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셔터스톡
사진 셔터스톡

4월은 부동산 시장에서 이슈가 많은 달이다. 10일 제22대 국회의원 선거가 있는 데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설 등으로 부동산 업계는 뒤숭숭하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A 노선 수서~동탄 구간 개통(3월 30일) 이후 해당 지역 부동산 가격이 어떻게 될지도 관심거리다. 이 같은 여러 이슈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시장 흐름을 크게 바꿔 놓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일각에서는 정부가 부동산 PF 부실 문제를 본격 처리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들어 기존 부동산 시장도 크게 얼어붙을 것으로 내다본다. 이른바 ‘총선 이후 부동산 시장 급락설’이다. 개인적으로 시장이 다소 조정은 받을 수 있지만 최악의 상황으로 갈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본다.

총선과 집값의 상관관계

국회의원이나 대통령 선거가 부동산 경기에 미치는 영향은 예전보다 적어졌다. 정치 선진화로 돈 선거가 사라지면서 과거처럼 선거가 주택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는 얘기다. 과거에도 뉴타운 공약이 쏟아졌던 2008년 총선을 제외하고는 일회성 이벤트로 그친 경우도 적지 않았다. 물론 표심을 잡기 위해 개발 공약이 나와 지역에선 호재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공약은 국지적인영향만 미칠 뿐이다. 총선을 앞두고 많은 대책이 나와 시장에 선반영된 측면도 없지 않다. 4·10 총선 이후에도 부동산 시장 흐름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선거보다는 금리나 수요자들의 움직임, 거시경제 동향 등을 좀 더 주시하는 것이 좋다.

PF 부실 문제로 집값 급락?

건설 경기와 부동산 경기는 다소 차이가 있다. PF 부실 문제로 집을 짓다가 중단되면서 생기는 건설 경기 위축과 이미 다 지어놓은 재고 부동산 경기와 구분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정부가 그동안 PF 문제에 대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 유연적인 자세를 보여왔지만 총선 이후 옥석 가리기를 본격화하지 않겠느냐는 예상을 한다. 이렇게 되면 한계 기업이나 시행사들이 부도가 나는 등 건설 경기 전반이 냉각될 수 있다는 것이다.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다. 하지만 건설 경기의 위축이 부동산 경기 급랭으로 이어지려면 두 개의 변수를 잇는 연결고리가 있어야 한다. 가령 경제 위기나 금리 급등, 중견기업은 물론 대기업까지 부도가 나서 무더기 실업 사태가 촉발되어야 한다. 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본다. 심리적으로, 간접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지만 직접적인 연관은 크지 않다는 얘기다. 요컨대 PF 부실 문제로 기존 매매시장 위축으로 연결되려면 큰 경제위기가 터져야 한다는 것이다. ‘건설 경기=부동산 경기’로 연결해 생각하는 단순 도식은 바람직하지 않다.

정부의 역할도 고려해야 한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4월 위기설’에 대해 “문제가 있는 PF가 있다 하더라도 전체 건설 부동산 시장의 쇼크로 오지 않도록 잘 다스리며 관리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은행도 PF 사업장의 잠재 리스크가 현실화하고 해당 리스크가 취약 건설사를 통해 전이 및 확산하는 예외적인 시나리오를 가정해도 금융권에 미치는 영향이 감내 가능한 수준이라고 했다. 이미 금융기관이 대손충당금을 쌓아두는 등 자본 건전성이 탄탄해 부실 확산 가능성이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과거에도 그랬듯이 예고된 위기가 현실로 닥치는 경우는 흔치 않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

저축은행 사태 2011년 집값 살펴보니 

요즘 PF 부실 사태는 저축은행 무더기 영업정지를 촉발한 2011년과 유사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저축은행 연체율은 6.55%에 이른다. ‘저축은행 사태’의 여파가 이어졌던 2015년 말 이후 최고치다. 1년 전과 비교해도 두 배 수준으로 상승했다. 고금리에 따른 경기 부진과 부동산 PF 대출 부실 영향에 따른 것이다.

2011년 들어 연초부터 부산저축은행 등 여러 상호저축은행이 PF 부실 문제로 무더기 영업정지됐다. 2011년 한 해 동안 영업정지된 저축은행은 16곳으로 이 중 지방에 본점을 둔 곳은 부산저축은행을 비롯한 8곳이다. 그렇다면 아파트값은 어떻게 되었을까.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실거래가는 2011년 1년간 6.5% 올랐다. 부산저축은행이 있는 부산 지역은 같은 기간 16.5%나 상승했다. 이 통계는 건설 경기와 아파트 가격이 따로 놀 수 있다는 것을 실증적으로 보여준다.

