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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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거래 중개 및 결제 방식은 현지 시장의 관행에 의해 크게 좌우되고, 거래를 둘러싼 규제 환경 및 문화적인 측면에 영향을 크게 받게 되어 있다. 흔히 ‘복비’로 불리는 부동산 중개 보수의 요율과 지불 방식도 아마 해방 이전부터 오랫동안 내려온 거래 관행에 따라 현재와 같은 방식을 취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요율도 정부에서 부담 완화를 위해 인위적으로 법적 상한을 설정하는 것 외에는 큰 틀에서는 변화가 없었다. 

필자가 과거에 미국에서 높은 렌트비를 아끼고자 직접 싱글 하우스를 사본 경험을 나누고자 한다. 시장 경제의 끝판왕인 미국에서 부동산 중개 방식을 그렇게 하는 이유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고, 한국에서의 과거 관행이 무엇이든 간에 참고할 만한 내용이 분명 있었다.

유종민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 
서울대 경제학, 미 일리노이대 경제학 석·박사, 전 자본시장 연구원 연구위원
유종민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
서울대 경제학, 미 일리노이대 경제학 석·박사, 전 자본시장 연구원 연구위원

중개수수료, 매도인이 모두 부담하면 어떤 일이?

가장 눈에 띄는 차이점은 첫째로, 미국에서는 중개수수료를 매도인이 모두 부담한다는 점이다. 한국은 현재 매수인과 매도인이 동률로 중개수수료를 부담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 사례에 따라 이미 금전적 지출의 부담이 있는 매수인보다는 목돈이 신규로 유입되는 매도인에게 중개수수료를 전담시키면 그 자체만으로 거래 활성화를 촉발할 수 있다. 거래 매력도 상승은 더 많은 잠재적 구매자를 끌어들여 매수자 유인 증가를 가져온다.

초기 비용 부담이 적다는 점이 구매 결정을 촉진할 수 있어, 부동산이 시장에 나와 있는 기간을 단축시킬 수 있다. 또한, 매수자가 중개수수료에 대해 걱정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금융 계획 및 거래 종결 과정이 간소화된다. 매수자의 자금 조달이 더 단순해지며, 부동산 구매 자금 외에 추가적인 비용을 계획할 필요가 없다. 

부동산 시장의 침체는 현재처럼 높은 금리 등 구조적이고 거시적인 이유도 분명 있지만, 모든 거래량의 침체는 사실 언제나 매수세의 정체에서 기인한다. 어떠한 시장도 매도가 부족해서 거래량 부족에 시달리지 않는다. 그 경우에는 오히려 시장이 오버슈팅하며 궁극적으로는 거래량 폭발을 이끌게 된다. 반면에 가격과 관계없이 매수하려는 의지의 부족은 언제나 매수 및 매도 호가를 벌려놓게 되고 결과적으로 거래량의 침체를 촉발한다. 

매도인의 중개수수료 지출은 양도세 공제에도 사용될 수 있다. 부동산 매매를 막는 가장 큰 원인은 대부분 높은 양도 세율인 경우가 많다. 하지만 중개수수료만큼 양도세 공제가 커지므로 매도자에게 있어서 중개수수료는 생각만큼 크게 중요치 않은 경우가 많다. 양도세 공제 한도를 초과하는 고가의 주택 혹은 상업용 건물일수록 효과는 더하다. 두 배로 높아진 중개수수료가 부담이 되기 보다는 아마 중개료 부담이 없으므로 인해 척척 문의를 해주는 적극적인 매수세가 훨씬 고마울 것이다. 매도 가격에 중개수수료를 전가해서 높여 부르고, 이에 매수세가 붙으면 그만이다. 


매수인 입장에서는 반면에 중개수수료의 세금 공제 효과가 매우 미약하다. 특히 장기보유일 경우에는 그 중개수수료 영수증을 수십년 동안 챙겨서 반영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이고, 공제 항목에 넣어 반영해 봤자 그동안 엄청난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수년 전의 중개수수료 액수는 그야말로 껌값에 불과하게 평가절하 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매수인들은 매매 대금에 더해 취득세, 중개수수료에 대한 더욱 큰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다. 

