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기요사키.사진 기요사키 SNS
로버트 기요사키.사진 기요사키 SNS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올해 금리를 낮출 것으로 기대되면서 전 세계가 ‘에브리싱 랠리(Everything Rally)’로 여러 자산의 가격이 오를 것이라 기대되는 가운데 찬물을 끼얹는 예측이 나왔다. 전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의 저자 로버트 기요사키가 미국의 부채 리스크를 지적하며 시장 붕괴를 경고한 것이다.

기요사키는 미국 출신의 사업가이자 작가, 경제학자다. 사업가로 이름을 알리던 그가 갑작스러운 은퇴를 선언한 뒤 1997년 집필한 책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는 지금까지 누적 4000만 부 이상 판매됐다. 이후 출간한 부자 아빠 관련 시리즈가 계속 이어지면서 그는 글로벌 베스트셀러 작가 반열에 올랐다. 여든에 가까운 고령에도 기요사키는 매번 경제 위기와 자산 시장의 이슈에 대해 강력하게 의견을 내고 있다.

“미국은 망했고 시장은 폭락할 것, 당장 비트코인 사라”는 부자 아빠

4월 8일(이하 현지시각)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기요사키는 개인 소셜미디어(SNS) 엑스(X·전 트위터)를 통해 “앞으로 주식, 채권, 부동산 등 거품이 껴 있는 모든 자산이 무너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시장 붕괴의 배경으로 미국의 부채 리스크를 꼽았다. 특히 미국 연방정부 부채가 90일마다 1조달러(약 1382조원)씩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미국이 사실상 파산 상태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미국 재무부에 따르면 연방정부 부채는 1월 4일 기준 34조달러(약 4경6995조원)를 돌파했다. 2023년 9월 15일 33조달러(약 4경5617조원)를 넘은 지 110일 만에 1조달러가 늘어난 것이다.

기요사키가 자산 시장의 버블을 경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3년 8월 글로벌 신용평가사 피치가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강등한 것을 두고도 기요사키는 “미국은 망했다. 지금부터 불시착에 대비해야 한다. 나는 미 연준과 재무부,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환상의 대마초를 피우고 있다고 1년 넘게 경고해 왔다”고 꼬집었다. 최근 부진한 중국 증시에 대해서도 “중국 당국이 주식시장을 살리기 위해 돈을 빌려 주식을 사고 있는데 심각한 문제에 빠진 것 같다. 어리석은 조치이자 절망적인 상황”이라며 어두운 전망을 밝혔다.

자산 폭락 및 시장 붕괴에서 살아남기 위해 기요사키는 투자자들에게 실질적인 가치를 지닌 금, 은, 비트코인에 더 많이 투자하라고 조언하고 있다. 특히 그는 과거부터 비트코인이 강세일 것이라고 강력하게 주장하는 사람 중 한 명이다. 3월 29일 기요사키는 당시 6만9000달러 수준인 비트코인이 올해 30만달러(약 4억1466만원)를 돌파할 것이라고 전망했는데, 이는 강세론자 중에서도 가장 높은 수치다. 그는 “당신이 저지를 수 있는 가장 큰 실수는 늦장을 부리다가 기회를 놓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단 500달러(약 69만원)여도 충분하다”라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안전 자산으로 꼽히는 미국의 달러보다도 비트코인이 더 안전하고 가치 있다고 믿는다. 4월 13일 기요사키는 자신의 X에 캐시 우드 아크인베스트먼트 CEO가 제시한 비트코인 230만달러(약 31억7906만원) 시나리오를 두고 “나도 비트코인이 그 가격에 도달할 것으로 믿는다”고 강조했다. 앞서 4월 11일에도 그는 “캐시 우드가 매우 똑똑한 사람이고 그 의견에 동의한다”면서 “달러를 보유할 여건이 된다면 차라리 0.1비트코인을 보유하는 게 더 똑똑하고 현명할 것”이라고 썼다.

