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뚫고 역대 최대 실적 견인

B2C 중심에서 B2B로 사업 확대

브랜드 선택과 집중…12개로 축소

“우리는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을 기회로 봤다. 모든 것을 재건하고 쇄신할 기회로 삼았다.”

피터 컨(Peter Kern) 익스피디아그룹 부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인터뷰에서 팬데믹이 오히려 혁신을 실행할 기회가 됐다며 이같이 밝혔다. 컨 부회장은 자사 온라인 여행사(OTA) 브랜드 ‘호텔스닷컴’의 한국 진출 20주년을 맞아 한국을 방문했다. 익스피디아그룹은 1996년 세계 최초로 OTA 사업을 시작한 글로벌 여행 플랫폼 회사다. 현재 전 세계 70여 개국에 진출, 200개가 넘는 여행 웹사이트를 운영 중이다. 300만 개 이상의 숙박 업체를 보유했으며, 호텔스닷컴, 익스피디아, 트리바고 등 12개 여행·숙박업 관련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다. 익스피디아그룹은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냈다. 2023년 익스피디아그룹의 매출은 128억3900만달러(약 16조9089억원)로 전년 대비 10% 정도 늘었고, 순이익은 7억9700만달러(약 1조496억원)로 전년보다 약 126% 증가했다. 컨 부회장은 “팬데믹 기간 중 경쟁사들이 기존 방식 그대로 사업을 했다면, 우리는 많은 투자를 하고 쇄신을 단행하면서 경쟁사 대비 우위를 점할 수 있었다”며 “브랜드들의 통합을 통해 비용과 인력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사업 구조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팬데믹이 시작된 2020년 20여 개였던 익스피디아그룹의 사업 브랜드 숫자는 현재 12개로 줄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피터 컨 익스피디아그룹 부회장 겸 최고경영자(CEO)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현 익스피디아그룹 이사회 부의장,
전 Alpine Capital LLC 근무,
전 Tribune Media 이사회 의장 겸 CEO 사진 익스피디아그룹
피터 컨 익스피디아그룹 부회장 겸 최고경영자(CEO)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현 익스피디아그룹 이사회 부의장, 전 Alpine Capital LLC 근무, 전 Tribune Media 이사회 의장 겸 CEO 사진 익스피디아그룹

호텔스닷컴이 한국에 진출한 지 20년이 됐다.

“우리는 과거부터 한국 여행 시장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었다. 20년 전 선제적으로 한국 시장에 뛰어들었고,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활동한 것은 이러한 생각을 잘 보여준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한국 시장에서 많은 기대감을 발견했기 때문에 역량 강화에 나서고 있다. 앞으로 한국 시장에 더 많은 투자를 할 것이다.”

어떤 분야에서 투자 계획을 가지고 있나.

“우리는 전 세계적으로 브랜드 마케팅에 강력한 투자를 하고 있다. TV뿐 아니라 네이버, 구글 같은 인터넷 공간에서의 브랜드 마케팅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더 나은 고객 경험과 서비스를 알리기 위한 우리의 브랜드 마케팅 투자는 한국에도 많은 혜택을 가져올 것이다.”

최근 실적이 역대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최근 여행 시장이 살아나면서 시장 자체가 강점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 분명 도움이됐다. 이와 함께, 훌륭한 서비스(상품)를 선보이기 위해 많은 투자를 한 효과도 톡톡히 보고 있다.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면 소비자 만족도가 높아지고 그러면 자연히 비즈니스(사업) 성과가 높아지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진다. 팬데믹 기간 중 인공지능(AI) 기술을 적용해 소비자 만족도를 높였다. 이를 위해 단계적으로 차곡차곡 준비해 왔고 그 결실을 본 것 같다. 

