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휴가지를 열심히 물색하다가 결정이 어려워지면 으레 이렇게 말한다. “그냥 동남아나 가자.” 동남아 여행 대부분이 비슷하다. 호텔에서 해변, 관광지, 쇼핑몰, 식당가를 쳇바퀴 돌 듯 몇 번 오간다. 가끔 스노클링을 하다가 수영을 하고, 새우나 게 요리를 먹는다.
그리고 누구나 가는 관광지 구경에 기계적으로 나선다. 중간에 한국 식당 한두 번 정도 찾는 일정도 빠질 수 없다. 패키지 투어 중간에 낀 기념품 가게에서 선물이라도 좀 사면 어느새 저녁이다.
한국인이 가장 많이 찾는 동남아 국가 베트남이라고 다를 바 없다. “왜 베트남으로 가냐”고 물으면 많은 경우 “싸고 가까워서”라는 답이 돌아온다. 베트남 여행의 가장 큰 매력이 정녕 이뿐일까.
다낭(Danang)은 오랫동안 ‘동남아 휴양지’라는 연관 검색어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도시다. 다낭 관광 업계에서 한국은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시장이다.
베트남 다낭 최대 규모 리조트 ‘하얏트 리젠시 다낭 리조트 앤드 스파’ 아드리안 풀리도 총지배인은 최근 “서울·부산·대전·대구에서 하루 20개 항공편이 출발한다”며 “리조트를 찾는 손님 가운데 한국인이 절반”이라고 말했다.
다낭은 지난 몇 년간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으로 부침을 겪었다. 도시 전체가 위기였다. 다낭 관광산업을 지탱했던 한국인 관광객도 냐짱, 푸꾸옥 같은 베트남 다른 지역으로 눈을 돌렸다. 하얏트 리젠시 다낭은 팬데믹 이후 관광객을 다시 끌어들이기 위해 ‘모든 세대가 함께 즐길 수 있는 패밀리 리조트’를 핵심 콘셉트로 설정했다.
매달 新서비스 개발
이곳은 20㏊(약 6만 평) 부지에 750m에 달하는 백사장 해변과 다섯 개 수영장을 갖췄다. 높이 솟은 시내 호텔과 달리 객실 대부분이 바다를 바라보고 야트막하게 자리를 잡았다. 객실 내부 벽과 바닥·침구·소파를 흰색과 자연스러운 나무색으로 통일감 있게 맞춰 안락함을 강조했다.
시설뿐 아니라 프로그램도 대대적으로 정비했다. 키즈존과 주니어 축구장 그리고 게임 아케이드 등이 ‘멀티 제너레이셔널(multi -generational·전 연령대) 패밀리’ 리조트 콘셉트 아래 새롭게 등장한 시설이다. 젊은 여성 세대를 위해 매일 아침에는 달리기나 요가 같은 수업을 번갈아 운영한다.
풀리도 총지배인은 “지난 1여 년간 매달새로운 서비스를 선보였다”면서 “영유아부터 이용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해 여러 세대가 함께 오는 대가족에게 환영받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내놓은 다이닝 레스토랑 ‘르 프티 셰프’ 역시 가족 손님을 끌어오려는 시도다. 르 프티 셰프는 3D 맵핑 기술로 식사 시간 내내 테이블 위에 만화 같은 동영상이 나타난다. 머리 위 프로젝터가 2시간여 동안 성인 손가락 한 마디만 한 요리사가 테이블을 캔버스 삼아 요리하는 모습을 틀어준다.
짤막한 영상 감상 후 영상에 나온 음식과 비슷한 요리를 서빙해 어린 소비자의 흥미를 자극한다. 메뉴에 따라 테이블은 바닷가재가 나오는 바다가 되기도, 요리사가 직접 농사지어 만든 밭으로도 뒤바뀐다.

