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애플이 아이폰을 출시한 이후 지난 10여 년간은 모바일 기술이 세계경제와 산업을 주도했다면, 향후 10년은 생성 AI (Generative AI)발(發) 인공지능(AI) 기술혁명이 산업을 이끌 것이다. 2년 뒤에는 AI 반도체 시장을 주도하는 엔비디아의 시가총액이 애플을 뛰어넘을 것이다.”

신간 ‘AI 투자 전쟁’ 저자인 송종호 팔라티노 프라이빗에쿼티(PE) 대표는 4월 9일 인터뷰에서 향후 10년간은 AI가 산업의 중심이 될 것이라며, 이같이 전망했다. 송 대표는 자산운용사 최고투자책임자(CIO)와 반도체 애널리스트를 역임한 기술주(종목) 투자 전문가다. 1999년 서울투신운용을 시작으로,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대우증권, NH-Amun-di자산운용 등을 거치며 20년 넘게 투자 상품을 기획하고 자산을 운용했다. 송 대표는 2005년 출시한 국내 최초 정보기술(IT) 섹터 펀드인 ‘프레스트지코리아테크펀드’를 운용했고, 2019년 IT 소재·부품·장비 대표 펀드인 ‘필승코리아펀드’를, 2020년에는 ESG(환경· 사회·지배구조) 대표 펀드인 ‘그린코리아펀드’를 기획하고 운용 전략을 수립했다. 특히 송 대표는 IT 섹터 중에서도 반도체 분야 전문가로 꼽힌다. 2014년에는 금융⋅투자 업계를 떠나, 반도체 회사인 SK하이닉스 미래전략본부로 자리를 옮겨 중장기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전망하는 업무를 수행했다. 현재 송 대표는 사모펀드 회사인 팔라티노 프라이빗에쿼티(PE)를 설립해 운영 중이고 반도체 장비 회사인 에이치피에스피(HPSP)의 사외이사로도 활동 중이다. 다음은 일문일답. 

최근 출간한 책 제목이 ‘AI 투자 전쟁’이다. AI 투자 전쟁이 촉발된 배경이 궁금하다.

“2022년 생성 AI인 챗GPT의 출현은 AI 시장의 빅뱅을 일으켰다. AI 기술 발전에서는 두 가지의 결정적인 사건이 있었는데, 하나는 2012년 이미지넷 챌린지 대회에서 딥러닝에 그래픽처리장치(GPU)를 활용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2017년 구글의 트랜스포머 모델에서 어텐션 함수 적용을 통해 라벨링을 제거한 것이다. 이를 통해 GPU 기반의 AI 서버로 AI를 훈련(학습)시키고, 매개변수를 늘려나갔다. 그 결과, 현재 생성 AI의 매개변수는 1조 개 이상으로 증가했다. 향후 5~10년 뒤에는 인공일반지능(AGI·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이 개발될 전망이다. AGI는 매개변수가 100조 개 이상인 인간의 지능을 뛰어넘는 특이점이 될 것응로 전망된다.”

구체적으로 어떤 투자 전쟁인가.

“현재는 크게 두 가지 분야에서 AI 투자 전쟁이 일어나고 있다. 생성 AI 소프트웨어 모델 개발과 반도체(GPU) 분야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챗GPT를 개발한 오픈AI에 130억달러(약 17조9166억원)를 투자했고, 앤트로픽에는 아마존이 40억달러(약 5조5128억원)를 투자했다. MS, 구글, 아마존 등은 엔비디아의 GPU를 기반으로 데이터센터 구축에 투자하고 있다. 특히 메타는 최근 100억달러(약 13조7820억원)에 달하는 GPU를 대량으로 구매했다. MS는 생성 AI 수요 급증에 대비해 데이터센터 구축에 1000억달러(약 137조8200억원)를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MS의 투자 행보를 평한다면.

“MS가 장기적으로 구축하려는 데이터센터는 궁극적으로 AGI를 구현하려는 목표에 기반하고 있다. AGI는 현재의 생성 AI 기술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인간의 사고 체계에서만 나타나는 자율성과 창조성까지도 담아낼 수 있는 AI를 뜻한다. AGI를 통해 모든 산업 체계에서 또 다른 혁신적인 발전을 이끌어낼 가능성이 크고, 나아가 지구를 넘어 우주로 인간의 확장성을 구현할 전망이다. 다만, 이러한 AGI 기술 발전에 있어서는 인간과 AI의 충돌 같은 리스크와 윤리적 이슈가 부각될 수도 있다.” 

송종호 팔라티노 프라이빗에쿼티(PE) 대표
고려대 물리학 학사·재무학 석사, 현 에이치피에스피(HPSP) 사외이사, 전 대우증권 리서치센터 IT하드웨어 팀장, 전 SK하이닉스 미래전략본부 근무, 전 NH-Amundi자산운용 리서치본부장 사진 심민관 기자
송종호 팔라티노 프라이빗에쿼티(PE) 대표
고려대 물리학 학사·재무학 석사, 현 에이치피에스피(HPSP) 사외이사, 전 대우증권 리서치센터 IT하드웨어 팀장, 전 SK하이닉스 미래전략본부 근무, 전 NH-Amundi자산운용 리서치본부장 사진 심민관 기자

엔비디아 시총이 애플을 추월하는 이유는.