美에서는 매수, 매도자 각각 중개인 선임

또 다른 점은, 한국과 달리 부동산 거래 시 매도자와 매수자 각각을 대표하는 별도의 중개인을 둔다는 것이다. 일부 주에서도 매도자와 매수자를 동일한 중개인이 대리(dual agency라고 불린다)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콜로라도·플로리다·캔자스·메릴랜드·텍사스·와이오밍 등 많은 주에서는 듀얼 에이전시를 전면 금지하고 있어, 매도자와 매수자 각각을 대리하는 별도의 중개인이 필요하다. 한국에서도 많이들 경험하겠지만, 한 중개인이 거래 양측을 대표하면 이해 충돌의 가능성이 매우 크다. 매수자에겐 매매가격을 낮춰주겠다고 하고 매도자에겐 높여주겠다고 하는데, 그 두 개가 양립 불가능한 것임을 알지 않는가. 

중개인 한 명이 양측을 조정하면 물론, 거래를 효율적으로 만들고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지만, 정보를 양쪽에 공정하게 공유하지 않고 한쪽에 치우칠 가능성이 크다. 이는 거래의 투명성을 저해할 가능성이 큰데, 특히 가격 협상 과정에서 매수자와매도자 양쪽 모두 최적의 결과를 얻지 못할 수 있다. 

서울 시내 한 부동산 중개소. 사진 뉴스1
서울 시내 한 부동산 중개소. 사진 뉴스1

반면 양측의 중개인이 분리되면, 각 중개인은 자기 클라이언트의 최선의 이익만을 대변할 수 있다. 자동적으로 이해 충돌을 최소화하고 각 클라이언트에게 최적의 조건을 제공하려는 목표를 분명히 한다. 양측에 필요한 전문성도 각기 다른데, 매도 중개인은 주로 시장 분석, 부동산 가치 평가, 효과적인 마케팅 전략 수립 등 판매에 특화된 서비스를 필요로 한다. 반면, 매수 중개인은 구매자의 필요와 예산에 맞는 부동산을 찾고, 적절한 가격 협상을 지원하는 데 집중할 수 있다.

협상 과정에서의 효율성도 꼽을 수 있다. 우리가 부동산을 매수하든 매도하든, 가끔 중개인에게도 과장된 매도 가격을 제시하거나, 지나치게 낮은 가격을 요구하며 기싸움을 벌인 적이 있지 않던가. 그 근본 원인은 부동산 중개인이 내가 아닌 거래 상대방의 이익을 우선시할 수도 있다는 근본적인 불안감 때문이다. 그러니 중개가 잘 이뤄질 리 만무하고, 양측에서 불신을 받는 중개인은 결국에는 양측의 가격 제시를 단지 전달만 하는 허수아비 역할밖에 못 하게 된다. 하지만 거래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협상에서 각자의 클라이언트를 대변하는 중개인이 있으면, 협상이 더욱 공정하고 효과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 매수자 측에서는 가격을 깎고, 매도자 측을 위해 가격을 올리는 데 따라 더욱 높은 중개 보수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거래 활성화에 기여하고 실질적인 ‘중개’의 역할이 이뤄진다. 

부동산 거래 활성화 위한 거래 관행 개선 고민해야

가격 상하 여부를 떠나 원활한 거래 자체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시장경제에서 부동산 시장의 침체는 부정적인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정부 세수도 마찬가지다. 작금의 세수 부족은 사실 부동산 경기 침체에 주로 기인하고 있음을 인지하고 있지 않은가. 부동산 거래량 증가는 즉각 정부의 곳간을 채워줄 것이다. 거래 활성화란 목표를 위해 중개인도 존재하는데, 여론의 눈치만 보며 보수율의 법적 상한만 강제하는 동안의 정부 정책은 시장경제원칙에 어울리지도 않고 중개 서비스 질 저하만 가져온다. 중개수수료 부담 방식 변화와 매도·매수 중개인의 분리 의무화를 고민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