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 설명│ 4월 4일(이하 현지시각) ①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가 창설 75주년을 맞이했다. 이날 알렉산드르 그루시코 러시아 외무부 차관은 러시아는 “나토 회원국 중 한두 곳이라도 모험적인 행동을 한다면 우크라이나 위기는 지리적 경계를 넘어 완전히 다른 규모로 증폭될 수 있다”며 “우크라이나 위기가 국경을 넘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최근 나토 회원국인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파병을 보낼 수 있다고 발언한 것을 문제 삼은 것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의 나토 탈퇴를 주장해 온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와 시에나대가 4월 13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율은 46%, 조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은 45%였다. 지난 2월 트럼프 전 대통령은 ② 국내총생산(GDP)의 2% 방위비 지출 기준(가이드라인)을 지키지 않는 나토 회원국에 대해 “(러시아는)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발언했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국가안보회의(NSC) 사무총장을 역임한 키스 켈로그(Keith Kellogg)는 4월 13일 로이터통신과 인터뷰를 통해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하면 나토가 회원국의 기여도에 따라 차등적으로 보호를 제공하는 ‘계층형 동맹(tiered alliance)’ 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나토 회원국 중 GDP 2% 이상 방위비를 지출하지 않는 국가는 나토 조약 제5조(집단방위 규정)의 보호 대상에서 제외하겠다는 것이다. 이 조항은 나토 회원국에 대한 공격을 전체 회원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해 대응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2023년 나토 회원국 31개국 가운데 GDP 2% 이상의 방위비를 지출한 국가는 11개국에 불과했다. 지난 2월 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 국무장관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올해 대선에서 승리하면 그간 공공연하게 거론해 왔던 것처럼 나토에서 탈퇴할 것”이라고 했다. 필자 역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나토에서 미국의 역할이 변할 가능성이 있다며 유럽이 자체 힘으로 안보를 지킬 수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나토 본부에 회원국들의 국기가 게양돼 있다. 사진 셔터스톡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나토 본부에 회원국들의 국기가 게양돼 있다. 사진 셔터스톡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군사 동맹인 나토는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하다.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나토의 지속 목적과 가치가 높아졌다. 

전쟁 이후 핀란드와 스웨덴이 나토 회원국으로 가입했다. 전쟁이 길어지면서 러시아는 병력과 무기뿐 아니라 장기적인 관점에서도 경제적 타격을 받고 있지만, 러시아의 공격을 흡수하고 있는 것은 나토가 아닌 우크라이나(나토 비회원국)다.

그렇다면 앞으로는 어떻게 될까. 유럽 지도자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11월 미국 대선에서 승리할 확률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하면 나토를 이끄는 핵심 기여국의 역할을 재정의하고, 나토를 통한 안보 보장에 대한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할 가능성에 대해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이언 브레머 유라시아그룹 회장
스탠퍼드대 정치학 석·박사, 현 세계정책연구소 선임연구원, 전 스탠퍼드대 후버연구소 최연소 교수, 전 ‘타임’ 편집장
이언 브레머 유라시아그룹 회장
스탠퍼드대 정치학 석·박사, 현 세계정책연구소 선임연구원, 전 스탠퍼드대 후버연구소 최연소 교수, 전 ‘타임’ 편집장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침공 이후, 나토의 각 회원국은 2024년까지 국가 GDP의 2% 이상을 방위비에 지출하겠다고 약속했다. 두 달 전,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1949년 동맹이 탄생한 이래 처음으로 나토 회원국이 공동으로 이 목표를 달성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는 일부 국가에 해당할 뿐이었다. 러시아 국경에 가장 가까운 국가들이 할당량(GDP의 2%)보다 더 많은 비용을 지출한 영향이 반영된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 초 나토의 31개 회원국 중 18개국만 GDP의 2% 이상을 방위비로 지출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13개국은 여전히 GDP의 2% 기준을 충족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 부분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지난 2월 트럼프 전 대통령은 러시아 국경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국가들에 대해 “러시아가 원하는 대로 해야 한다”고 조롱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많은 유럽인이 트럼프의 재집권이 그들에게 어떤 영향을 줄지, 주시하고 있다. 

나토 회원국이 러시아를 그렇게 두려워한다면 왜 여전히 자국 안보를 위해 GDP의 2%를 지출하지 않으려는 것일까. 앞으로 나토가 미국 도움 없이 존속할 수 있을까.

