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히가시카와에 있는 아사히다케 전경. 사진 셔터스톡
일본 히가시카와에 있는 아사히다케 전경. 사진 셔터스톡

인구 감소와 그에 따른 지역 소멸의 우려는 거역할 수 없는 흐름이 됐다. 인구를 늘리자고 할 때 ‘인구’를 전통적인 ‘정주 인구’로만 규정해서는 도저히 답이 나오지 않는 상황까지 온 것이다. 그래서 고안된 개념이 일본의 ‘관계 인구’이고 우리나라의 ‘생활 인구’ 다. 우리 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은 물론 살게 될 가능성이 큰 사람까지 인구에 포괄하는 것이다. 고객 수를 추정할 때 현재 고객은 물론 잠재 고객까지도 합쳐서 목표를 세우는 것과도 같다. 관계 인구는 여행이나 방문 등을 계기로 그 지역을 좋아하게 된 ‘교류 인구’ 와 해당 지역으로 이주해 살고 있는 정주 인구의 중간쯤에 있는 사람으로 정의된다. ‘방문하기→관계 맺기→체류하기→정주하기’, 이런 질적 변화를 이상적으로 보는 관점이다.

황부영 브랜다임앤 파트너즈 대표 컨설턴트 
현 부산 도시 브랜드 총괄 디렉터, 현 아시아 브랜드 프라이즈(ABP) 심사위원, 전 제일기획 마케팅연구소 브랜드팀장
황부영 브랜다임앤 파트너즈 대표 컨설턴트
현 부산 도시 브랜드 총괄 디렉터, 현 아시아 브랜드 프라이즈(ABP) 심사위원, 전 제일기획 마케팅연구소 브랜드팀장

생활 인구는 주민으로 등록한 사람에다 통근, 통학 혹은 관광 등의 목적으로 주민등록지 이외 지역을 방문해 하루 3시간 이상 머무는 횟수가 월 1회 이상인 사람과 외국인 등록을 하거나 국내 거소 신고를 한 사람까지 포괄한 개념이다. 공통적으로 출발점은 ‘방문’이다. 또 방문의 주요 계기는 관광이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연구에 따르면, 정주 인구 1인의 소비를 대체하기 위해 필요한 관광객 수는 2019년 기준 41.7명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방문하는 사람이 마흔두 명이 되면 정주하는 한 사람의 경제적 가치를 상쇄한다는 말이다. 방문하는 사람이 며칠이라도 체류하면 그 효과는 훨씬 커질 것이다. 인구 감소 지역을 관광으로 살리는 ‘방문자 경제’가 실현될 수도 있다. 스몰 타운 브랜딩으로 ‘장소’를 구체적인 ‘목적지’로 바꿀 수 있다면 가능한 일이다.

사진으로 브랜딩한 日 히가시카와

일본 히가시카와는 홋카이도에 있는 작은 도시다. 히가시카와는 ‘사진이 잘 나오는 곳’ 을 테마로 브랜딩에 성공했다. 슬로건도 직관적, ‘사진의 마을(The town of photogra-phy)’이라고 쓴다. 타깃을 좁혀, 정말로 작게 시작했지만 그만큼 사진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방문 계기를 명확하게 제시한 셈이다. 주민에게는 수준 높은 복지 인프라를 제공해 사진 때문에 방문한 사람들이 지역의 실상을 보고 이주를 고려하게 하는 전략을 꾸준히 집행했다. 그 결과 1990년대 7000명이 안 됐던 정주 인구가 2022년에는 8400여 명으로 늘었다.

히가시카와는 ‘사진이 잘 나오는 곳’이라는 브랜드 메시지를 실체로 경험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했다. 브랜딩의 핵심, 언행일치를 제대로 실천했다. ‘사진의 마을’을 선포한 1985년부터 마을 자체를 사진으로 찍으면 예뻐 보이도록 마을 조성을 해 왔다. 2005년에는 신축 주택 조례를 통해 히가시카와에서 집을 지으려면 재질과 지붕 모양, 외벽 색깔, 정원 조경까지 규정에 맞추도록 했다.

도시 브랜딩, 특히 스몰 타운 브랜딩에서는 행사나 축제도 중요한 브랜딩 요소로 작용한다. 히가시카와는 1994년부터 전국 고등학교 사진 선수권 대회를 개최한다. 이른바 ‘사진 고시엔’이다. 사진을 좋아하는 고등학생이 3인 1팀을 구성, 마을을 돌아다니며 찍은 작품 사진을 심사하고 선정해 고등학생 사진작가를 선발하는 대회다. 참여하는 고등학교만 500개가 넘는다. 참가하는 선수와 지도교사의 항공권과 숙박비는 히가시카와가 부담한다. 부담하는 예산 대비 인지도 제고와 관계 인구 증가 효과가 더 크다는 판단에서다. 수상작은 한 달간의 페스티벌 기간에 마을의 갤러리에서 전시된다. 페스티벌 기간에는 무려 3만 명이 넘는 사진 전문가와 관광객으로 지역이 북적인다.

