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 설명│최근 빠르게 성장하는 인도의 영향력이 전 세계적으로 커지고 있다. 인도 경제는 2009년만 해도 국내총생산(GDP) 기준 세계 10위권 밖이었다. 그러나 2010년 ‘글로벌 톱 10’에 진입했고, 2022년에는 미국, 중국, 일본, 독일에 이어 세계 5위 경제 대국에 올랐다. 인도 재무부는 1월 발표 보고서에서 2024 회계연도(2024년 4월~2025년 3월) 실질 GDP 성장률이 7%대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국제통화기금(IMF)은 4년 뒤인 2027년 인도가 일본과 독일을 제치고 미국, 중국에 이은 GDP 3위로 올라설 것으로 전망한다. 인도는 ①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주로 남반구에 있는 개발도상국)의 맏형이기도 하다. 그러나 인도의 빠른 경제성장과 관련, 우려도 있다. 지난 30년간 다른 국가들, 특히 중국의 경험에 따르면 이러한 빠른 경제성장과 세계적으로 큰 영향력은 관리하기가 매우 어렵다. 필자들은 “글로벌 경제에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국가 내에서 합당한 조치가 다른 국가가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국가에 기대하는 것과 상충할 수 있다”면서 “마찬가지로 국제적으로 합당한 조치가 국내 경제 발전을 복잡하게 만들 수도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중국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며 “중국은 세계경제에서 영향력을 키우면서도 자국 내 개발 의제에 너무 편협하게 집중했다”고 지적했다.

 인도는 중국과 마찬가지로 14억 명이 넘는 세계 최대 인구를 자랑하며 다른 신흥 경제국보다 빠른 경제성장을 기록하며 세계적으로 주목받았다. 인도는 GDP 기준 세계 5위 경제 대국이며, 2027년에는 일본과 독일을 제치고 미국, 중국에 이어 3위 경제 대국으로 올라설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1인당 소득은 다른 그림을 그린다. 인도의 1인당 GDP는 2389달러로 고소득 국가보다 훨씬 낮고, 중국(1만2720달러)보다도 상당히 낮다. 전체 경제 규모와 소득수준 측면에서 볼 때 인도는 2007년의 중국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인도가 전 세계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봐도 비슷한 그림을 그린다. 인도는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에서 중국과 미국 다음으로 높은 순위를 차지하고 있다. 인구가 많기 때문이다. 인도의 1인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1.89t으로 전 세계 평균인 4.66t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인도의 이산화탄소 총배출량은 세계 3위다. 

 그러나 인도가 탄소 저감 관련 기술을 개발 적용하는 정책을 펼치는 등 매우 공격적인 계획이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물론 인도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2030년대 중반 정점을 찍을 것으로 전망되고, 이는 중국의 경우처럼 지속 가능성과 관련된 글로벌 압력에 직면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인도가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어떻게 준비하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인도의 제조업 역량도 인도 경제성장에서 중요한 요인이다. 인도의 강점 중 하나가 세계 최대 인구 대국으로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증가한다는 점이다. 반면 중국은 생산가능인구가 계속 감소하는 추세다. 지정학적 요인으로, 기존 중국 중심의 글로벌 공급망이 다변화하고 있다는 것도 무시할 수 없다.중국의 경제 및 거버넌스 모델 변화, 중국과 일부 선진국 특히 미국과 관계 악화 등으로 해외 자본이 중국에서 빠져나가고 있고, 이로 인해 인도로 그 자본이 유입되는 추세다. 이런 부분에서 중국은 인도의 성장 스토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예를 들어, 애플은 최대 협력사인 전자 기기 위탁 제조 업체 대만 폭스콘 같은 파트너와 인도에서 아이폰 조립을 확대하고 있다. 인도는 이미 아이폰 전 세계 생산량의 7%를 차지하고 있으며, 대부분이 수출용이다. 인도는 무역 부문을 확대하고 수출용 제조업을 통해 농촌 부문의 저소득층에게 고용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안정적이고 완만한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인도의 도시화로 인해 산업 분야에서 일자리를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또한 인도는 이미 디지털 및 금융 부문이 활성화하고 있다. 국내 경제 규모가 크고 성장하고 있는 인도 경제는 디지털 기술이 상대적으로 고정 비용은 높지만 변동 비용은 낮은 점을 감안할 때 대규모 디지털 혁신에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모하메드 엘 에리언영국 케임브리지대 퀸스칼리지 총장전 알리안츠 수석 경제 자문, 전 하버드대학기금  최고경영자(CEO)
모하메드 엘 에리언영국 케임브리지대 퀸스칼리지 총장
전 알리안츠 수석 경제 자문, 전 하버드대학기금 최고경영자(CEO)

고성장 인도에 중국이 주는 교훈

 주요 경제국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는 인도의 정책 입안자들은 자국의 성장과 발전 궤도를 유지하면서 외부 및 내부 이해관계의 균형을 맞춰야 하는 과제에 직면해 있다. 

