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고성능 N의 첫 전기차 아이오닉5N은 지금까지 N이 쌓아온 기술적 노하우를 아낌없이 투입한 차다. 2023년 7월 영국 굿우드 페스티벌 오브 스피드에서 최초 공개됐고, 9월부터 판매를 시작했다. 

현대차그룹의 800V(볼트)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에 기반하며, 정의선 회장을 비롯한 회사 경영진은 아이오닉5N의 개발 초기 E-GMP가 낼 수 있는 최고의 성능을 뽑아낼 것을 주문했다고 한다. 아이오닉5N을 일반도로와 경기 화성시 자동차연구원(KA-TRI)의 고속주행로 등에서 경험했다. 

포르셰 타이칸에 필적하는 엔진 마력

아이오닉5N의 최고 출력은 약 650마력(478㎾)으로, 이전 현대차그룹 최고 성능 전기차인 기아 EV6 GT의 585마력을 능가한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 도달 시간은 3.5초다. 성능을 순간적으로 높이는 부스터 기능인 N 그린 부스트(NGB)를 사용하면 3.4초로 단축된다. 수치만 놓고 보면 슈퍼 스포츠 유틸리티차(SUV) 람보르기니 우루스보다 더 빠른 셈이다. 가격이 두 배 이상 비싼 포르셰 타이칸과도 종종 비견된다.

현대차 아이오닉5N. 사진 
박진우 기자
현대차 아이오닉5N. 사진 박진우 기자

이미지 크게 보기

전반적으로 아이오닉5에 기반하고 있지만, 고성능에도 견딜 수 있도록 차체 강성이 보강됐다. 코너를 돌 때 발생하는 횡 방향 하중과 차체 비틀림에 견딜 수 있도록 전륜 스트럿 링과 서브 프레임 스테이가 적용됐다. 또 카울크로스바 마운트를 추가하고, 주요 입력부 보강과 차체 환형 구조를 강화해 일반 아이오닉5보다 비틀림 강성은 11%, 전· 후륜 횡 강성은 15%(전륜), 16%(후륜) 증가했다. 이를 통해 선회 반응성과 안정성을 높였다. 

외관은 아이오닉5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N 전용 그릴과 디자인 요소 등을 담아냈다. 크기는 길이 4715㎜, 너비 1940㎜, 높이 1585㎜, 휠베이스(앞뒤 바퀴 중심 간 거리) 3000㎜로, 아이오닉5보다 80㎜ 길고, 50㎜ 넓으며, 20㎜ 낮다. 크기 변화를 통해 고성능에 최적화됐다고 할 수 있다. 차 무게도 2200㎏으로, 일반 아이오닉5(최고 무게 2060㎏)에 비해 다소 무겁다. 

차에 오르면 버킷 시트가 몸을 꽉 잡는다. 스포츠카에서 많이 사용하는 시트 형태다. 차가 빠르게 움직일 때는 차에 가해지는 원심력 등도 커지는데, 이런 운전 상황에서 버킷 시트는 운전자의 몸을 고정해 안정성을 높인다. 그러나 덩치가 큰 사람은 맞지 않는 옷을 입은 것처럼 불편해, 호불호가 갈린다. 

내연기관차 소리 내는 전기차

시동 버튼을 누르면 엔진음이 들린다. 엔진이 없어 소리도 없는 전기차는 달리는 재미가 덜하다. 그래서 아이오닉5N은 고성능 내연기관차를 탄 것처럼 느껴지도록 가상의 엔진음을 넣었다. N 액티브 사운드 플러스라는 이름이 붙은 이 기능은 가속 페달을 밟는 정도, 차의 속도, 모터 회전에 따라 고성능 내연기관차와 거의 비슷한 소리를 낸다.

