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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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세상에 쓰이고 싶다’라는 함성이 커지고 있다. 60대 이상의 취업자 수가 시사하는 말이다. 지난해 3월 46만9000명으로 정점을 찍은 후 지속해서 하락세를 보였던 취업자 수 증가 폭(전년 동기 대비)은 지난해 11월 27만7000명으로 저점을 찍고 12월에 28만5000명으로 확대된 데 이어 올해 1월에는 전년 동기 대비 38만 명이 증가했다. 고용 시장 상황이 개선되는 듯하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생각이 복잡해진다. 취업자 증가에 기여한 것이 60대 이상이기 때문이다. 1월 취업자를 연령별로 보면 60대 이상이 35만 명 증가했고 다른 연령대의 증가는 미미했다. 오히려 20대와 40대는 4만7000명, 4만2000명씩 감소했다. 추세적으로도 이미 각기 15개월, 19개월 넘게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고령층의 취업 증가를 어떻게 봐야 할까. 우리나라 고령층 취업 증가는 저출산 고령화의 결과다. 2024년 3월 현재 65세 이상 인구는 993만8000명으로 총인구의 19.2%다. 내년부터는 1000만 명을 넘어선다. 2030년이 되면 65세 이상은 전체 인구의 25.3%를 웃돌게 된다. 고령화의 급속한 진행은 다음 몇 가지 문제를 야기한다.

윤덕룡 경기도 일자리재단 대표이사
윤덕룡 경기도 일자리재단 대표이사
첫째, 노동력 공급 감소에 따른 성장 잠재력의 하락이다. 우리나라 생산가능인구는 이미 2020년을 기점으로 감소하는 중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은 2023년 보고서에서 우리나라 생산가능인구가 1% 감소하면 국내총생산(GDP)은 0.59% 하락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유엔(UN)은 2020년부터 2040년까지 한국의 생산가능인구가 24% 감소할 것으로 전망한다. 다른 대책이 없는 한 저출산 고령화로 인한 우리나라 성장 잠재력 하락은 이미 확정된 미래다. 

둘째, 노령 인구의 생계 불안이다. 우리나라 노인빈곤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국가 중 1위다. 노인빈곤율은 상대적 빈곤율을 의미하는데 전체 노인 중 중위 소득 50% 이하인 사람의 비율을 뜻한다. OECD에 따르면 2020년 기준 한국의 66세 이상 노인의 빈곤율은 40.4%로, OECD 회원국 평균인 14.9%의 세 배에 가깝다. 연령이 높아질수록 빈곤율은 상승해 76세 이상은 56.2%에 달한다. 둘 중 한 사람은 빈곤에 시달리고 있다. 최근 보건복지부와 통계청이 시행한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2022년 기준 65세 이상 노인빈곤율은 38.1%로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안타까운 것은 노인들의 생활고가 높은 자살률로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나라에서 매년 3500명 이상의 노인이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10만 명당 자살 인구를 의미하는 자살률은 65세 이상이 39.9로 OECD 회원국 평균인 17.2의 두 배를 훌쩍 넘어선다. 80세 이상은 60.6명으로 더욱 악화한다. 

셋째, 노후의존성 상승으로 생산연령층 인구의 부담이 급속하게 증가한다. 65세 이상 인구를 20세부터 64세 인구로 나눠 산출하는 노후의존성은 2023년 기준으로 25.8로 생산자 네 명이 노인 한 사람을 부양한다. 그러나 2027년에는 33으로 증가하고 2036년에는 50.1로 증가해 일하는 사람 두 명이 한 명의 노인을 부양해야 한다. 세대 간 갈등을 피할 수 없는 사회가 된다.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내년에는 1000만명을 넘어선다. 그리고 매년 평균 50만 명 이상씩 늘어날 전망이다. 노인들의 생계 보장과 생활의 안전을 도모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다. 그렇다고 정부 재정으로 전부 감당할 수도 없다. 그런데 고령층이 스스로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60대 이상이 스스로 경제활동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연구원도 고령화사회의 해법으로 정년 연장을 주장하고 있다. 어차피 노인이 일해야 한다면 좋은 일자리를 만들 필요가 있다. 고령층 고용률이 높아지고 있지만 단순직이나 공공근로에한정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기존 직무에 연관성을 가진 일을 할 수 있도록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또 주당 3일이나 2.5일 일하는 독일의 ‘미니잡’이나 ‘미디-잡’ 제도도 도입할 필요가 있다. 연령을 고려해 일을 줄이고 필요 소득을 얻을 수 있으면서 삶의 가치를 실현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다시 세상에 쓰이고 싶다’는 고령층의 함성은 높아지고 있는데 정부로부터 답변이 들리지 않는다. 이제는 좋은 제도로 응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