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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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부터 ‘사업장 대기오염 물질 총량관리제도’ 2차 계획 기간(2025~2029년)이 시작된다. 사업장 대기오염 물질 총량관리제도란 전국을 4개 권역으로 나누고 각 권역에서 배출할 수 있는 대기오염 물질 총량을 제한하는 것이다. 권역은 수도권(서울·인천·경기)과 중부권(대전·충청), 남부권(광주·호남), 동남권(부산·울산·대구·영남)으로 구분된다.

권역별로 정해진 배출 허용 총량은 권역 아래 시도별, 사업장마다 할당된다. 기업들은 할당받은 배출권보다 대기오염 물질을 적게 배출할 경우, 남는 배출권을 다른 사업장에 판매할 수 있다. 반대로 할당량보다 많이 배출한 기업은 배출권을 구매해야 하며, 못 할 경우는 과징금을 내야 한다.

이시형 대한상공회의소 탄소중립실 과장 
세종대 환경공학 학·석·박사, 현 세종대· 카이스트(KAIST) 겸임교수
이시형 대한상공회의소 탄소중립실 과장
세종대 환경공학 학·석·박사, 현 세종대· 카이스트(KAIST) 겸임교수

2020년 시작된 사업장 대기오염 물질 총량관리제도는 현재 1차 계획 기간(2020~ 2024년)이 진행 중이다. 기업의 오염 물질 관리 자율성을 보장하는 배출권거래제의 기본 취지와 달리 1차 계획 기간에는 유연성 기제가 부족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지난해 7월 ‘대기 관리 권역의 대기 환경개선에 관한 특별법’이 개정됐고, 현재는 하위법령을 마련 중이다.

1차 계획 기간에는 없었던 유연성 기제가 2차 계획 기간부터 도입되는 등 제도가 많이 바뀌면서 기업들의 관심과 주의가 필요하다. 이에 내년부터 변경되는 제도의 주요 내용과 기업이 유념해야 할 점을 살펴보도록 하자.

<제2차 계획 기간 주요 변경 사항>

1│추가 할당

기업들은 사업장 내 시설의 신설이나 증설로 오염 물질 배출량이 증가하는 경우 배출권을 추가로 할당받을 수 있다. 배출권의 추가 할당 방법이나 기준, 절차 등 구체적인 사항은 하위법령에서 정해질 예정이나, 기존 탄소 배출권거래제를 빗대어 생각 해보면 기업들은 시설의 신·증설을 물리적으로 증빙할 필요가 있다. 또 할당받은 배출권과 실제 배출량을 비교해 추가 할당 여부를 결정할 가능성도 있다.

2│예비분

환경부 장관 또는 시장·도지사는 배출권의 추가 할당을 위해 예비분을 보유할 수 있으며, 기업들은 신·증설 시설에 대한 추가 할당을 예비분 내에서 받을 수 있다. 다만 할당 총량에서 일부를 예비분으로 배정한다면 기업들이 받는 사전 할당량이 줄어들 수도 있다. 따라서 과도하지 않은 적정 수준의 예비분 설정이 중요하다. 예비분의 구체적인 보유 기준과 사용 절차 등은 하위법령에서 결정된다.

3│배출권의 이월

기업들은 보유한 연도별 배출권 중 해당 연도에 사용하지 않은 배출권은 일정 범위 내에서 다음 연도로 이월할 수 있게 된다. 기업들은 배출권이 남는 경우 시장에서 판매해도 되지만 미래를 위해 보유하는 선택을 할 수 있다. 이월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 역시 하위법령에서 결정될 것이다.

4│배출권의 차입

기업들은 계획 기간 내의 다른 이행 연도(할당 기간의 어느 한 해를 말한다)에 할당된 배출권을 일정 부분 빌려와 해당 연도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기업들은 배출권이 부족할 경우 시장에서 구매해도 되지만 자사가 보유한 미래의 배출권을 미리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차입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은 하위법령에서 결정될 예정이다.

