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블룸버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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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1(좌), 사진 2(우)
사진 1(좌), 사진 2(우)

국 메릴랜드주 볼티모어 항만을 가로지르는 길이 약 2.6㎞의 ‘프랜시스 스콧 키’ 다리의 구조물 대부분이 3월 26일(이하 현지시각) 새벽 무너져 강물에 잠겼다. 화물 컨테이너선(船) ‘달리’가 주탑을 들이받은 지 불과 20초 만에 벌어진 일이다(큰 사진). 볼티모어는 미국의 수도 워싱턴 D.C.에서 차로 한 시간 남짓 거리에 있다. 

이 사고로 다리 위에서 작업 중이던 인부 8명이 추락했으며, 이 가운데 2명이 사망하고 4명이 실종됐다. 사고 발생 직후 실종자가 최대 20명이 될 것이란 예측이 나왔지만, 교통량이 적은 새벽 시간대에 사고가 발생해 더 큰 참사는 피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번 사고가 미국과 세계경제에 미치는 파장은 작지 않을 전망이다. 미국 동부의 주요 수출입항인 볼티모어항이 폐쇄됐기 때문이다. 

볼티모어항은 지난해 5200만t의 국제 화물을 처리했다. 금액으로 따지면 800억달러(약 107조4400억원)에 달한다. 농기계와 건설 기계, 농산물을 취급하는 미국 최대 규모의 항만이며, 13년 연속 미국 최대 자동차 수출입 항구로 자리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제너럴모터스(GM), 도요타, BMW, 폴크스바겐, 메르세데스-벤츠 등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이 인근에 선적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원자재 유통에도 병목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졌다. 볼티모어항은 철강·석탄·알루미늄·설탕 등의 운송 허브이기도 하다. 매주 약 30~40대의 컨테이너 운반선이 이를 위해 정차한다. 앞으로 6주간 최대 250만t의 석탄 수출이 차단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관련 업체들이 대체 항구를 찾아 나서면서 연쇄적인 공급망 차질이 불거질 수도 있다. 그에 따른 물류비용 상승도 걱정스러운 대목이다. 비용이 더 올라갈 경우 한동안 잦아든 미국의 물가 상승 압력이 다시 커질 수 있다. 대선을 앞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부담이 될 수 있는 상황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볼티모어항은 미국의 가장 큰 해운 허브 중 한 곳”이라며 “연방정부가 교량 재건에 필요한 비용을 전액 부담해야 한다”고 했다(사진 2).

프랜시스 스콧 키 다리는 뉴욕과 워싱턴 D.C.를 오가는 운전자들이 볼티모어 시내의 혼잡을 피해 주로 이용하는 순환 고속도로의 일부다(사진 1, 사고 전 모습). 1977년 3월에 개통했으며, 다리 이름은 미국 국가 가사를 쓴 프랜시스 스콧 키에게서 따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