 인도는 중국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중국의 정책 입안자들은 자국이 세계경제에서 더욱 중요해지는 상황에서 자국 내 개발 의제에 너무 편협하게 집중했다. 중국이 글로벌 영향력 확대와 관련된 외부 현실을 깨달았을 때는 이미 다른 국가로부터 심각한 반발을 받고 있었다. 이러한 대응이 쌓여 궁극적으로 국내 문제를 악화시키는 등 심각한 문제를 야기했고, 이는 중국의 놀라운 성장 궤도를 이탈하게 하거나 최소한 저해할 수있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글로벌 경제에서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국가 내에서는 합당한 조치가 다른 국가가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국가에 기대하는 것과 상충할 수 있다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국제적으로 합당한 조치가 국내 경제 발전을 복잡하게 만들 수도 있다.

 국내적으로 인도는 외국인직접투자(FDI)와 포트폴리오 투자자의 유입이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이러한 자본은 일자리 창출, 기술이전, 저렴한 자금 조달 등 많은 이점을 제공한다. 

 그러나 다른 나라 사례에서 볼 수 있듯, 대규모 해외 자본과 인력 유입은 국내 거주자의 내부 저항을 극복할 조치를 필요로 한다. 그렇지 않으면 거시경제 불안정, 자원의 잘못된 배분, 과도한 위험 감수, 부정부패 등의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다. 

 대외적으로 인도는 주요 양자 무역 파트너, 지역 기관 및 국제 플랫폼과 훨씬 더 긴밀한 협력 관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인도는 2014년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신흥 경제 5개국 주도 국제기구)가 설립한 ②신개발은행(New Development Bank) 창립국이라는 지위를 가지고 있지만, 그렇다고 인도가 아시아개발은행(ADB), 세계무역기구(WTO), 국제통화기금(IMF) 등과 같은 글로벌 기관과 긴밀한 관계를 구축하는 게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마이클 스펜스스탠퍼드대 경제학 명예교수 전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장, 2001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
마이클 스펜스스탠퍼드대 경제학 명예교수
전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장, 2001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

  중국은 16년 전 인도와 비슷한 경제 발전 단계에 있었을 때 GDP의 10%에 달하는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했다. 중국 정책 입안자들은 2007년 주식시장 거품(증시 성장)에 집중하면서 중국의 중상주의와 불공정 경쟁에 대한 외부의 우려를 무시했다. 이제 미국과 다른 국가들은 중국에 엄격한 무역, 자본 및 기술 규제를 도입했고, 이 중 대부분은 앞으로도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인도는 이를 잘 고려해야 한다. 긍정적인 부분은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이끄는 현 인도 정부는 이를 잘 이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인도는 오늘날 매우 복잡하고 긴장된 글로벌 환경을 잘 헤쳐 나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렇지만 노력해야 할 부분이 더 많다. 인도는 세계 다자 기구에서 건설적인 개혁을 위해 강력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큰 역할을 해야 한다. 인도는 중국의 일대일로(一带一路, 육·해상 실크로드) 참여를 거부하고 있다. 하지만 좋든 싫든 중국과 인도는 세계경제에서 거인이 될 운명에 처해 있다. 특히 양국 관계의 성격은 글로벌 통합과 협력의 미래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중국과) 더욱 건설적인 관계로 나아가는 것이 인도의 목적이 돼야 한다. 

Tip

① 남반구나 북반구 저위도에 있는 인도, 브라질, 사우디아라비아 등 120여 개 개발도상국. 북반구에 쏠려 있는 선진국을 가리키는 ‘글로벌 노스(Global North)’와 대비된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 선진국과 중국, 러시아 등이 대립하는 현재의 지정학적 질서에서 실리에 기반해 독자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② 브릭스(BRICS) 5개국이 설립한 개발은행. 개발도상국이 전적으로 설립한 최초의 글로벌 다자간 금융기관으로, 개발도상국의 인프라와 지속 가능한 개발에 필요한 자금을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2014년 7월 15일 브라질 포르탈레자에서 열린 ‘제6차 브릭스 정상회의’에서 합의 내용이 발표됐고, 2016년 본격 활동을 시작했다. 본부는 중국 상하이에 있다. 브릭스 회원국은 올 1월부터 아랍에미리트(UAE), 이집트, 이란, 에티오피아 등 4개국이 추가돼 9개국으로 늘었고, 사우디아라비아가 가입을 검토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