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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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평온한 오후의 광화문 빌딩가. 시작은 커다란 빛이었다. 먼 하늘에서 번쩍 빛이 났다. 왜 빛이 나는가 생각할 겨를도 없이, 엄청난 진동과 모든 창문이 다 깨진다. 빛에 노출된 사람은 맨살에 곧바로 2도 화상을 입는다. 그러고는 울려퍼지는 묵직한 폭발음.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커다란 폭발음이 듣는 이의 가슴까지 울린다. 고통 속에 무슨 일인지 억지로 눈을 떠 보면 용산 방향으로 커다란 버섯구름이 올라오고 있다. 핵폭발이다.

용산 핵 공격 시나리오 

폭심지인 이태원로 22의 피해는 이루 말할 것이 없다. 한때 국방부였던 대통령실 건물은 아예 증발했다. 옆에 위치한 국방부 합참 건물도 역시 사라졌다. 대통령실 본청 옆의 작은 동산 아래에 위치한 국방부 별관만이 건물이 있었다는 흔적을 일부 남기고 있을 뿐, 아무것도 남은 것이 없다.

방사능에 의한 궤멸적인 피해는 남쪽으로는 용산역까지, 북쪽으로는 용산고등학교까지 미친다. 폭발과 함께 방사선은 물체를 투과하여 사람들에게까지 미치면서, 방사선을 쪼인 사람들은 500렘 이상의 방사능에 노출된다. 핵폭발 반경 내에 위치하던 인명은 최소 50% 이상이 즉사하고 나머지는 한 달 내에 사망한다. 폭발 당시 생존할 수 있었던 이들도 다량의 방사능 노출로 결국 암으로 죽을 운명이다. 방사능뿐만 아니라 열복사선에 의한 피해도 상당하여, 북쪽으로는 후암동, 남쪽으로는 이촌동까지 미친다. 이 열기에 직접 노출된 이는 즉각적으로 3도 화상을 입게 된다. 상하는 것은 사람만이 아니다. 열복사선 가운데 감마선은 대기 중의 산소 및 질소 분자와 충돌하면서 엄청난 전자기파를 형성한다. 이렇게 형성된 전자기파 펄스는 컴퓨터, 스마트폰은 물론, 노출된 모든 전자 기기의 기판을 파괴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열과 방사능이 훑고 지나간 자리에, 이제 핵폭풍이 몰아친다. 핵폭발로 급속히 팽창된 공기는 순간 시속 1000㎞의 폭풍으로 바뀐다. 폭심으로부터 주변 2㎞까지는 대부분의 건물이 파괴된다. 삼각지 주변으로 펼쳐진 아파트와 건물들은 모두 무너져 내린다. 파편과 공기가 어우러진 폭풍은 5㎞ 반경까지 펼쳐지면서 파편을 흩뿌리며 길가의 차량과 빌딩 외벽을 파괴한다.

전술핵 공격, 파괴력과 낙진 사이

앞의 시나리오는 800m 상공에서 17㏏의 전술핵 폭탄을 터트렸을 때의 장면을 묘사한 것이다. 이 폭발로 최소한 7만5000여 명이 즉사하고, 중상자는 약 50만 명에 이를 것이다. 유동 인구까지 감안한다면 사망자는 15만여 명 이상, 중상자는 100만 명을 넘을 것이다. 특히 핵폭발의 영향을 받는 인구를 전체 대상으로 하면 200만 명이 넘는다.

1945년 8월 6일 히로시마에서 터진 인류 최초의 핵폭탄 ‘리틀보이’의 파괴력은 15㏏으로, 북한이 최초로 개발한 핵폭탄과 파괴력이 유사할 것으로 추정된다. 히로시마 원폭에서 사망한 인원은 즉사자가 약 6만6000여 명, 중상자가 6만9000여 명으로 추정되었다. 물론 이후 방사능 낙진 등의 후유증으로 인하여 사망한 인원까지 합치면 사망자는 14만여 명으로 추산되기도 한다. 비슷한 파괴력의 폭탄임에도 서울 시나리오가 히로시마 원폭보다 사망자가 많은 것은 메트로폴리탄인 서울의 유동 인구를 감안해서다.

800m의 공중폭발을 상정한 것은 이유가 있다. 핵폭탄을 공중에서 폭발하는 가장 우선의 이유는 파괴력을 확산시키기 위해서다. 지표에서 폭발하는 것보다 공중에서 폭발해야 그 위력이 더욱 넓은 곳으로 퍼진다. 그런데 너무 높은 곳에서 폭발하면 파괴력이 충분히 전달되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북한 입장에서는 충분히 높은 곳에서 폭발시킬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폭발 고도가 높아야 낙진이 최소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낙진이 많이 쌓여 많은 인원이 죽는 것을 북한이 바라지 않겠느냐고 생각하겠지만, 꼭 그렇진 않다. 낙진이 심하면 나중에 서울을 점령할 때 어려워진다. 방호 장구류가 부족한 북한으로서는 낙진이 심한 지역은 점령을 포기해야만 한다. 그래서 사상자는 많이 발생하되, 낙진이 가장 적은 방식으로 폭발을 시도할 것이다. 실제로 북한은 2023년 3월 19일 ‘핵 반격 종합전술훈련’에서 미사일을 발사하면서 800m 상공에서 공중폭발을 시험한 바 있다. 한편 북한이 800m 상공에서 폭발 훈련을 실시했다는 사실에 바탕하여, 기존에 5차 핵실험으로 북한이 확보한 제일 첫 번째 핵탄두의 파괴력이 약 17㏏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서울대 법대, 국방대 국방관리대학원 석·박사, 현 한남대 국방전략대학원 겸임교수, 현 육사 군사사학과 외래교수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서울대 법대, 국방대 국방관리대학원 석·박사, 현 한남대 국방전략대학원 겸임교수, 현 육사 군사사학과 외래교수

