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앞 마트에 과자를 사러 갔다. 수십 종의 과자 앞에서 뭘 고를지 헤맨다. 이걸 고르자니 저게 아깝고 저걸 고르자니 또 다른 과자가 아쉽다. 어떤 날은 뭘 고를지 몰라 귀찮아서 그냥 나올 때도 있다.
선택의 과잉 시대다. 과자뿐이랴, 옷도, 신발도, 화장품도, 여행지도, 맛집도, 수십 개의 선택지에서 하나를 골라야 한다. 선택이 스트레스가 되는 세상이다. 선택하려면 정보를 찾고 시간을 들이고 이것저것 재면서 심리적 에너지를 많이 쓰게 된다. 게다가 선택한 후에 만족하면 좋으련만 후회와 아쉬움이 뒤따른다.
결정이나 선택을 주저한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기 마련이다. 결정을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많다. 왜 선택에 어려움을 겪을까. 첫째, 선택지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맞는 정보인지 아니면 과대광고인지도 헷갈린다. 둘째는 기회비용의 문제다. 하나를 고를 때 또 다른 선택지가 줄 수 있는 기회를 포기해야 한다. 새우깡을 고르면 콘칩이 주는 맛의 기회를 잃어버리는 아쉬움 때문에 고민에 빠진다. 셋째는 최고에 대한 집착이다. 두 개의 선택지에서 결정한다면 둘 중 어느 하나가 좋으면 그만이지만, 대안이 많을 경우는 그중에 최고를 선택해야 한다. 어느 하나로 결정하려는 순간, 이보다 더 좋은 것이 있지 않을까 하는 의심에 또 결정을 미루게 된다.
우리에게 또 한 번 선택의 기회가 주어졌다. 국회의원 선거다. ‘진보는 안 돼’ ‘보수는 안 찍을 거야’ 하는 나름의 기본 규칙이 있다면 선택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자칭 중도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갈등한다. 여기 찍을까 저기 찍을까 고민하는 것도 스트레스다. 차라리 투표장에 안 갈 생각도 한다. 누구를 찍을까 고민하기 전에 우선 투표에 대한 이런 기본 규칙을 갖고 있으면 좋겠다. ‘투표는 선택이 아니라 의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