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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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페셔널한 커리어(경력)를 만들기를 갈망하는 이들에게 꼭 해주는 말이 있다. 일할 기업과 포지션을 어떻게 선택하고 결정하는 것 못지않게 어떻게 떠날지를 중요하게 고민하라는 것이다. 기업 경영진에게도 이는 마찬가지다. 즉, 어떻게 좋은 사람을 뽑을 것인지를 고민하고 있다면 같은 비중으로 어떻게 ‘자를 것인지’, 어떻게 그들과 이별할 것인지에 대해서 진짜 신경을 써야 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직간접적으로 계속 남아있는 구성원의 몰입도는 물론이요 미래 인재 영입에도 큰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어쩌다 한두 번 진행했던 기업의 구조조정이 이제는 상시화되는 세상에 살고 있다. 그만큼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가속화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인사 조직 관리에 있어 많은 것이 변하고 발전했다고는 하지만 기업 구조조정의 접근 방식은 지난 30여 년간 달라진 것이 거의 없어 보인다. 특히, 대표이사와 인사부를 제외한다면 이 문제에 대해 진정한 관심을 기울이는 리더들의 숫자는 절대 부족하다. 인재를 선발하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이들을 내보내는 절차다. 이러한 절차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기업들도 일부 있지만 여전히 임기응변 수준에 가깝다. 굳이 작은 변화를 꼽자면 전직 지원 프로그램(outplace-ment)의 존재 여부 정도의 차이점뿐이다.
한준기 솔브릿지  국제경영대학 교수 
고려대, 한국외대 경영학 박사, 전 IGM 세계경영연구원 전임 교수, 전 성균관대 글로벌 MBA 겸임교수,
전 한국 마이크로소프트  인사총괄임원
한준기 솔브릿지 국제경영대학 교수
고려대, 한국외대 경영학 박사,
전 IGM 세계경영연구원 전임 교수,
전 성균관대 글로벌 MBA 겸임교수,
전 한국 마이크로소프트 인사총괄임원

기업 구조조정 총체적 접근 필요

기업의 구조조정 문제는 이제는 전향적이고 총체적 접근 방법이 필요하다. 구성원들에게는 상당히 섭섭하고 부담되는 소리겠지만, 구조조정을 고민하는 경영자들의 입장은 충분히 공감된다. 경영이 악화하고 긴 불황의 터널에 들어섰거나, 외부 투자가 멈추고 경영 불확실성이 가중된다면, 경영자는 구조조정이나 상당 규모의 정리 해고라는 카드를 만지작거린다. 그렇다고 이를 비난만 할 수는 없다. 경영 악화를 지연시키거나 상황을 비교적 단시일 내에 회복시킬 수 있는 어느 정도 검증된 옵션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카드를 만지기 전에 이제는 큰 그림과 디테일 모두를 챙기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구조조정을 했음에도 응급처치 효과 정도밖에 나타나지 않는다면 이는 여전히 체질 개선이 이뤄지지 않았고, 조직에 심각한 지뢰가 숨어있음을 시사하는 것일 수도 있다. 

단순하게 ‘해고할 인원 목표와 일정 잡고 마무리는 언제까지’라는 접근은 이제 멈췄으면 좋겠다. 이런 접근은 자칫 근본 문제 해결은 못 하고 1, 2년 후에 재차, 삼차의 구조조정 되풀이로 이어질 확률이 높다. 단편적이거나 맥락과 세부 플랜이 부족한 다운사이징이 돼서는 안 된다는 소리다. 가장 중요한 것은 명확한 명분과 실리를 바탕으로 한 전체적인 마스터플랜과 회사 안팎에서의 ‘전략적 커뮤니케이션’이다. 

특히, 구조조정 대상자와 일대일 미팅은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 그러나 비즈니스 현장에서는 이러한 미팅이 체계 없이 진행되는 것이 보통이다. 구조조정을 당하는 많은 사람이 이 단계에서 참으로 큰 상처를 받는다.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예상보다 조기에 조직을 떠나는데 그 메시지를 전달하는 회사가 가슴으로 메시지를 전달하지 못한다. 담당 관리자도 마지못해 말하듯이 메시지를 전달한다. 때로는 일말의 미안한 마음 때문에 지키지도 못할 약속을 언급해 두 번 죽이는 경우도 있다. 리더들에게 커뮤니케이션 훈련을 시켜야 하는 이유다.

구조조정이 조직 리빌드업 출발점 돼야

이 밖에도 구조조정이라는 민감한 의제(agenda)가 순조롭게 진행되기 위해선 경영진과 리더들이 인지하고 챙겨야 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무엇보다도 남은 자들이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구조조정 작업이 완료되면 무언가의 교훈을 얻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민감한 프로젝트가 일단락되면 그 이후가 어쩌면 더 중요해져야 한다. 구조조정이 단순히 위기 탈출의 끝이 돼서도 안 되고, 펀더멘털(fundamental)이 약한 기업의 수익성 개선과 조직 슬림화 목적만으로 막을 내려서도 안 된다. 조직 리빌드업의 출발점으로 만들 수 있어야 한다.

구조조정이라는 사건은 노사 양측 모두에게 유쾌하지 않은 사건이다. 할 수만 있다면 “구조조정은 정말 깊이 고민해 보고 제일 마지막에 선택하는 카드가 돼야 한다”라는 메시지를 필자는 고객들에게 전했었다. 그러나 이제는 이러한 논조도 이전만큼 강력하게 주장할 자신이 없다. 차라리 종합적인 접근, 무엇보다 그 이전에 선제적인 건강한 조직 관리로 이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모색해 보라고 제언하는 것이 더 현실적일 것이다.

필자가 이전에 근무했던 M사를 비롯한 세계 최고 수준의 다국적기업에서는 늘 매출 신장과 성장이 있고 엄청난 시가총액을 기록함에도 거의 매년 구조조정이 진행되곤 했다. 물론 이 경우는 대다수의 국내 기업의 상황과는 직접 비교하기는 어려운 사례라고 말하고 싶다. 이들은 그냥 프로 스포츠팀처럼 조직을 관리하는 것이다. 그냥 성적도 좋고 경기도 리드하고 있지만 계속 훌륭한 인재를 발굴하고 서로 선의의 경쟁을 시키면서 항상 적절한 긴장감 조성으로 끊임없는 성장을 유도한다. 그 뒤에는 촘촘한 조직 관리와 일상적이고 상시적인 종합적인 성과 관리 시스템이 버티고 있다. 

너무 이상적인 희망 사항이지만 우리 기업들 가운데도 경영 악화, 불경기, 불확실성을 돌파하고 상황을 반전시키기 위해 구조조정이라는 카드를 꺼내는 사례가 점점 사라졌으면 한다. 구조조정은 자본주의 산물일 수밖에 없다. 필요악 내지는 불가피한 처방이라고도 혹자는 말한다. 피해 갈 수 없는 현실이라면, 적어도 오로지 일시적 수익성 개선과 ‘체중 감량’이라는 성적표만이 결과로 남는 구조조정은 한번 피해 보도록 하자. 기업은 물론 근로자 역시 재도약을 하고 리빌드업 하는 큰 걸음을 내딛는 그런 구조조정 이야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