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0월부터 5개월째 수출 증가세가 이어지면서 소비와 투자 등 내수 불확실성으로 경기회복세로의 완전한 전환이 지연되고 있는 우리 경제에 큰 버팀목이 돼주고 있다. 다만, 수출 증가세가 올해 1월의 18.2%에 비해 2월 4.8%로 크게 둔화한 것과 반도체 등 일부 품목이 수출 경기회복세를 견인하고 있다는 점 등에 있어서는 여전히 개선의 여지가 있어 보인다.

특히, 대(對)선진국과 신흥국 간 수출 회복시기와 정도에서 차별화가 진행되고 있어서 아직은 안정적인 수출 경기회복 기대를 하기에는 이른 감이 없지 않다.

이는 국내 수출 실적을 국제통화기금(IMF) 의 2014년 분류에 따라 신흥국과 선진국으로 나눠 비교해 보면 잘 알 수 있다. 실제로 코로나19 이후 국내 수출 경기가 빠르게 회복됐던 2021년은 물론 2022년에도 선진국에 대한 수출 증가율이 각각 30.8%, 9.3%로 각각 22.4%, 3.5%를 기록한 신흥국에 대한 수출 증가율을 웃돌았다. 

반면에, 수출이 7.5% 감소한 2023년에는 선진국 수출이 2.9% 감소한 데 반해 신흥국 수출 감소율은 11.3%에 달했다. 올해 들어서도 지난 2월까지 누적 기준 총수출 및 선진국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1.2%, 19.6% 증가하는 동안 신흥국 수출은 4.2% 늘어나는 데 그쳤다.

사진 셔터스톡
사진 셔터스톡

물론, 이런 현상의 배경에는 국내 수출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으로의 수출이 2022년과 2023년 2년 연속 감소한 것이 큰 영향을 미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인도와 베트남은 물론이고 인도네시아나 말레이시아 등 최근 새로운 수출 시장으로 급성장한 주요 신흥국으로의 수출 증가세가 적게는 5% 내외 수준에서, 많게는 10% 이상씩 큰 폭으로 감소해 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불안정한 국내 수출 경기회복 현상을 단지 대중국 수출 부진으로만 전부 설명할 수는 없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올해 국내 수출 경기회복 강도는 전체 수출의 50%를 상회하는 신흥국에 대한 수출 여건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 같은데 앞서 예를 들었던 주요 신흥국을 중심으로 살펴보면 현재까지는 긍정적인 측면이 좀 더 강한 것 같다. 우선, 경기 측면에서는 실업률이 하향 안정세를 보이는 가운데 중국을 필두로 한 각국 정부의 부양 효과가 상당히 클 것으로 기대되면서 높은 경제성장세가 유지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구매력 측면에서도 국내 수출에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물가 안정세가 확인되는 가운데 정책 금리가 동결 내지는 소폭 인하되고 있을 뿐 아니라 향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통화정책 전환(금리 인하)이 이뤄지면서 달러 대비 각국의 통화가치 상승도 기대해 볼 수 있는 등 구매력 상승 여지가 크기 때문이다.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 일본 주오대 경제학 석·박사, 전 대구경북 연구원 동향분석실장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
일본 주오대 경제학 석·박사, 전 대구경북 연구원 동향분석실장

더욱이 이들 국가의 수입 수요가 살아날 경우, 국내 수출 경기도 그만큼 빨리 살아날 것으로 기대해 볼 수 있다. 즉, 전체 수입 중 6%, 3% 이상을 우리나라에 의존하는 중국과 인도는 물론 16% 이상을 의존하는 베트남이나 5% 내외 수준의 의존도를 보이는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등의 수입 수요 압력 상승이 그대로 국내 수출 증가와 연결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여하튼, 올해 들어 선진국에 대한 수출 증가세가 2개월 연속 두 자릿수 증가세를 보인 것은 매우 반가운 소식임이 틀림없고, 불안 정세를 보이는 대신흥국 수출 경기마저 본격적인 회복세를 보인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라고 할 수 있겠다. 

물론, 지금까지의 여건과 향후 전망을 살펴보면 긍정적인 변화에 대한 기대가 여전히 크긴 하다. 하지만 현재 상황이 언제 급변할지 누구도 장담할 수는 없는 일이니, 지금까지보다 더 강도 높은 수출 증대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