5│외부 감축 활동의 인정

기업이 자사의 사업장이 아닌 밖에서 연료전환 등 감축 활동을 통해 대기오염 물질을 줄이는 경우 해당 기업의 배출량 산정 시 감축량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다만 외부 감축 활동의 인정 범위는 같은 대기 관리권역으로 한정된다. 외부 감축량의 인정 신청, 통보, 제한 등 세부적인 사항은 하위법령에서 규정한다.

대기질 측정 장비가 설치된 미 항공우주국(NASA)의 연구용 DC-8 항공기가 2월 26일 오전 서울 도심 위를 지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대기질 측정 장비가 설치된 미 항공우주국(NASA)의 연구용 DC-8 항공기가 2월 26일 오전 서울 도심 위를 지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기업의 대응 방안>

1│5년간의 배출권 관리 계획을 수립하라

총량관리제도의 유연성 기제가 확보됨에 따라 5년 동안 기업의 예상 성장률과 시설의 신·증설 계획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배출권의 과부족분을 분석해야 한다.

만약 배출권이 부족하다면 감축 투자를 검토하거나 배출권 확보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또 계획 기간 내에는 자사의 차기 연도 배출권을 차입해 우선 사용할 수도 있다. 반대로 배출권이 남는다면 배출권 이월과 판매 전략이 필요하다.

2│최적가용기술(BAT) 적용을 적극적으로 검토하라

현재까지 정부가 발표한 내용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면, 2차 계획 기간의 배출권 할당 총량이 많이 축소되는 등 대기오염 물질 감축 부담은 지속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탄소 배출권거래제가 시작된 1차 계획 기간(2015~2017)을 생각해 보면 배출권이 남는 기업들은 미래의 경기 회복, 배출권 가격 상승 등을 고려해 배출권 판매보다 이월을 선택했다. 배출권이 부족한 기업들은 배출권 확보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을 뿐만 아니라 높은 가격으로 배출권을 구매할 수밖에 없었다. 앞으로도 배출권 할당 총량은 지속 축소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유연성 기제의 확대는 배출권이 남는 기업들의 선택권을 늘려주는 역할을 할 것이다. 이에 기업들은 최적 가용 기술의 적용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3│배출권 가격 변동성에 대비하라

지금까지 대기오염 물질 총량관리제도에 따른 배출권 거래는 활성화되지 못했으나 다양한 유연성 기제가 도입됨에 따라 배출권 거래도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탄소 배출권거래제를 살펴보면, 2015년 1월 도입 이후 코로나19 충격 이전까지 배출권 가격은 4.5배 이상 상승했다. 2019년 12월에는 일시적으로 4만원을 돌파했다.

시장 전체적으로는 배출권 여유분이 있었으나 배출권 여유 기업이 판매 대신 이월을 선택하면서 배출권 공급 부족으로 가격이 꾸준히 상승했다. 특히 정산 시점 임박해 배출권을 확보하지 못한 기업 간 경쟁이 가열되면서 10일 만에 배출권 가격이 8000원 이상 상승하는 이벤트도 있었다. 이후에는 코로나19 영향으로 배출권 가격이 급락해 현재는 9000원 수준이다.

4│외부 감축 활동을 활용하라

장기적으로 배출권 부족이 예상되는 기업은 안정적인 배출권 확보 전략으로 외부 감축 활동을 검토해 볼 수 있다. 외부 감축 실적은 3~5년 단위의 장기 계약이 가능하며 고정 가격이나 가격 범위 설정, 시장가격과 연동 등 다양한 옵션으로 계약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비용 부담에 대한 예측이 가능하다.

5│하위법령을 주시하라

사업장 대기오염 물질 총량관리제도 개선의 큰 방향성은 법률 개정안을 통해 확인할 수 있으나, 추가 할당, 배출권 이월 및 차입, 외부 감축 활동 등에 대한 구체적인 인정 기준은 하위법령을 통해 결정될 예정인 만큼 반드시 세부적인 내용을 확인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