 횟수가 월 1회 이상인 사람, 외국인등록을 하거나 국내 거소 신고를 한 사람 등 크게 세 가지로 구분된다. 주목할 것은 관광 등의 목적으로 방문하는 사람도 생활 인구에 해당한다는 점이다.

황부영 브랜다임앤 파트너즈 대표 컨설턴트 현 부산 도시 브랜드 총괄 디렉터, 현 아시아 브랜드프라이즈(ABP) 심사위원, 전 제일기획 마케팅연구소 브랜드팀장
황부영 브랜다임앤 파트너즈 대표 컨설턴트
현 부산 도시 브랜드 총괄 디렉터, 현 아시아 브랜드프라이즈(ABP) 심사위원, 전 제일기획 마케팅연구소 브랜드팀장

생활 인구 늘리는 스몰 타운 브랜딩

지역 소멸을 막기 위해 사람들을 비수도권으로 옮겨가라고 강제할 수는 없다. 어떤 계기라도 만들어서 일정 기간 다른 지역에서 생활하게 할 수는 있다. 전라남도는 ‘전남 농산어촌 유학’을 운영하고 있다. 서울에 거주하는 초·중학생이 일정 기간 농촌으로 전학을 가 도시 생활에서 경험하기 어려운 생태 학습 등의 교육을 체험하게 하는 것이다. 제주도 구좌읍에서는 일과 휴가를 동시에 하는 ‘지역 워케이션(Worcation)’ 프로그램을 운용한다. 여러 지자체의 ‘한 달 살기’ 프로그램 등도 생활 인구를 늘리려는 노력이다. 스몰 타운 브랜딩의 목표 또한 관계 인구와 생활 인구를 늘리는 것이다. 서울 등 수도권에 살면서도 1주일에 2~3일, 1년에 몇 달 정도 지방에 거주하는 인구를 늘리는 방식이다. 서핑 인구가 많아 주말에 활력이 넘치는 강원 양양군이나 휴가지에 살면서 원격으로 근무하는 ‘워케이션’이 많은 제주 등의 사례를 전국적으로 확대해 보자는 것이다. 

출발은 가벼운 연결인 관계 인구 증가에서 시작할 수 있다. 하다못해 방문하지 않더라도 굿즈를 사게 해도 된다. 소문난 특정 장소를 보려고 짧게 다녀갈 수도 있다. 흥미로운 축제 등의 행사를 보러 올 수도 있다. 고향을 위해 어떤 후원을 하게 유도할 수도 있다. 지역에 완전히 이주·정착하진 않았어도 정기· 비정기적으로 지역을 방문하면서 지속적 관계를 유지하는 사람을 많이 만들어 가면 된다. 지역에 대해 긍정적인 태도를 가지는 사람, 특정 지역의 팬 같은 사람을 늘려야 한다. 참여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고 방문을 유도하는 것, 바로 스몰 타운 브랜딩이 할 일이다.

지역 축제와 스몰 타운 브랜딩

스몰 타운 브랜딩은 상대적으로 외부 지향 목표가 우선되기 마련이다. 외부인을 우리 지역으로 끌어들이는 데 모든 전략이 집중되는 경향을 보인다. 지역의 활력 제고를 위한 가장 현실적인 수단이기 때문이다. 한두 단어로 브랜드 에센스를 도출하기 어려운 대도시, 그래서 보편성을 반영할 수밖에 없는 대도시의 브랜딩과는 달리 스몰 타운은 핵심 연상을 좁혀서 가능한 한 하나에 집중하고 그 결과 강렬한 로컬리티(특수성)를 형성할 수 있다. 하나에 초집중해야 한다. 최소한 하나로 묶어서 브랜딩에 나서야 하는 것이다. 브랜드는 의미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브랜딩은 브랜드의 의미를 직간접 경험하게 하는 것이다. 브랜드를 간접 경험하게 만드는 것에는 브랜딩 요소가 있다. 브랜딩 요소란 브랜드를 차별적으로 식별시키기 위해 이를 도와주는 도구다. 이 요소는 소비자의 제품에 대한 인지도를 높여 주고 제품에 대한 연상을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대표적인 브랜딩 요소에는 브랜드 네임, 슬로건, 로고나 심벌, 패키지, 캐릭터 등이 있다. 브랜딩 요소 중 특히 도시 브랜딩에서 부각되는 요소는 지역 축제 등의 행사다. 보통의 상업적인 브랜드의 경우, 이벤트는 촉진 요소이지 브랜딩 요소로 취급되는 경우는 없다. ‘플레이스(장소) 브랜딩’에서는 중요한 요소로 취급된다. 돈만 있으면 다양한 촉진 활동이 가능한 제품 브랜드와는 달리 도시 브랜드는 촉진 활동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공주시는 슬로건을 ‘흥미진진 공주’로, 무령왕릉을 모티브로 한 디자인에 캐릭터로 ‘고마곰과 공주’를 만들어 내고, ‘대백제전’을 대표적인 지역 축제로 집행하고 있다. 백제와 무령왕에 브랜딩 요소를 집중하는 공주시는 주목받아 마땅하다. 공주같이 인지도에서 크게 문제없는 도시에서 이런 식으로 하나에 집중하는 경우는 흔하지 않기에, 그렇다.

