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기 직접 연결(D2D·direct-to-device) 위성통신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위성·반도체·통신 산업에 새로운 성장 기회가 창출되고 있다. 특별한 장비 없이 스마트폰이나 사물인터넷(IoT) 기기 등 모바일 기기만으로도 지구상 어디에서든 통신이 가능해지면 어떻게 될까. 딜로이트는 2024년 위성 연결 스마트폰 판매량이 2억 대를 넘고, 이들 스마트폰에는 총합 약 20억달러(약 2조7560억원)에 달하는 특수 반도체 칩이 탑재될 것으로 전망한다. 또한 위성 제작과 발사에 대한 투자가 늘면서, 2024년 D2D 시장 규모가 30억달러(약 4조1350억원)를 넘을 것으로 예상한다.

 D2D는 무선 네트워크에 접근할 수 없는 지역에 제한적 커넥티비티를 제공하는 기술로, 고속 저지연 커넥티비티를 제공하는 무선 네트워크 서비스와 경쟁하지 않는다. 무선 네트워크 사업자들은 오히려 위성 사업자와 협업이나 계약을 통해 무선 네트워크가 닿지 않는 지역에서 문자나 음성 서비스를 제공해 추가 수익을 얻을 수 있다. 

D2D 상용화, 성공 가능성은

위성 기반 글로벌 통신 서비스는 이미 활발히 개발되고 있다. 긴급 재난·구호 통신, 단순한 문자 메시지, IoT 모니터링 등은 이미 실현돼, 최근 긴급 재난·구호 통신 덕분에 자동차 사고나 자연재해 발생 시 소중한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이외에도 D2D 상용화를 위해 자본 투자, 위성 발사, 반도체 개발, 규제 프레임워크 구축, 무선 네트워크 사업자와 협의 등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위성통신은 생태계 내 모든 플레이어에게 새로운 수익 창출의 기회다. 첫째, 최근 저조한 판매 실적으로 고민하는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위성통신이 소비자들이 스마트폰을 최신 모델로 바꾸게 하는 매력적인 사양으로 작용할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둘째, 가입자 수 증대와 부가 서비스에 의한 새로운 수익원을 모색하는 무선 네트워크 사업자들은 막대한 비용을 들여 육상 인프라를 신설하지 않고도 지리적 서비스 범위를 넓힐 수 있다. 셋째, 글로벌 통신 시장에서 입지를 넓혀 고객과 투자를 대폭 확대할 활로를 모색하는 위성 사업자들에게도 새로운 기회다.

 D2D 시장의 성장을 주도하는 소비자는 두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GSMA) 추정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의 5%인 약 4억 명이 무선 네트워크를 사용하지 못하기 때문에, 위성 기반 무선 서비스의 혜택을 입을 수 있다. 하지만 이보다 훨씬 중요한 소비자층은 전 세계 56억 명의 무선통신 가입자다. 위성과 지상 무선 네트워크를 결합하면 서비스 갭을 없애고 서비스의 지리적 범위와 함께 사용자를 극대화할 수 있다. 기존 무선통신 가입자 중 소수만이 위성통신 부가 서비스를 사용한다고 하더라도, D2D 시장은 급성장할 수 있다.

 소비 시장 외 기업 및 정부 서비스도 중요한 시장 요인이다. 공공 안전 및 국가 안보를 위한 통신 서비스에서 D2D 기술이 특히 빛을 발한다. 또한 간헐적 통신과 제한적 데이터 전송만 가능해도 무방한 IoT 애플리케이션(앱) 분야에도 D2D가 제격이다. 특히 헬스케어, 산업, 운송 부문에서 활용 가능성이 크다. 

D2D 업계 대표 주자

애플 & 글로벌스타 애플은 글로벌스타에 4억 5000만달러(약 6200억원)를 투자해, 글로벌스타 저궤도(LEO) 군집위성 역량의 85%를 확보했다. 현재 14개국 7억4000만 명의 아이폰14·15 사용자는 ‘위성 기반 긴급 SOS’ 기능을 활용해 와이파이나 무선 서비스 접속이 불가한 야외에서 유사시 긴급 구조 요청을 할 수 있고, ‘로드사이드 어시스턴스’로 외진 지역에서 AAA의 긴급 출동 차량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스페이스X & T모바일 T모바일은 미국 가입자들에게 스타링크의 LEO 군집위성 기반 문자 메시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향후음성과 데이터 서비스도 개시하고, 2024년 말까지 위성 기반 문자 서비스를 100% 전 세계로 확대할 계획이다. 

