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이 만든 이미지에 비(非)가시성 워터마크를 삽입하고, 유튜브에 올라온 잘못된 정보는 AI가 빠르게 탐지하고 있다.”

마크햄 C. 에릭슨(Markham C. Erickson) 구글 정부·공공정책 부사장은 최근 서울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구글은 공정한 선거를 위해 유권자에게 양질의 정보를 제공하고, 플랫폼이 악용되지 않도록 보호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올해가 ‘슈퍼 선거의 해’로 불릴 만큼, 한국을 포함해 미국과 유럽 등 전 세계 곳곳에서 선거가 치러지는 가운데 구글이 유권자 혼란을 차단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나선 셈이다. 최근 구글이 자사 AI 챗봇 ‘제미나이’에 선거 관련 질문을 제한하기로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에릭슨 부사장은 책임감 있는 AI를 강조하면서도 AI의 활용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고 봤다. 그는 “AI는 인간의 삶의 질을 높이고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며 인구 감소로 생산성 저하에 직면한 국가에 전략적 도구가 될 수 있다”면서 “AI가 가져올 경제적 혜택의 파급 효과는 상상 이상”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책임감 있는 AI 개발에 있어 한국의 중추적 역할도 강조했다. 올해 5월 한국에서 AI 안전성 정상회의가 열리는데 AI 규제와 혁신에 관해 한국이 전 세계에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계 미국인인 에릭슨 부사장은 구글에 합류하기 전 미국에서 통신법 전문 변호사로 활동했고, 지금은 구글에서 기술 및 인터넷 관련 법률과 정책 적용에 집중하는 ‘CoE (Centers of Excellence)’라는 글로벌 팀을 이끌고 있다. 다음은 일문일답.

책임감 있는 AI를 위해 구글은 무엇을 하고 있나.

“(AI의 부정적 영향에 대한 대응보다 긍정적인 측면인 기회를 강조하는 것으로 대화를 이끌어갔다) 나는 우리가 지금 과학과 혁신의 문턱에 서 있다고 생각한다. 증기기관과 전기를 발명했던 역사적 순간처럼 말이다. AI도 글로벌 경제 전반에 이익을 가져올 것이다. 인간의 삶의 질과 효율성을 높일 뿐 아니라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고 경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실제로 AI가 세계경제(GDP)를 7~10% 성장시키고, 생산성은 약 1.5%포인트씩 높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한 가지 분명히 하고 싶은 점은, 이 기술이 경제의 모든 부문에 내재화돼 모든 산업에 사용될 것이란 사실이다. AI가 가져올 혜택의 파급 효과를 예측하기 어렵지만,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방식으로 실현될 것이다. 특히 AI 관련 인프라와 인력, 기술력, 학술 기관 등을 갖춘 한국이 글로벌 리더가 될 기회라고 본다. 이번 방한 배경에도 한국 정부 등 이해 관계자들과 협력하기 위한 목적이 깔려있다.”

AI 확산으로 기회뿐 아니라 리스크도 뒤따라 올 것 같다.

“우리가 (AI 개발과 관련해) 대담하면서도 책임감 있게 행동해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이유다. AI도 다른 기술처럼 나쁜 목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 AI를 악용하는 이들은 사이버 위협을 조장하고 시스템의 취약점을 파고들 것이다. 따라서 AI를 악용하는 이들보다 한발 앞서 나가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구글은 기술 플랫폼과 우리 시스템을 보호하는 데 AI를 사용하고 있다. 가령 AI를 통해 지메일에서 스팸을 차단하고, 보안 서비스 ‘구글플레이 프로텍트’를 통해 안드로이드 기기 내 유해한 앱으로부터 이용자를 보호하고 있다.”

마크햄 C. 에릭슨 구글 정부·공공정책 부사장미국 휘튼대 영문학, 조지워싱턴대 로스쿨,  스텝토앤드존슨 파트너
마크햄 C. 에릭슨 구글 정부·공공정책 부사장
미국 휘튼대 영문학, 조지워싱턴대 로스쿨, 스텝토앤드존슨 파트너

개발자의 책임감 있는 자세도 중요해 보인다. 구글은 AI 개발자들이 지켜야 할 규제를 마련하고 있나.

