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셔텨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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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초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인적 분할 뉴스가 나오자, 한화그룹의 핵심적인 신성장 동력인 방위산업(이하 방산) 및 우주산업이 본격적으로 고도화할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해당 기업의 주가가 요동쳤다. 이처럼 미래 먹거리로서 방산 및 우주산업이 각광받는 현상은 전 세계적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그 원인은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지기 때문이다. 대만을 둘러싸고 미국과 중국의 대립이 지속될 것이고, 2022년 2월 발발한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은 심화할 여지가 남아 있으며 2023년 10월 하마스의 이스라엘 침공으로 불거진 중동의 갈등도 국지전 형태로 지속되면서 안보의 중요성이 더 부각되는 것이 바로 그 배경이다.

일차적으로 지정학적 리스크는 전 세계적인 국방비 지출 확대로 이어지고 방산 기업의 수주를 확대시킨다. 특히 국내 방산 기업의 경우 20세기부터 연구개발(R&D)해 온 결실이 가시화하는 시점이 도래하며 특수를 누릴 수 있다. 그동안 유럽의 군비 감축 기조는 생산능력 감소로 이어졌으나 한국은 남북 분단이라는 상황으로 인해 생산능력이 유지돼 왔기에 국내 방산 기업의 생산능력은 적합한 품질의 무기를 시기적절하게 공급하기에 충분하다.

이처럼 방산의 성장과 그 궤를 같이하며 지정학적 리스크가 성장시키고 있는 산업이 바로 우주산업이다. 우주산업은 방산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인데 이미 과거에 미국과 소련의 군비 경쟁이 누가 우주에 먼저 진출할 것인가 경쟁으로 이어진 선례가 있다. 이와 비슷한 최근 사례로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 분쟁으로 인해 탈세계화, 역세계화 추세가 나타나며 한동안 주춤하던 주요국들의우주 관련 예산이 2010년대 중반부터 다시 증가 추세에 진입했다는 점이다. 동일하게 2022년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에서 드러난 안보의 중요성은 이러한 우주 경쟁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우주 군사화를 놓고 미국과 중국은 장기적 시각에서 경쟁해 왔는데 우주개발 경쟁에 참여하는 국가가 점차 확장하며 심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간 우주 관련 기술력이 발전해 온 것도 한몫했겠지만, 우주 안보에 대한 개념이 대두되며 각국 정부 입장에서도 우주개발 경쟁에 뛰어들어야겠다는 필요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최근 발발한 전쟁들로 인해 다시금 부각된 국방의 중요성이 확장했을 뿐만 아니라 전장에서 위성 인터넷 서비스 스타링크의 요긴한 쓰임새가 대중의 주목을 받으며 우주 안보 개념이 더 확고해지고 있다. 이처럼 전 세계 정부의 우주개발 의지가 높아지며 고금리와 경기 침체 우려 등의 어려운 상황에서도 우주 관련 예산은 앞으로도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국가 차원에서의 우주 관련 조직과 프로젝트들도 단순히 우주에 대한 관심과 야망에서 그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구체화하는 단계에 있다. 미국의 우주군 창설이나 다시 한 번 달에 가려는 아르테미스 계획,주요국들의 독자적 우주정거장 구축 계획, 경쟁적인 달 탐사 계획 등이 그 사례다.

엄여진 부국캐피탈 PE금융팀장 연세대 경영학, 전 신영증권 제약·바이오 애널리스트
엄여진 부국캐피탈 PE금융팀장
연세대 경영학, 전 신영증권 제약·바이오 애널리스트

민간 주도로 넘어가는 우주개발

으로 우주산업이 어떻게 발전할지를 예상해 보면, 아마 항공기와 인터넷처럼 정부 주도의 군용 산업이 상용화하며 성장하는 전형적인 성장 모델을 따를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실제로 2010년대 이후 민간 업체들의 진입과 성장이 두드러지고 있으며, R&D 역할 또한 정부에서 민간으로 이양되는 중이다. 이미 군용 기술로서 활용도와 민간으로 기술이전, 우주인 배출 이후 우주여행 개화, 관련 산업에서 나타나는 민간 기업 성장 등 현재까지의 발전 과정만 보더라도 유사한 점이 많다.