텍사스 오스틴의 SXSW 축제 기간에 설치된 슬로건 이미지. 사진 셔터스톡
텍사스 오스틴의 SXSW 축제 기간에 설치된 슬로건 이미지. 사진 셔터스톡

점-선-면, 점진적 브랜딩

타깃이나 가치를 좁혀야 하는 스몰 타운 브랜딩은 한 가지 테마로 좁혀서 집중하는 것이 당연히 유리하다. 그래서 ‘점-선-면’의 점진적 브랜딩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방문해서 머무르게 하는 체류형 관광이 이상적이지만, 지역 소멸의 우려가 큰 지역에서 하나의 거점을 크게 만드는 랜드마크 조성 식의 접근으로는 자칫 브랜딩이 어려워질 수 있다. 우여곡절을 많이 겪은 태백의 오투리조트가 그러했고 군위의 삼국유사 테마파크도 아직은 기대만큼의 성과를 못 내고 있다. 작게 시작하는 것이 좋다. 지역 내 한 장소를 내세워 브랜딩을 시작하고 그 장소가 있는 거리 공간을 선으로 이어내고 마침내 지역 전체를 하나의 테마로 제시하는 ‘점-선-면’ 의 점진적 접근이 필요하다.

미국 텍사스주의 오스틴은 비공식 슬로건도 유명한 괴짜 도시다. ‘오스틴을 계속 괴짜 도시로 유지하자(Keep Austin weird)’는 지역민으로부터 큰 사랑을 받는 비공식 슬로건이다. 오스틴의 ‘지역성’이 상당 부분 히피 문화에 기반하고 있기에 가능한 슬로건이다. 하지만 오스틴의 공식적인 도시 슬로건은 ‘전 세계 라이브 음악의 수도(Live Music Capital of the World)’다. 오스틴 브랜딩의 시작은 6번가에서 비롯됐다. 라이브 음악을 하는 6번가 클럽을 소재로 6번가 라이브 음악을 테마로 한 ‘SXSW(South by South-west)’라는 축제를 만들었고, 결국 도시 전체를 ‘전 세계 라이브 음악의 수도’라는 하나의 테마로 브랜딩했다. 점-선-면 전략의 좋은 예시다.

에포님을 활용한 스몰 타운 브랜딩

지향점은 방문 계기를 만들어 주는 것이다. 외부 사람이 올 수 있는 장소로 보여야 한다. 그래서 관계 인구가 늘어나면 소멸하지는 않게 된다. 스몰 타운 브랜딩을 추구하는 작은 지역이라면 ‘에포님(eponym·어떤 사람의 이름이 보통명사처럼 물건, 장소 혹은 이론 등의 이름으로 쓰이는 것)’ 브랜딩으로 역이나 거리 혹은 상점 등을 만들어 외부인 유입을 유도하는 전략을 써 볼 수 있다. 당장에 내세울 테마가 없거나 커뮤니케이션 자원이 부족한 곳이라면 더더욱 적극 검토해야 한다. 사람 이름을 딴 에포님 브랜드는 이름만으로도 강력한 스토리텔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팬덤을 확보한 사람의 이름을 딴 에포님 브랜딩이면 더 좋다.

스몰 타운 브랜딩에서 눈여겨볼 사례는 대구의 ‘김광석 거리’ 같은 곳이다. 요절한 뮤지션 김광석을 기리는 공간이지만, 지금은 그 이상의 가치를 지닌 낭만적인 공간으로 사람들을 끌어당기고 있다. 사실 이런 공간은 대구보다 훨씬 작은 지역의 스몰 타운 브랜딩에 활용돼야 한다. 신해철 거리는 경기도 성남시 분당에 있는 가수 고(故) 신해철의 작업실 주변에 조성된 거리다. 성남시와 팬이 힘을 합쳐 만든 거리다. 신해철 동상을 중심으로 160m 정도 이어진다. 제주도 서귀포에는 고 이중섭 화가를 기리는 이중섭 문화 거리가 있다. 한국전쟁 당시 피난 와서 서귀포에 잠시 살았던 초가를 중심으로 조성된 거리다. 거주지, 미술관이 돌담 거리로 이어져 있는 문화 거리다. 전남 목포의 자유시장에는 가수 남진의 이름을 딴 남진 야시장이 열린다. 시장 통로에 매대를 설치하고 매주 금·토요일 오후 6시부터 10시까지 운영한다. 다양한 해산물 먹거리를 즐기면서 공연도 감상하는 복합 문화 공간으로 운영 중이다.

교통이 중심이 되는 대로 이름을 누구누구 거리라고 부르는 것은 브랜딩 관점에서는 큰 의미가 없다. 스몰 타운 브랜딩을 하려는 작은 지역은 특정한 장소에 점을 찍고 그것을 선으로 이어가겠다는 생각으로 브랜딩에 나서면 좋겠다. 멀리 떨어진 곳에 사람을 불러 모으려면 일정 수준의 팬덤이 확보된 사람을 활용한 에포님 브랜딩이 효과적이다. 우리 지역에 연고가 있는 유명인은 찾아보면 나온다. 그 사람으로 시작해도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