“AI 구현에 있어서 슈퍼컴퓨팅 체계가 필수적이다. 이 체계를 구축하는 데 쓰이는 반도체(GPU)에 대한 투자는 우선 주목할 부분이다. 전 세계적으로 현재 AI 서버가 차지하는 비중은 10% 초반에 불과하기 때문에, 향후 3년 이내에 이 비중이 30% 이상으로 급증할 전망이다. 따라서 GPU가 높은 성장성을 보일 것이다. 엔비디아의 서버용 GPU 시장 점유율은 98%에 달한다. 최근 엔비디아 주가가 급등 후 조정을 받고 있지만, 성장성이나벨류에이션으로 볼 때 향후 1년 내에 1200달러(약 165만3840원), 3년 내에 1500~2000달러(약 206만7300원~ 275만6400원)도 충분히 가능할 전망이다. 

애플은 디바이스에 의존하지만, 엔비디아는 AI 컴퓨팅 인프라에서 AI 플랫폼 기업으로 변모하고 있다. 자율주행, 로보틱스, 헬스케어 등으로 AI 플랫폼을 확장하고 있다. 이러한 방향성은 최근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인 젠슨 황의 ‘TSMC가 반도체 파운드리(위탁 생산) 업체라면 엔비디아는 AI 파운드리 업체다’라는 말에서도 잘 나타난다.” 

엔비디아의 경쟁력은 무엇인가.

“엔비디아의 경쟁력은 뛰어난 GPU 기술 외에도 엔비디아가 구축한 AI 슈퍼컴퓨팅 체계에서 나온다. 이 체계라는 것이 GPU와 고대역폭 메모리(HBM)를 효율적으로 연결하는 NV Link 인터페이스 기술, AI 컴퓨팅 모듈을 시스템적으로 구현하는 인피니밴드(Infiniband)와 같은 네트워크 패브릭 기술도 동시에 구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쿠다(CUDA)라는 소프트웨어(SW) 생태계 역시 엔비디아가 가진 강력한 경쟁력이다. 쿠다는 프로그래머들이 병렬 처리 알고리즘을 쉽게 만들 수 있도록 개발된 프로그램으로, 현재 대부분의 AI 알고리즘이 쿠다 플랫폼을 기반으로 이뤄졌다.” 

온디바이스 AI(물리적으로 떨어진 서버의 연산을 거치지 않고 기기 자체에서 AI 기능을 구현하는 기술)도 최근 화두다.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발전할 것 같나.

 “온디바이스 AI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먼저 시작해 다른 분야로 확산될 것이다. 최근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신제품 갤럭시S24에서 13개 언어에 대한 통역 기능을 제공하면서, 온디바이스 AI의 확산 가능성을 보여줬다. 애플 역시 기존의 음성 AI 비서 ‘시리’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AI 서비스를 위해 구글의 생성 AI ‘제미나이’를 도입할 전망이다. 나아가 자체적인 AI 기술 구축에도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은 연간 12억 대가 팔리는 규모가 큰 시장이다. 

하지만 온디바이스 AI의 본게임은 다름 아닌 로보틱스 시장에서 펼쳐질 것이다. 특히 테슬라가 개발 중인 AI 휴머노이드 로봇인 옵티머스는 이러한 가능성을 잘 보여준다. 온디바이스 AI는 휴머노이드 형태의 로봇은 물론, 동물 형태의 4족 보행 로봇이나 다양한 제조 라인에 배치할 수 있는 협동 로봇, 군사 로봇 등으로 대거 확장될 것이다.” 

생성 AI를 로보틱스 분야에서 활용하면 어떤 점이 달라지나.

“생성 AI를 통해 인간과 로봇 간의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해졌다는 점이 의미가 있다. 가정용 휴머노이드 로봇에 생성 AI를 적용하면 인간과의 대화는 물론 효율적인 동작 지시가 가능해질 것이다. 교육을 통한 로봇의 훈련도 시킬 수 있다.” 

AI 시장에서 한국의 경쟁력은.

“AI 시장은 크게 세 방향에서 요동치고 있다. 첫째는 생성 AI 소프트웨어 자체 개발이고, 둘째는 이를 구현하는 GPU 중심의 AI 컴퓨팅 체계이고, 셋째는 이를 제조하는 파운드리 영역이다. 한국은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HBM 반도체를 통해 일부 수혜를 보고는 있지만, 파운드리에서는 삼성전자가 수율 부진으로 크게 수혜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 생성 AI의 자체 개발에 있어서는 네이버 등이 후발 주자로서 기존의 검색 점유율을 유지하는 수준으로 판단된다.”

한국이 AI 반도체 시장 영향력을 높이려면.

“향후 AI 반도체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려면 팹리스(반도체 설계)와 파운드리, 두 가지 모두에서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다만, 전략적으로 GPU 팹리스에서 엔비디아와 직접적으로 경쟁하기보다는 신경망처리장치(NPU)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키우는 것이 유리할 것으로 판단된다.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수율 개선은 필수적이며, 한국이 후공정 반도체 장비 경쟁력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다.”

주목해야 할 투자 종목이 있다면.

“엔비디아, 테슬라, MS다. MS는 생성 AI를 개발하고 발전시킬 것이고, 엔비디아는 생성 AI에 필요한 GPU 반도체 시장을 이끌 것이다. 테슬라는 자율주행과 로보틱스 등 AI를 활용하는 응용 시장을 주도할 것이다.” 

심민관 기자
이코노미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