“구글은 2018년부터 AI 개발 관련 가이드 레일과 지향해야 할 목표로서 11가지 원칙을 수립했다. 과학적 발견을 도울 뿐 아니라 인간의 기본권을 침해하지 않는 안전한 AI를 개발하는 게 이 원칙의 지향점이다. 더 나아가 구글이 개발하는 AI 기술에 이 원칙들이 어떻게 적용됐는지에 대한 보고서도 꾸준히 발표하고 있다. 구글은 규제를 통해 직원들이 AI 개발에 책임감 있는 자세를 갖추도록 하기보단 스스로 책임감을 가지는 걸 지향한다.”

AI는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해 성장한다. 그만큼 올바른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도 필수적인데, 구글은 어떤가.

“거대 언어 모델(LLM)은 공개적으로 이용 가능한 모든 데이터에 접근하는 게 중요하다. 해당 데이터에서 좋은 사용 사례를 식별할 뿐 아니라 나쁜 사용 사례가 무엇인지까지 이해하기 위해서다. 역설적으로 들릴 수 있지만, 가령 증오 발언이 무엇인지 알아야 증오 발언을 식별할 수 있다. 이를 통해 AI가 증오 발언을 사용하지 않도록 하는 게 유용하다. 물론 때때로 AI 훈련에 도움이 되지 않는 데이터도 있다. 그래서 구글은 도움이 되지 않는 데이터의 입력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도 하고 있다.”

올해는 전 세계 인구 절반이 사는 지역에서 선거가 치러지는 해다. 구글은 선거와 관련해 AI가 만든 가짜 뉴스 같은 AI 오용을 막기 위해 어떤 조치를 취하고 있는가.

“구글은 선거와 관련해 ‘잘못된 정보(mis-information)’의 확산과 딥페이크(AI로 만든 이미지·영상 조작물) 오용 방지를 매우 진지하게 여기고 있다. 생성 AI(Generative AI)는 새롭고 흥미로운 이미지를 생성할 수 있지만, 거꾸로 사람을 속이는 데 사용될 수 있다. 이에 구글의 텍스트-이미지 변환 기술로 생성된 이미지에는 사람의 눈에 보이지 않는 디지털 워터마크가 삽입되어 AI로 생성된 것을 구별할 수 있다. 또 선거 광고가 허용되는 지역에서는 선거 광고주에게 AI 도구를 포함하여 변형되었거나 합성된 콘텐츠가 광고에 포함될 경우 이를 명확하게 표시할 것을 요구한다.”

AI가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도움이 될까.

“물론이다. 인구 감소와 노령화로 생산성 손실을 극복하고자 하는 국가에 AI는 전략적 도구가 될 수 있다. 이를테면, 노령 인구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도움을 주고 새로운 약물과 질병 치료법을 발견하는 데 사용될 수 있다. 생명과학 분야에서 놀라운 발전도 이뤄낼 수 있는데, 구글의 AI 연구 조직 딥마인드가 인간의 단백질 구조를 분석하는 ‘알파폴드(AlphaFold)’를 개발한 게 대표적이다. 단백질은 질병 원인을 파악하고 신약 등을 개발하는 데 필수다.”

구글에 한국은 어떤 시장인가.

“한국은 구글이 우선시하는 국가 중 한 곳이다. 한국은 AI 산업에서 글로벌 리더가 될 수 있는 국가다. 그렇기 때문에 구글에서 한국 정부와 학계, 비즈니스 파트너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고 있다. 한국이 AI가 가져올 기회를 활용하고, AI의 부작용을 방지하는 방법에 대해 정확히 논의하기 위해서다. 한국은 책임 있는 AI 규제와 혁신에 관해서도 전 세계에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국가가 될 수 있다. 올해 5월 한국에서 ‘제2차 AI 안전성 정상회의’가 열린다. 한국이 전 세계의 정부, 학계, 시민사회, 테크 기업들과 함께 AI가 가져올 수 있는 기회와 부작용을 방지하는 방법에 대해 논의하는 무대의 중심이 될 수 있는 좋은 순간이 될 것이다.”

한국이 글로벌 AI 산업의 리더가 되려면.

“AI가 가져올 많은 기회에 대해 기대가 크지만, 잠재적 해로움에 대해 인식하고 책임을 지는 것도 필요하다. 특히 전 세계적으로 호환될 수 있는 AI 규제 체계를 구축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이는 AI 기반 회사와 서비스가 한국 시장에 손쉽게 접근할 수 있게 하는동시에, AI 기술을 활용하는 한국 기업들이 가령 농업이나 자동차 등 분야에서 다른 국가의 시장에도 진출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다.”

진행=오광진 편집장
이코노미조선 기자

정리=김우영 기자
이코노미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