도시 브랜딩 중에서도 특히 스몰 타운 브랜딩에서는 지역 축제가 더 큰 전략적 역할을 맡게 된다. 매력적인 소재의 축제를 통해 관계 인구를 만드는 중요한 접점 역할을 하는 것이다. 축제를 통해 특정 도시를 방문하게 하고 축제 이외의 경험을 잘 정비해서 축제 기간이 아닌 시기에도 방문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브랜딩은 경험의 문제인데 지역 축제는 직접경험의 계기를 만드는 역할을 수행한다. 물론 소재나 테마는 하나로 좁혀야 한다. 이 정도까지 해야 하나 싶을 정도로 좁히고 집중해야 한다. 도시의 역사와 관련성이 크면 클수록 스토리텔링은 용이해진다. 화천산천어축제, 김제지평선축제, 보령머드축제 등은 지역 문화 축제 중심으로 일정 정도 브랜딩에 성공한 사례로 꼽힌다.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또한 지역 문화 축제가 도시 브랜딩에 공헌하고 있는 현재 진행형의 사례다.

'좁혀야 넓어진다' 스몰 타운 브랜딩

스몰 타운 브랜딩은 ‘사람을 끌어오는 지역만의 차별적 매력을 만들고 경험시키는 것’에서 시작된다. 가장 중요한 원칙은 ‘하나에 집중하라’는 것이다. 좁히면 넓어진다는 불변의 진리를 믿어야 한다. 그리고 소재는 중후장대하지 않아도 된다. 작게 시작해도 된다.

브랜딩 요소에는 ‘색깔’도 있다. 색깔로도 스몰 타운 브랜딩은 가능하다. 사람에게 각인되면 오히려 강력한 브랜딩이 될 수 있다. 파란색의 그리스 산토리니, 흰색의 스페인 안달루시아가 대표적인 성공 사례다. ‘스머프 마을’이라고 불리는 곳도 있다. 건물이 모두 스머프의 하늘색으로 칠해져 있는 스페인 남부의 후스가르다. 우리나라에는 ‘퍼플섬’ 이 있다. 전남 신안의 반월도와 박지도는 섬전체가 보라색으로 되어 있어 퍼플섬으로 불린다. 좀 더 솔직히 말하면 섬 전체를 보라색으로 칠하고 퍼플섬이라 부르라고 한 것이다. 신안군 안좌도 앞바다에 있는 박지도와 반월도로 가려면 안좌도에서 ‘퍼플교(1.4㎞)’를 건너면 된다. 퍼플섬은 모든 것이 보라색이다. 퍼플섬은 트레킹하는 곳이다. 박지도 둘레길 4.2㎞, 반월도 둘레길 5.7㎞에 등산도 하고 카페에서 차도 마시면서 여유로운 섬 여행을 즐기는 데 네다섯 시간이면 된다. 카페에서 고구마도 파는데 고구마마저 자색고구마다. 대단한 일관성이다. 해안 산책로에는 꽃도 심겨 있다. 퍼플섬의 꽃이니 당연히 꽃도 보라색이다. 그래서 라벤더, 자목련 등이 주로 심겨 있다. 주민들도 보라색 옷을 입고 관광객을 맞는다. 2021년에는 유엔 세계관광기구 총회에서 ‘제1회 유엔 세계 최우수 관광 마을’로 선정이 되기도 했다. 일관성에 대한 작은 보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