다만 기요사키의 자산 폭락에 대한 반박도 있다. 아마존 경제 분야의 베스트셀러 ‘저스트 킵 바잉’의 저자 닉 매기울리는 “이번엔 고작 70% 추락이야?”라는 글로 기요사키가 2011년부터 경제 위기가 다가오고 있다고 경고했지만, 꾸준히 미국 주가지수가 올라갔음을 지적했다. 비트코인 가격에 대해서도 대부분의 강세론자들에 비해 터무니없이 높은 수치를 제시한 기요사키의 의견은 정론으로 받아들여지는 추세가 아니다.

“부자는 빚을 활용한다”는 기요사키, 트럼프 전 대통령과도 인연

일본계 미국인 4세대로 1947년 하와이에서 나고 자란 기요사키는 레이저 복합기 등으로 알려진 제록스, 부동산 투자 기업 스탠더드 오일 등에서 근무했다. 30세가 되면서 자신의 사업을 시작했고 34세 때 사업에 실패하여 재기불능 상황에 빠져있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포기하지 않고 투자 교육 및 금융 컨설팅 기업을 설립해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투자 교육가로 성공했다.

평생 먹고살 만한 돈을 이미 모았다고 느낀 그는 인생의 스승을 만나 돈이 아닌 소명을 찾아 사는 인생을 선택했다고 알려졌다.

그가 47세에 갑작스러운 은퇴 선언을 하고 책을 펴낸 이유도 계층별 금융 교육 기회의 부재에 안타까움을 느껴서다. 그는 “돈에 대해 가르치지 않는 학교는 가짜 교육만 양산한다”며 “은행가와 부자들이 하는 머니게임은 학교에서 가르쳐준 것과는 다르다. 세상의 머니 게임과 가난은 일반적인 사람들에게 아픔을 주고 교육 시스템마저 부패해 재무 관련 기초적인 지식도 배우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의 인연도 깊다. 그는 ‘마이더스 터치’ ‘기요사키와 트럼프의 부자’ 등 두 권의 책을 트럼프 전 대통령과 함께 집필했고 금융 교육 사업도 함께한 ‘오랜 친구’라고 소개한다. 그는 앞서 조선비즈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에 거는 것은 대통령이 부자이기 때문에 국민도 돈을 많이 벌 수 있을 것이란 기대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의 관계사 하나가 파산하면서 망한 것 아니냐는 소문도 돌았는데, 이미 여러 기업을 소유하고 있는 그에게는 아무것도 아닌 일로 밝혀졌다. ABC방송과 ‘포브스’ 등에 따르면 기요사키 소유 기업의 하나인 리치글로벌은 2019년 8월 20일 미국 와이오밍주 법원에 파산신청을 내면서 주목을 받았다. 기요사키의 강연·이벤트 등을 담당했던 회사 러닝애넥스에 이익금 일부인 2300만7000달러(약 3180억원)를 지급하라는 법원 판결 이행을 위해 리치글로벌은 파산 절차를 밟은 것인데, 그는 리치글로벌 외에도 투자 교육에 관한 책과 게임을 판매하는 리치대드 등 여러 기업을 소유하고 있다.

2024년 초 기요사키는 10억달러(약 1조3822억원)가 넘는 빚이 있다고 고백했다. 그는 팟캐스트에서 ‘좋은 빚’과 ‘나쁜 빚’이 있다며 “자산을 구입하기 위한 부채는 좋은 부채로, 부자가 되기 위해 빚을 사용하라고 배웠다. 대부분의 사람은 가난해지기 위해 빚을 쓴다”고 말했다. 이는 현금 수입으로 금, 은과 같은 귀금속을 구입하는 전략과 연결된다. 기요사키는 미국 달러가 변동하는 동안에도 그 자산들의 가치가 유지될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내가 파산하면 은행도 파산한다. 내 문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