4월 4일 나토 창설 75주년을 기념하는 행사에서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올해 미국 대선 결과에 상관없이, 5년간 총 1000억유로(약 147조1490억원)의 기금을 우크라이나에 제공할 것을 제안했다. 최근 몇 년간 유럽 지도자들이 추진한 야심 찬 계획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유럽의 지도자들은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신속하게 백신 출시를 지휘하고, 백신이 필요한 정부에 긴급 구호를 제공했다. 2022년 2월 이후에는 에너지 공급에 대한 러시아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비용이 많이 들고 복잡한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그리고 약 10년 전부터 유입되기 시작한 역사적인 수의 난민을 모두 흡수하면서 이 모든 일을 해냈다. 이들이 이 모든 것을 달성할 수 있었던 것처럼 유럽연합(EU)의 지원을 받아 독립적이고 강력하게 조율된 유럽 방위산업 이니셔티브를 구축해, 자체적인 힘으로 유럽 안보를 지킬 수는 없을까. 안타깝게도 그것은 어려울 것 같다. 세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국방 및 산업정책에서 EU 집행위원회 역할을 강화해야 하는데, 이를 설계하고 실행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다. 복잡한 과정이 될 것이 분명한데, 이러한 정책에 대한 통제권을 넘겨주고 싶지 않은 EU 회원국의 반대에도 직면할 것이다. 특히 유럽 집단방위를 오랫동안 지지해 왔고 현재 유럽에서 유일한 핵무기 보유국인 프랑스가 유럽의 안보 정책을 결정할 수 있는 가장 큰 권한을 갖게 될 것을 우려하는 회원국이 적지 않다.

둘째, EU는 여전히 미국 무기 시스템과 미국 정보력 등 나토의 구심점으로서 미국 역할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러시아의 지속적인 위협은 유럽 국가들이 방위비를 더 많이 지출하고, 정보 역량을 구축하고, 군대 규모를 늘리도록 설득했지만, 미국 도움 없이 자립하려면 10년 이상이 걸릴 것이다. 현재의 안보상 위험은 그렇게 긴 전환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적어도 몇몇 유럽 국가는 다른 EU 회원국과의 긴밀한 관계에서 이탈할 가능성도 있다. 헝가리와 슬로바키아가 그 대표적인 예다. 앞으로 몇 년 안에 다른 EU 회원국이 러시아에 우호적인 정권을 선출하는 것을 보게 될 수도 있다. 

11월 미국 대선 이후에는 장기적으로 고려해야 할 질문이 있다. 트럼프가 낙선하면 미국의 나토 이탈 가능성이 그의 정치 경력과 함께 사라질까. 아니면 새로운 어린 세대의 미국 유권자가 민주당과 공화당 모두 한때 미국이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글로벌 (평화 수호) 리더십’에 동참하게 될까. 바이든 대통령이 승리하더라도 유럽 내에서 미국의 안보 역할에 대한 논쟁은 끝나지 않을 것이다. 

Tip

나토는 1949년 미국 워싱턴 D.C.에서 체결된 북대서양조약을 토대로 미국, 캐나다와 유럽 10개국 등 12개국이 모여 만든 집단방위 기구다. 나토는 구소련을 중심으로 한 동유럽의 위협에 대항하기 위한 목적으로 창설됐다. 본부는 벨기에 브뤼셀에 있으며, 올해 3월 가입한 스웨덴 포함 32개 회원국으로 구성돼 있다. 1955년 소련을 중심으로 한 공산권 국가들이 나토에 대항하기 위해 지역안보기구인 ‘바르샤바조약기구’를 창설하기도 했다. 한편, 나토는 1999년 유엔 결의 없이 코소보를 단독으로 공습한 바 있다.

2006년 나토 회원국이 각국의 방위비 지출을 GDP 대비 2% 이상으로 한다는 데 합의했다. 하지만 러시아의 크림반도 불법 병합이 일어난 2014년까지 이행되지 않았다. 크림반도 불법 병합 사건을 계기로 나토 회원국이 다시금 10년 내 GDP 대비 2%의 방위비 지출 달성을 목표로 정했지만, 지금까지 지켜지지 않았다. 국가 간 법적 구속력이 있는 조약이 아닌 가이드라인으로만 정했기 때문이다. 나토 조약에도 회원국이 방위비를 GDP의 2% 이상 지출해야 한다는 문구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