국내 우주산업도 민간 중심의 시장으로 전환되기 시작했다. 2022년 국내 우주 기기 제작 산업 규모는 약 1조2000억원인데 이 중 민간 기업이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국내 우주 시장 성장을 주도하고 있는 주체가 민간 기업임을 알 수 있다. 2006년부터 2022년까지 정부는 약 7조2000억원을 투자해 위성과 발사체 개발 역량 확보에 집중해 왔는데, 2019년 누리호(KSLV-II) 제작이 본격화한 시점부터는 민간 참여가 확대되며 우주 기기 제작에서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고 있다. 정부 주도로 개발된 첨단 기술이 민간으로 이전되는 시점부터야말로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시기이기에 국내 우주산업도 급격하게 성장하는 시점이 도래한 것으로 예상된다.

이 중에서도 위성 제작 분야는 이미 민간이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위성 제작 분야에서의 민간 기업 매출액은 2017년 1084억원에서 2022년 4080억원까지 성장했다. 정부의 위성 사업은 2030년까지 예정돼 있어서 위성체 제작 분야에서의 성장은 중장기적으로 지속될 수 있다. 발사체는 민간으로의 기술이전이 이제 시작된 단계이기에 위성보다는 장기적인 시각에서 접근해야 한다. 2022년 누리호 체계 종합 기업으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선정된 바 있는데, 누리호 제작 과정에서 한화그룹은 추력기 시스템, 배관, 기체 공급계, 엔진 총조립 등을 담당했고,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체계 총조립과 1단계 추진제 탱크를 담당하는 등 300개 이상의 민간 기업이 참여했다. 발사체 사업에서의 민간 기업 참여는 앞으로도 빠르게 확대될 수 있다. 2027년 누리호 6차 발사가 마무리되면 2028년부터는 누리호를 비롯한 고체 및 액체 소형 발사체의 민간 발사 서비스가 본격화할 수 있다.

선택과 집중 필요한 우주산업 투자

현시점에서 우주산업에 투자하고 싶은 투자자는 투자 대상 후보로서 기업의 범위를 너무 넓게 잡는 것은 지양해야겠다. 상장 기업 대부분은 방산, 통신과 지상 장비, 항공 산업, 제조업 등 주로 기존 전통 산업과 산업재 기업인데 이와 관련된 이벤트가 발생해도 이들이 주가 움직임에 미치는 영향 및 상관관계는 그다지 크지는 않다.

또한 당장 상업화가 가능한 우주 관련 산업 상당수는 이미 레드오션에 이르렀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고 성장성에 집중해서 투자할 목적으로 광활한 우주 영역에서의 다른 기회를 찾는 것도 현실적이지 못하다. 아직 우주 공장이나 우주 자원 개발 같은 우주 공간에서의 경제활동이 언제 시작될 수 있을지 그 시기조차 가늠하기 어렵다. 이러한 분야에는 이제 막 시작한 스타트업이 많아서 유의미한 성과를 낸 곳을 찾는 것도 쉽지 않다.

그렇다면 기관투자자들은 어떻게 우주에 투자하고 있을까. 공통적으로 ‘선택과 집중’ 이 나타나고 있다. 물론 기관투자자들의 우주산업 투자 금액은 유동성이 최고조였던 2021년을 정점으로 2022년부터 많이 감소했다. 그러나 그동안 알려진 우주 관련 투자 사례의 면면을 보면 긍정적인 산업 전망만 보고 투자하는 경향은 줄었으되 일반적인 기업 분석과 마찬가지로 우주산업의 가치 사슬이나 기업이 차별화된 특징이 있는지부터 꼼꼼하게 따져보는 경향이 짙어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우주 관련 투자를 하고 싶다면 기업 중에서도 생존 가능성이 크고 실적 성장으로 기술력을 검증해 낼 수 있는 기업을 지속적으로 선별해 내는 것이 마찬가지로 중요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