호실적을 견인한 또 한 가지 배경으로는 B2B(기업 간 거래) 비즈니스가 빠르게 성장했다는 점을 들 수 있겠다. 익스피디아그룹의 B2B 사업은 우리 회사가 아닌 다른 여행사들을 지원하는 업무가 중심이다. 우리 기술 스택을 통해 다른 여행사들도 (플랫폼 사업 등에서)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익스피디아그룹 12개 사업 브랜드(Expedia, Hotels.com, Vrbo, Travelocity, Hotwire, ORBITZ, ebookers, CheapTickets, CarRentals, Expedia Cruises, wotif, trivago). 사진 익스피디아그룹
익스피디아그룹 12개 사업 브랜드(Expedia, Hotels.com, Vrbo, Travelocity, Hotwire, ORBITZ, ebookers, CheapTickets, CarRentals, Expedia Cruises, wotif, trivago). 사진 익스피디아그룹

“과거에는 전 세계적으로 훨씬 더 많은 브랜드를 운영했는데, 국가별로 최대 3개 브랜드까지 통합하고 간소화했다. 이를 통해 브랜드 마케팅을 단순화할 수 있었고, 브랜드 단일화로 소비자 집중도를 높여 소비자 유인 측면에서도 장점이 있었다. 브랜드 수 감소로 인원 감축뿐 아니라, 불필요한 비용과 중복된 시스템도 줄일 수 있었다.”

B2B와 B2C 사업 비중이 각각 어떻게 되나.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에 해당하는 OTA 사업 비중이 훨씬 더 크다. B2C와 B2B 각각의 사업 비중을 정확히 공개할 순 없지만 매출이 나오는 대부분이 B2C 사업에 해당한다. 그러나 B2B 사업 규모가 빠른 속도로 커지고 있다.”

팬데믹 위기를 어떻게 기회로 바꿨나.

“자사 브랜드들을 통합시켰다. 과거에는 전 세계적으로 훨씬 더 많은 브랜드를 운영했는데, 국가별로 최대 세 개 브랜드까지 통합하고 간소화했다. 이를 통해 브랜드 마케팅을 단순화할 수 있었고, 브랜드 단일화로 소비자 집중도를 높여 소비자 유인 측면에서도 장점이 있었다. 브랜드 수 감소로 인원 감축뿐 아니라, 불필요한 비용과 중복된 시스템도 줄일 수 있었다.”

익스피디아그룹은 가장 오래된 OTA다. 귀사의 강점은.

“1996년에 우리는 누구보다 가장 먼저 OTA 업계에 진입했고, 여행 산업의 판도를 바꿨다. 우리는 여러 기업을 인수해 사업을 확대했다. 사업을 간소화해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노력도 병행했다. 그 결과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 최고의 마케팅팀을 보유하고 있는 것도 우리의 경쟁력이다.”

브랜드 마케팅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브랜드 대표이사라는 직책이 눈에 띈다.

“(우리 사업 특성상) 여행이 주는 영감이나 감성적 가치 전달이 중요하기 때문에 브랜드 마케팅은 중요하다. (하나의 사령탑에서) 일관된 메시지를 내고, 브랜딩 업무를 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소비자들이 우리 상품 서비스에 대해 일관된 메시지를 접하고 명확한 기대감을 갖게 하려면 말이다. 2년 반 전에 내가 애플의 마케팅 리더였던 존 지젤만을 영입해 우리 회사의 브랜드 대표이사로 임명한 것도 브랜드 마케팅 역량 강화를 위해서였다.”

플랫폼 업체 강점을 살려 금융시장에 진출할 계획은 없나.

“지금으로선 없다. 자사 고객 로열티 프로그램과 연동한 신용카드를 내놓을 계획은 있지만 금융시장 진출 계획은 없다.”

암호화폐를 통한 결제 플랫폼이라든지, 자체적인 결제 플랫폼 구축 계획은 없나.

“암호화폐를 이용한 결제 (플랫폼) 계획은 지금으로선 없다. 우리 회사의 연간 거래액이 수백억달러 규모다. 이미 첨단 결제 시스템을 가지고 있고, 후불 형태 지불도 되고 신용카드나 체크카드 등의 결제 툴(tool)이 있어서 별도의 자체 결제 플랫폼 구축 계획도 없다.”

AI 기술 확보 노력이 궁금하다. AI 기술 업체 인수 계획은 없나.

“외부 업체를 인수할 계획은 없다. 유용한 AI 모델이 있다면 가져와서 적용하면 된다. 우리는 오픈AI의 채팅형 AI 챗GPT를 적용하고 있다. 앞으로도 적합한 AI 모델이 있다면 사용할 계획이다. 그리고 우리는 이미 데이터사이언스팀을 조직해 자체적으로 AI 기술 스택을 구축하고 있다. 정확한 조직 규모를 공개할 순 없지만, 수백 명으로 구성돼 있다.” 

심민관 기자
이코노미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