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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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이 가장 즐겨 찾는 와인은 무엇일까. 요즘 ‘핫’하다는 챗GPT에 물어보니 레드 와인 품종으로는 카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과 메를로(Merlot)를, 화이트 와인 품종으로는 샤르도네(Chardonnay)와 소비뇽 블랑(Sauvignon Blanc)을 꼽았다. 세계적인 경향과 다르지 않고 독자들도 꽤 공감하는 결과일 듯싶다. 하지만 실패하지 않는 선택을 하기 위해 늘 마시는 것만 고르다 보면 지겹기 마련이다. 그렇다고 입에 안 맞을지도 모르는데 새로운 것을 덥석 집기도 망설여진다. 안전하게 선택의 폭을 넓힐 방법은 없을까. 물론 있다. 자주 즐기는 와인과 비슷하면서도 나름의 개성을 가진 다른 품종을 시도하는 것이다.

묵직한 카베르네 소비뇽과 닮은 와인들

우선 카베르네 소비뇽과 닮은 품종부터 알아보자. 카베르네 소비뇽은 타닌이 강건해 힘이 느껴지는 레드 와인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인기다. 이 품종과 비슷한 것으로는 투리가 나시오날(Touriga Nacional)이 있다. 포르투갈을 대표하는 적포도인 투리가 나시오날은 카베르네 소비뇽보다 보디감이 더 묵직해 입안을 꽉 채우는 중량감이 특징이며 주정 강화 와인으로 유명한 포트와인의 주 품종이기도 하다. 도루(Douro)강 유역이 포르투갈 최고의 투리가 나시오날 산지이므로 프리미엄급 와인을 고르려면 레이블에 도루 DOC가 적힌 것을 확인하면 된다. 

이탈리아 남부에서 생산되는 알리아니코(Aglianico)도 카베르네 소비뇽처럼 타닌이 강하지만 과일 향이 산뜻해 스타일이 경쾌하다. 알리아니코로 만든 와인 중에 가장 대표적인 것은 타우라시(Taurasi)다. 타우라시는 나폴리에서 동쪽으로 약 80㎞ 내륙에 위치한 산지로 해발 고도가 높아 프리미엄급 알리아니코가 생산되는 곳이다. 투리가 나시오날과 알리아니코 모두 카베르네 소비뇽처럼 육류와 잘 어울린다. 소고기나 양고기에 곁들이면 강한 타닌이 동물성 지방의 느끼한 맛을 깔끔하게 정리해 준다.

김상미 와인 칼럼니스트
김상미 와인 칼럼니스트

부드러운 질감의 메를로와 닮은 와인들

메를로는 타닌이 적어 질감이 부드럽기 때문에 와인을 처음 접하는 사람도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와인이다. 이 품종과 유사한 것으로는 우선 바르베라(Barbera)가 있다. 바르베라의 매력은 진한 루비 빛에서 뿜어져 나오는 체리, 딸기, 라즈베리 등 싱싱한 과일 향이다. 산미가 좋아 다양한 음식과 두루 잘 어울리는데 특히 토마토소스를 베이스로 한 피자나 파스타와 찰떡궁합이다. 바르베라는 이탈리아 북서부에 위치한 아스티와 알바 지방에서 주로 생산되므로 레이블에 바르베라 다스티(Barbera d’Asti)나 바르베라 달바(Bar-bera d’Alba)가 써진 것을 고르면 된다. 

프랑스 남부에서 생산되는 그르나슈(Grenache)도 메를로를 좋아하는 이들에게 인기 있는 품종이다. 잘 익은 자두와 라즈베리 등 과일 향이 풍부하고 신맛이 적어 와인이 묵직하고 부드럽게 느껴진다. 합리적인가격으로 부담 없이 즐기려면 레이블에 코트 뒤 론(Côtes du Rhône)이 적힌 것을 찾으면 되고 프리미엄급으로는 프랑스의 명품 와인으로 유명한 샤토네프 뒤 파프(Château-neuf-du-Pape)가 있다.

풍부한 샤르도네와 닮은 와인들

화이트 와인 중에 가장 많은 선택을 받는 샤르도네는 어떤 기후에서도 잘 자라기 때문에 전 세계 거의 모든 산지에서 재배하는 품종이다. 이처럼 기후를 가리지 않는 품종으로는 슈냉 블랑(Chenin Blanc)이 있다. 다른 점이라면 기후가 더울수록 샤르도네는 산도가 떨어지지만 슈냉 블랑은 따뜻한 곳에서도 상큼함을 유지한다는 것이다. 프리미엄급 슈냉 블랑 산지로는 프랑스의 부브레(Vou-vray)를 꼽는다. 사과, 배, 자몽 등 신선한 과일 향을 뽐내는 부브레 와인은 다양한 당도로 생산된다. 드라이한 타입은 세크(sec), 약간 단맛이 있는 것은 드미-세크(demi-sec)라고 레이블에 적혀 있으니, 취향에 따라 골라 마실 수 있다. 슈냉 블랑은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도 활발하게 생산되는데 데일리급이 가격 대비 품질이 뛰어나고 복숭아와 살구 향도 가득하다. 세미용(Semillon)도 부드러운 화이트 와인을 생산하는 품종이다. 원래 프랑스 품종이지만 지금은 호주에서 단일 품종 와인으로 주로 생산된다. 바로사 밸리(Barossa Valley) 세미용은 오크 숙성을 거쳐 보디감이 묵직하고 복합미가 많은 반면 헌터 밸리(Hunter Valley) 세미용은 과일 향이 싱그럽고 가벼운 스타일이다. 헌터 밸리 세미용은 알코올 도수가 낮아 매운맛과 부딪치지 않으므로 떡볶이, 낙지볶음, 닭볶음탕처럼 매콤한 음식에 곁들여도 별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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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큼한 소비뇽 블랑과 닮은 와인들

상큼함이 매력적인 소비뇽 블랑은 가벼운 화이트 와인을 좋아하는 이들에게 인기가 많다. 비슷한 품종으로는 스페인의 갈리시아 지방에서 생산되는 알바리뇨(Albariño)를 꼽을 수 있다. 레몬과 복숭아 등 과일 향이 신선하고 채소 향이 적으므로 평소 소비뇽 블랑에서 느껴지는 강렬한 허브 향이 거슬렸다면 알바리뇨가 딱 맞는 선택이다. 알바리뇨는 해산물과 잘 어울리는 와인으로도 유명하다. 담백한 생선회나 매콤한 해물찜은 물론 새우와 게 등 갑각류와도 잘 맞고 초밥과 즐겨도 좋다. 알바리뇨 와인을 고를 때는 레이블에 품종 대신 산지 이름인 리아스 바이샤스(Rías Baixas)가 적혀 있는 경우가 많으므로 이 점도 참고하자.

오스트리아를 대표하는 청포도인 그뤼너펠틀리너(Grüner Veltliner)도 소비뇽 블랑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할 만한 품종이다. 보디감이 가볍고 아로마가 청량해 샐러드나 샌드위치처럼 가벼운 음식에 자주 곁들이지만 지방이 많은 음식과도 의외의 궁합을 보여준다. 특히 돈가스 같은 튀김 요리와 즐기면 음식에 레몬을 뿌린 듯 기름진 맛을 깔끔하게 잡아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