현대차 아이오닉5N. 사진 박진우 기자
현대차 아이오닉5N. 사진 박진우 기자

이미지 크게 보기

아이오닉5N이 내연기관차 흉내를 낸 부분은 또 있다. 운전대 뒤쪽의 패들시프트를 이용해 변속 단수를 1단에 맞추면 가속 페달을 더 밟아도 어느 순간 엔진처럼 ‘윙윙’ 소리를 내고, 차는 속도를 내지 않는다. 이건 내연기관차처럼 변속해달라고 차가 운전자를 재촉하는 것이다. 전기차는 변속기가 없어 원래는 이럴 일도 없는데, 소소한 재미로 운전의 즐거움을 놓치지 않았다. N e-시프트로 불리는 가상 변속 시스템이 적용된 덕분이다. i30N 등에 장착된 8단 듀얼클러치변속기(DCT)와 유사한 변속 느낌이 난다. 

아이오닉5N의 핵심은 최대 0.6G(중력가속도)의 회생제동(감속할 때 배터리를 충전하는 기능)으로 받아내는 배터리 제어 기술에 있다. 아이오닉5N이 서킷 주행에 최적화된 전기 슈퍼카로 불리는 이유다. 

전기차는 배터리 무게로 동급 내연기관차에 비해 무거울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서킷 등에서 달릴 때 브레이크 디스크에 무리가 가고, 디스크 과열과 패드 마모가 발생해 고속을 유지하기가 어렵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브레이크를 최대한 쓰지 않고, 회생제동으로 감속해야 한다. 하지만 이 경우 매우 센 회생제동이 걸려 배터리 제어 시스템에 높은 전압이 공급돼 배터리가 과열된다. 이때 배터리 열화가 일어나 충전 등에 문제가 생긴다. 이런 문제로 고성능 전기차는 성능 제한을 걸어 속도를 떨어뜨리는 게 일반적인데, 아이오닉5N은 회사의 기술력을 총동원한 배터리 제어 기술로 2t이 넘는 차 무게에도 불구하고, 고속 주행 중에서 회생제동을 적극 사용해 브레이크에 무리를 주지 않는다. 동시에 고압·고전류 회생제동 에너지에도 배터리 열화나 과열이 일어나지 않는다. 아이오닉5N의 이런 특성은 고성능·고출력 전기차를 자처하는 경쟁 차들에 비교 우위를 가지는 부분이다. 아이오닉5N 출시 이후 국내외에서 끊임없는 찬사가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배터리 케이스 일체화해 냉각 성능 개선

배터리는 SK온이 개발한 4세대 84㎾ 리튬이온 배터리가 장착됐다. 에너지밀도는 3세대 배터리보다 8.4% 높은 670Wh/L다. 배터리 냉각 성능 개선을 위해 냉각 채널과 배터리 케이스를 일체화한 것이 특징이다. 배터리 셀과 냉각 채널 사이의 간극을 채우는 캡필러도 1레이어 구성으로 간소화, 열전달 경로를 최소화했다. 배터리 안전성 강화를 위해 열폭주 현상이 나타나면 생기는 가스를 외부로 배출하는 기술이 적용됐고, 배터리 하우징에 내화 시트를 적용하는 등 열폭주 지연 강화 설계가 이뤄졌다. 급속 충전을 통해 배터리 용량 10%에서 80%까지 채우는 데 18분이 걸린다. 

1회 충전 주행거리는 복합 기준 351㎞다. 워낙 고성능을 내는 차여서 주행거리도 일반 전기차보다 짧다. 전비 역시 복합 3.7㎞/㎾h로 일반 전기차에 비해 낮은데, 효율보다는 성능에 초점을 맞춘 전기차임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누구나 편안하게 타기 위해 만들어진 차가 아니라는 것이다. 

직선과 곡선 어떤 도로 상황에서도 최고의 성능을 내는 아이오닉5N은 가격 면에서도 자동차 마니아들의 관심을 끌었다. 아이오닉5N의 기본 가격은 7600만원(세제 혜택 후)으로, 동등한 성능 수준의 슈퍼 전기차들이 1억~2억원 이상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매우 뛰어나다. 고성능 펀 드라이빙이 가능하고, 내연기관차 같은 주행 감각도 좋은 평가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