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지는 재활용률이 가장 높은 폐기물이다. 국내에서 연간 1000만t 이상 발생하는데 이 중 800만~900만t은 제지 업체, 특히 골판지 업체가 사들인다. 국내 골판지 산업이 무너지면 종이의 순환 체계가 무너진다.”

일명 ‘쓰레기 박사’로 불리는 홍수열 한국자원순환연구소 소장은 제지 산업을 ‘폐지 순환 체계의 핵심’이라고 평가한다. 종이가 더 잘 순환되려면 제지 회사가 더 많은 폐지를 수거해 제품으로 만들어야 하는데, 과거 플라스틱과 목재 시장처럼 종이 시장도 중국, 동남아 제품에 잠식당할 가능성이 크다고 그는 우려했다. 다음은 홍 소장과 일문일답.

홍수열 한국자원순환연구소 소장 
서울대 동양사학, 서울대 환경대학원 석사 및 박사 수료, 현 자원순환사회연대 플라스틱 위원장, 현 서울환경연합 쓰레기 위원장, 현 환경부 중앙환경정책위원회 자원순환분과 위원, 전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 위원 사진 이은영 기자
홍수열 한국자원순환연구소 소장
서울대 동양사학, 서울대 환경대학원 석사 및 박사 수료, 현 자원순환사회연대 플라스틱 위원장, 현 서울환경연합 쓰레기 위원장, 현 환경부 중앙환경정책위원회 자원순환분과 위원, 전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 위원 사진 이은영 기자

종이 재활용은 왜 중요한가.

“재활용이 무너지면 쓰레기 대란이 온다. 2018년 폐비닐 수거 대란도 폐지에서 시작됐다. 폐기물 수거 업체들이 아파트 재활용 쓰레기를 수거하는 가장 큰 유인은 폐지와 의류다. 수익성이 좋아서 그렇다. 다른 재활용 쓰레기는 끼워 파는 것에 가깝다. 그러다 2018년에 중국이 폐지 수입을 중단하면서 공급이 과잉돼 폐짓값이 크게 내렸다. 업체들은 동결된 가격으로 아파트와 연간 계약을 맺는데, 값이 떨어지니 수익성이 나빠졌다. 그 결과 ‘돈 안 되는 쓰레기(비닐 등)는 안 가져가겠다’고 한 것이 대란으로 이어진 것이다. 그만큼 폐지는 재활용 체계에서 핵심적인 지위를 갖고 있다. 이렇게 수거된 폐지는 제지 업체들이 사들인다.”

우리나라 제지 산업 현주소는.

“중국과 동남아의 골판지 생산량이 늘고 있다. 골판지 원지는 제지 업계 주력 품목으로, 국내 종이 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중국과 동남아는 우리나라로부터 골판지 원지를 수입했는데, 이젠 직접 생산하고 있다. 반대로 국내로 수입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화장지는 벌써 중국과 동남아산 저가 제품이 국내 시장에 침투했다. 수입 물량은 2013년 2만8110t에서 2023년 15만4591t으로 급격히 증가했다. 목재가 풍부한 나라에서 펄프뿐만 아니라 종이까지 직접 만들어 수출한다면 국내 업체는 맥없이 무너질 수 있다.”

국내 제지 산업을 어떻게 보호해야 하나.

“국내 폐지가 사용된 종이 제품이 외국의 펄프 원료 제품보다 우선 소비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그러려면 원료(폐지) 조달 과정을 개선해야 한다. 국내에서 발생하는 폐지의 품질을 개선하자는 것이다.”

폐지의 품질은 어떻게 개선하나. 

“유통 체계가 바뀌어야 한다. 먼저 배출 단계에서는 부가가치에 따라 폐지를 인쇄용지, 박스, 코팅지 등으로 세분화해야 한다. 그다음엔 폐지가 오염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 버려진 폐지는 눈과 비에 젖기도 하고 음식물, 테이프 등 이물질이 많이 묻어있는데, 이 과정을 개선해야 한다. 배출, 수집 단계에서 이런 노력을 했으면 제지 업체는 이에 합당한 보상을 해줘야 한다. 폐지를 깨끗하게 수거하는 업체는 보상을 받고 편법을 쓰는 업체는 퇴출되는 선순환이 필요하다.”

장기적으로는 어떻게 가야 하나. 

“플라스틱을 대체하는 용도로 종이의 활용성이 높아져야 한다. 정부는 ‘탈플라스틱’ 을 말하지만 아직은 여러 정책이 플라스틱 재활용에 치중해 있다. 사용량 자체를 줄이려면 종이로 플라스틱을 대체해야 한다. 현재 종이 병도 개발되고 있고, 각종 포장 비닐도 종이로 대체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