풀리도 총지배인은 “그동안 리조트에서 어린이가 참여할 만한 활동은 극히 일부였다” 며 “전 세계에서 온 어린이가 참여하는 체스 경기처럼 어린이가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가족들을 불러들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어린이뿐 아니라 성인을 위해선 해변에서 불 쇼와 라이브 디제이 쇼를 감상하며 식사할 수 있는 ‘오션 바이 더 풀’, 메인 수영장 바로 옆에서 베트남 전통 요리를 맛볼 수 있는 ‘풀하우스’, 영화를 보면서 칵테일을 즐기는 ‘테라스’처럼 엔터테인먼트와 결합한 식도락을 준비했다.
일반적으로 베트남 중부 요리에는 레몬그라스와 박하, 레몬 등 세 가지 향료가 쓰인다. 맑은 쇠고기 육수 쌀국수, 코코넛밀크를 넣어 만든 커리, 바나나 잎으로 감싸 향을 입힌 생선 요리가 유명하다. 하얏트 리젠시 다낭은 요리 대부분에 베트남 향신료를 강하게 쓰지 않는 편이다. 현지 특성을 적당히 살려 동남아 음식을 어려워하는 이들도 무난하게 생경함을 받아들이게 한다.
그는 “한국인 입맛에 맞추기 위해 그랜드 하얏트 서울에서 6개월마다 셰프를 초청한다”며 “하얏트라는 글로벌 브랜드 이점을 이용해 한국인 입맛에 맞춘 메뉴를 개발하고, 한국인 취향에 맞춘 특화 서비스를 개발하려고 시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명 사진작가와 아트 갤러리 조성
최근에는 세계적인 사진작가 레한(Re-hahn)과 협업해 아트 갤러리를 조성했다. 몸이 쉬는 와중에도 내면을 채우려는 투숙객이많아지는 추세를 감안한 조치다.
프랑스 사진작가 레한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10대 초상 사진가’로 불린다. 2011년 다낭 인근 호이안(Hoi An)에 머물며 베트남 소수민족 유산과 장인 정신을 사진으로 기록하는 ‘프레셔스 헤리티지(Precious Heri-tage)’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54개 베트남 소수민족이 전통의상을 입고 찍은 사진을 리조트 내 갤러리에서 볼 수 있다.
리조트에서 수영을 빼놓을 수 없다. 바다를 바라보며 리조트 중앙 수영장에서 즐기는 수영은 유난히 매력적이다. 조용한 힐링을 원한다면 리조트에 마련된 ‘비에 스파(vie spa)’를 찾아가면 좋다.
하얏트 리젠시 다낭 리조트 앤드 스파는 다낭 일대 5성급 리조트 가운데 이름에 유일하게 ‘스파’를 내세웠다. 명성만큼 독특한 베트남식 마사지를 선보인다. 관절을 뚝뚝 꺾는 태국식 마사지와 달리 부드럽게 근육을 어루만진다.
다낭은 넓은 해변 외에도 볼거리가 많다. 미국 여행 전문 매체 ‘콘데나스트 트래블러’ 는 최근 발표한 ‘2024년 아시아 11대 여행지(The best places to go in Asia in 2024)’에서 다낭을 2위로 선정했다.
다낭은 30분 남짓한 지척에 역사 도시 호이안, 미손(Mi son)을 끼고 있다. 모두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이다. 도심에는 오래된 시장, 프랑스 식민 시대 성당이 서있다.
하얏트 리젠시 다낭은 차로 5~10분 거리 오행산 같은 주요 관광지에 투숙객을 직접 인솔해 가는 서비스를 운영한다. 한국인을 포함해 여러 국가에서 온 관광객이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도록 배려한 투어 프로그램이다.
풀리도 총지배인은 “이전까지 그저 럭셔리 리조트를 표방했다면, 지금은 전 연령대를 아우르는 리딩(leading) 패밀리 리조트를 추구한다”며 “각각 연령에 맞춘 즐길 거리를 다양하게 준비해 다른 리조트와 차별화한 휴양 경험을 제공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