전술핵은 사용해도 되는가

낙진을 줄이는 또 다른 방법이 있다. 핵탄두 자체의 파괴력을 낮추는 것이다. 파괴력이 낮으면 당연히 낙진이 줄어든다. 그리고전선에서 아군에 대한 방사선 피해를 걱정하지 않고 교전하려면, 즉 전쟁에서 적 재래식 병력을 상대로 핵무기를 사용하려면, 핵무기의 파괴력을 낮춰야 한다. 냉전 시절 미군이 다양한 전술핵 무기를 만들었던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제2차 세계대전 직후 엄청난 병력 감축 속에서 소련과의 냉전을 수행하기 위해서 미국은 전술핵 개념을 고안했다. 우선 1953년 4월, 미군은 핵을 탑재한 포탄을 시험 발사했다. 280㎜ 핵 견인포인 M65 ‘아토믹 애니’가 바로 그것이다.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 후에도 핵무기화 기술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핵탄두를 직경 280㎜의 포탄 내부에 수납시킬 수 있을 만큼 작게 만들었다. 포탄으로 만들었다고 해서 아토믹 애니가 저렴한 무기는 아니어서, 미 육군은 겨우 20문의 핵 견인포를 만들었다. 그중 16문이 유럽으로, 4문이 한국에 배치되었다.

아토믹 애니보다 더욱 황당한 핵무기도 있었다. 바로 M29 ‘데이비 크로켓’ 핵무반동총이다. 즉 핵탄두를 무반동총에서 쏠 수 있도록 개조했다는 말이다. 데이비 크로켓에 사용된 W54 핵탄두는 직경 30㎝에 길이 45㎝, 무게는 26.5㎏에 불과했다. 1963년부터 양산이 시작된 W54는 세계에서 가장 작고 가벼운 핵탄두로, 나중에는 핵 배낭과 핵 지뢰에 사용되는 탄두로 활용되었다. 이렇게 작은 W54의 파괴력은 최소 TNT 10t에서 최대 1㏏까지 조절이 가능했다. 데이비 크로켓이나 핵 배낭을 사용하면 사용자는 핵 피해 범위에 들어갈 수도 있다. 그러나 당시까지 핵의 위험에 무지했던 인류는 이를 크게 개의치 않았다. 하지만 전술핵도 핵이다. 상대방이 핵보유국이라면 아무리 파괴력이 작은 핵무기라도, 핵을 사용하면 반드시 핵 보복을 당하게 되어 있다. 이게 핵전략의 가장 기본적인 원칙이다. 미국은 파괴력이 약한 핵무기를 ‘전술핵’이라고 부르지 않고 비전략 핵이라는 단어로 대체하여 사용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은 냉전 시절 엄청나게 보유했던 전술핵무기들을 상당수 폐기했고 ‘전술핵’이라는 용어 자체를 사용하지 않기로 했던 것이다. 전술핵은 사용해도 되는 무기가 아니라는 선언이다.

북한의 전술핵 사용 선언

김정은은 작년 말부터 남북이 더 이상 같은 민족을 추구하지 않을 것이며, 대한민국을 주적이라고 불렀다. 남한에 대한 영토 완정, 즉 적화 무력 통일을 준비하겠다고도 했다. 그러한 무력 통일 수단 가운데 하나가 바로 핵무기, 특히 전술핵이다. 북한은 2023년 3월 말에 ‘화산-31’ 전술핵탄두를 선보이면서 파괴력을 5㏏으로 표현했다. 북한이 7차 핵실험을 실시한다면 바로 이 화산-31의 파괴력을 검증하는 것이다. 이후 수순은 핵탄두의 양산이다. 현재 북한의 핵물질 보유량은 150여 발 수준으로 보인다. 그리고 현재 북한이 만들어놓은 핵탄두는 ‘구(球)’형(5차 핵실험)과 ‘장구’형(6차 핵실험)으로 도합 50발 정도를 이미 탄두로 완성했을 것으로 추정한다. 이러한 이전 세대의 핵탄두들은 차세대 미사일에는 탑재가 불가능하기에 ‘화산-31’을 만든 것이다. 화산-31이 핵실험에 성공한다면 북한은 이제 전술핵을 양산할 수 있게 된다. 아직 핵탄두를 만들지 않은 100발분의 핵물질이 그대로 화산-31로 바뀌게 된다. 방관할 수 없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