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종이는 연간 1100만t인데, 80%는 가정이나 직장에서 분리배출한 종이 자원(폐지)을 재활용한 것이에요. 해외 조림지(나무 밭)에서 수확한 나무로 만든 게 15%이고, 나머지 5%는 가지치기 등에서 나온 나무 부산물이 사용됩니다.”

이복진 한국제지연합회 회장은 3월 25일 “20여 년 전 한 시민단체가 전 국민이 하루에 A4 한 장을 덜 쓰면 4500그루의 나무를 지킬 수 있다고 했다. 30년생 원목 한 그루에서 1만 장의 A4용지가 만들어지고 당시 우리나라 인구가 4500만 명이었으니 4500그루를살릴 수 있다고 단순 계산한 것인데 현실을 모르는 주장”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이복진 한국제지연합회 회장
서울대 임산가공학, 서울대 제지공학 석·박사, 현 태림포장 대표, 전 한국제지 대표 사진 박상훈 조선일보 기자
이복진 한국제지연합회 회장
서울대 임산가공학, 서울대 제지공학 석·박사, 현 태림포장 대표, 전 한국제지 대표 사진 박상훈 조선일보 기자

이 회장은 종이를 만들 때 자연을 훼손한다는 주장은 틀렸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종이 사용을 줄여야 나무를 보호할 수 있지 않나.

“지속 가능한 산림 경영·보호를 위한 국제단체인 국제산림관리협의회(FSC), 국제산림인증제도(PEFC)의 체계적 관리·인증을 받아 열대 지방 조림지에서 7년 이내에 빠르게 성장하는 유칼립투스나 아카시아로 만든 펄프를 원료로 사용한다. (종이를 만들 때) 자연림을 훼손하지도, 할 수도 없다.”

조림지와 자연림의 차이는.

“조림지는 자연림과 달리 종이 생산을 위해 종자·유묘를 심어 만든 인공 숲이다. 종이 생산을 위해 밭을 일구고 묘목을 심고 경작해서 수확하는 개념이다. 나무 밭 또는 나무 농장으로도 불린다.

나무가 고령화될수록 이산화탄소 흡수 능력이 떨어지고, 도리어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기 때문에 조림지를 조성하는 것은 나무의 기능을 활성화해 지구온난화 방지에 기여하는 것이다. 국내 제지사들이 조성한 조림지는 약 8만3000㏊(헥타르)로 여의도 면적의 290배에 달한다.”

그렇다면 세계 주요 산림은 왜 훼손되고 있나.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서 발간한 ‘세계산림백서’를 보면 농지·목축지를 만들거나 확대하기 위한 개간이 전체의 40%로 산림 훼손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됐다. 화전  개발(33%), 도시 개발(10%), 철도·항만 등 공공 개발 사업(10%), 광산 개발(7%)이 그 뒤를 이었다.”

제지 업계가 환경을 위해 하는 노력은.

“우리나라의 종이 재활용률은 85.2%(2022년 기준)로 일본(80.3%), 미국(67.9%)을 앞서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종이 자원은 재활용한 뒤 다시 회수해 반복 재활용할 수 있는 횟수가 6~8회에 달한다. 한국제지연합회는 우수한 재활용성을 고려해 버려지는 종이라는 뜻의 폐지(廢紙)를 대신해 재자원화한다는 의미의 ‘종이 자원’이란 용어를 쓰고 있다. 종이가 중요한 자원이라는 인식을 갖고 재활용 가치를 높일 수 있도록 가정 등에서도 분리배출을 잘하는 게 중요하다. 플라스틱, 비닐 등 환경을 오염하는 기존 소재를 대체하는 친환경 종이에 대한 관심도 필요하다. 아직은 가격이 비싸지만 이에 대한 소비가 늘어야 시장이 활성화되고 기술도 발전해 친환경 사회로의 전환을 가속화할 수 있다.”

친환경 종이 제품은 어떤 것들이 있나. 

“종이 자체의 재활용성, 생분해성에 수용성 코팅 기술, 수분 차단성, 보냉 기술이 더해지면서 인체와 직접 관련된 식품 용기나 포장 소재 등을 중심으로 친환경 종이 제품 사용이 확대되고 있다. 컵라면이나 전자레인지용 즉석 포장 용기, 종이컵, 종이 빨대, 보냉 상자 등이 대표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