링크 글로벌 미국 벤처기업 링크 글로벌은 D2D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자체 군집위성을 구축하고 있다. 링크 글로벌은 자사의 위성 시스템은 특수 반도체 칩을 탑재하지 않아도 모든 스마트폰과 통신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미디어텍 & 불릿 대만 미디어텍이 개발한 정지궤도(GEO) 위성 호환 반도체 칩셋을 탑재한 안드로이드 또는 iOS 기기는 불릿의 ‘위성 커넥트’ 플랫폼에 연결할 수 있다. 해당 서비스는 인말새트 및 에코스타 등 GEO 기반 위성을 활용하기 때문에, 저궤도 위성 기반 서비스보다 메시지 송수신이 더 오래 걸리지만, 스마트폰의 위치와 상관없이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화웨이 & 차이나 텔레콤 화웨이의 플래그십 스마트폰인 메이트50 시리즈에는 중국 베이더우 위성항법 시스템을 기반으로 긴급 구조 문자를 보낼 수 있는 기능이 탑재돼 있다. 최신 모델인 메이트60 프로에는 티옌퉁-1 GEO 위성 기반 통화 및 메시지 전송 기능이 있다. 중국은 향후 수년 내 LEO 군집위성 1~2개를 추가해 D2D 서비스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D2D 기술 가치 이미 입증… 시장 형성 속도가 관건

D2D 시장은 초기 단계지만 전 세계 많은 기업이 활발히 진출하며 역동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실현 기술이 개발됐고 열기가 뜨겁다고 해서 반드시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D2D 시장은 다음과 같은 과제를 안고 있다. 

경제적 과제 D2D 서비스는 쏟아져 나오지만 수요도 이에 걸맞은 성장세를 보여줄 것인가. 소비자들이 해당 서비스에 기꺼이 요금을 지불할 것인가. 그렇다면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요금제는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 군집위성 발사, 운용, 관리에 필요한 자본이 계속 조달될까. D2D용 반도체와 기기 수요도 동반 급증할 수 있을 것인가.

기술적 과제 대규모 군집위성은 그 자체로 이미 붐비는 궤도 환경에서 발사 및 운용하는 데 여러 기술적 어려움이 있다. 더구나 이를 기반으로 한 D2D 서비스는 또 다른 기술적 장애물을 넘어야 한다. 우선 주파수 사용을 조율하고 사업자 간 충돌 가능성을 관리하는 것은 쉽게 해결할 수 없는 문제다. 또한 사이버 보안과 상호 운용성 등 사안에 대한 글로벌 표준도 필요하다. 주류 기술적 방식은 무엇이 될 것인가라는 문제도 고민해야 한다.

규제 수립 과제 현재 D2D 시장을 위한 규제는 거의 없는 실정이다. 따라서 위성 및 무선 네트워크 사업자들은 각국의 적절한 규제 당국과 협력하면서 주파수 배분, 궤도 배치, 위성 서비스 허가 등의 사안에 대한 규제 확립에 앞장서야 한다. 

 공기와 같은 통신 환경을 만들기 위해 상이한 시장을 결합하는 것은 분명 큰 과제이지만 그만큼 값진 가치 창출의 기회이기도 하다. 통신 접근이 불가한 이들에게 통신 서비스를 제공하고, 시민 안전과 긴급 대응을 개선하고, IoT 앱을 확대하며, 글로벌 통신 인프라의 회복력과 신뢰성을 강화하는 등 수많은 가치가 창출될 수 있다. D2D의 가치는 이렇듯 이미 증명됐다. 이제 위성·육상 네트워크의 결합을 완전히 실현해서 대규모로 시장을 형성할 수 있는 새로운 혁신과 소비 행태가 얼마나 빨리 등장하는지가 관전 포인트다. 


Plus Point

생체 인증 앱 무장 스마트폰 ‘ 최고 소비자 기기’ 위상 재증명

던컨 스튜어트
딜로이트 캐나다  첨단기술·미디어·통신 부문 리서치 디렉터미국 CFA Instititue 국제재무분석사
던컨 스튜어트 딜로이트 캐나다 첨단기술·미디어·통신 부문 리서치 디렉터
미국 CFA Instititue 국제재무분석사

 스마트폰이 카드 키, 비밀번호, 운전면허증, 여권, 신용카드, 현금까지 오늘날 수백억 개의 물리적 인증 및 결제 수단을 대체, 능가하는 추세가 2024년부터 본격화할 전망이다. 스마트폰 성공의 척도를 단순히 판매량으로만 정량화할 수 없는 이유다. 스마트폰이 ‘최고 소비자 기기’라는 위상을 다시 증명할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스마트폰은 2024년 판매량이 12억6000만 대로 역대 고점인 15억7000만 대에 비하면 다소 저조하겠지만, 여느 때보다 성공적인 한 해를 보낼 것으로 기대된다. 전 세계 50억 명의 사용자가 생태계를 형성한 가운데, 믿을 수 있는 인증 수단이라는 점이 부각되며 가치가 더욱 돋보이고 있다.

 스마트폰의 인증 기능은 갈수록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2024년에는 생체 인증 앱이 급증하면서, 중기적으로 스마트폰의 인증 건수가 연간 수십조 건에 달하고 장기적으로 인증 기능이 폭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