지금 주택 시장 동향은

기존 주택 시장은 바닥에서 꿈틀거리고 있다. 실제로 ‘대장주 아파트’의 가격 흐름을 보여주는 KB선도아파트 50지수가 넉 달 만에 상승세로 돌아섰다. KB부동산에 따르면 3월 KB선도아파트 50지수가 전월 대비 0.1%포인트 상승했다. 이 지수는 헬리오시티, 반포자이, 대치 은마, 압구정 현대 등 서울의 대단지 아파트들이 포함돼 시장의 앞날을 내다보는 바로미터로 인식된다. 대단지는 하락할 때는 먼저 하락하지만 오를 때는 먼저 오르는 경향을 보인다. 또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월 전국 아파트 실거래가지수가 전달 대비 0.11% 오른 데 이어 조사일 현재까지 신고된 거래량으로 추정한 2월 잠정지수도 0.08% 상승했다. 서울의 경우 1월에는 0.45% 상승했으며 2월 잠정지수도 0.3% 올랐다. 또 3월 KB매매가격전망지수는 89.4로 기준치(100)를 밑돌고 있으나 지난해 12월을 저점으로 점차 오르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점을 미뤄 볼 때 시장이 갑자기 냉각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고금리가 계속되고 있고 적체된 매물도 많아 곧바로 시장이 급반등하기는 어렵다. 상반기까지는 바닥 다지기를 하면서 매물 소화 과정을 더 거칠 것으로 보인다.

박상우(왼쪽 네 번째) 국토교통부 장관이 3월 8일 서울 강남구 건설회관에서  
열린 건설 경기 회복 및 PF 연착륙 지원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박상우(왼쪽 네 번째) 국토교통부 장관이 3월 8일 서울 강남구 건설회관에서 열린 건설 경기 회복 및 PF 연착륙 지원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GTX 개통 이후 집값은 어떻게 될까

3월 30일 GTX 노선 일부 A 구간이 개통되면서 수도권은 교통혁명이 현실화했다. 따라서 일상생활에도 큰 변화를 몰고 올 것이다. 일반적으로 교통혁명으로 도심 접근성이 좋아지면 해당 지역의 부동산 가치가 올라간다. 교통 여건 개선으로 부동산 가치는 중심지보다는 외곽 지역이 더 증가할 것이다. 즉 교외 교통 사각지대나 종착역에 가까운 지역일수록 혜택이 클 것이라는 설명이다. 도심의 부동산 가치는 크게 변화가 없을 것이다. 다만 외곽 지역의 상권은 중심 지역 쏠림현상인 빨대 효과로 오히려 위축될 수 있다.

또 특급 개발 재료를 갖고 있는 부동산이라고 해서 무조건 가격이 선형적으로 올라가는 것은 아니다. 개통이 되면 통근자 증가로 임대수요가 늘어 전세와 월세 가격은 오른다.

하지만 매매가격은 개발 재료뿐만 아니라 당시 금리나 정책, 시장 흐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오히려 하락하는 곳도 생긴다. 실제로 2011년 들어선 신분당선은 미리 재료가 선반영되면서 개통 때 오히려 분당 지역 아파트 가격이 내려갔다. 지하철 9호선 1단계인 개화~신논현 구간 개통(2009년 7월) 이후에도 경유 역인 강서구 등촌·염창동 일대 아파트 전셋값은 다소 올랐지만, 매매가격 오름세는 미미했다. 개발 발표, 착공, 완공 때마다 가격이 오른다는 3승 법칙은 항상 맞지는않는다. 광속의 시대 투자자들도 빨리 움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투자 땐 개발 재료가 선반영되어 있는지 항상 체크해야 한다. 다만 이번 GTX A 노선 수서~동탄의 경우 개통을 앞두고 많이 오르지 않아 향후 급락할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 GTX 개통 역 주변으로 아파트 갭투자가 늘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개발 기대에 투기적 수요가 몰리면 값이 치솟다가 위기 때 급락할 수 있다. 2022년 미국발 고금 리 쇼크로 인덕원, 동탄, 의왕, 수원 영통구, 송도 등 아파트값이 급락했다. GTX 개통 재료는 분명 호재이긴 하지만 가격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은 기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