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비트 팹의 우주 급유 서비스 개념도. 지구 저궤도와 정지궤도(GEO), 달 궤도(Cislunar)에서 연료 정거장(depot)과 수명이 다한 인공위성 사이를 연료 셔틀(shuttle)이 오가며 연료를 재충전한다. 사진 오비트 팹
오비트 팹의 우주 급유 서비스 개념도. 지구 저궤도와 정지궤도(GEO), 달 궤도(Cislunar)에서 연료 정거장(depot)과 수명이 다한 인공위성 사이를 연료 셔틀(shuttle)이 오가며 연료를 재충전한다. 사진 오비트 팹

수명이 끝난 인공위성은 우주 쓰레기가 된다. 엄청난 속도로 우주 궤도를 떠돌다 멀쩡한 다른 위성과 충돌할 수 있다. 한 번 충돌 사고는 우주 쓰레기인 수많은 파편을 만들어, 또 다른 연쇄 충돌 사고로 이어진다.

미국 우주군이 우주 충돌 사고와 우주 쓰레기를 막을 대안을 마련했다. 전투기가 공중 급유를 받듯 연료가 바닥난 인공위성도 우주 급유를 받도록 하자는 것이다. 위성 수명이 연장되면 우주 쓰레기도 자연 줄어든다.

우주 급유 시험 위성, 2026년 발사 목표

미국의 연구개발 전문기업인 사우스웨스트연구소(SwRI)는 4월 1일(현지시각) 일본 애스트로스케일(Astroscale)과 함께 미국 우주군으로부터 2550만달러(약 351억원)를 지원받아 우주 공간에서 인공위성에 연료를 공급할 위성을 개발한다고 밝혔다. 애스트로스케일은 우주 궤도를 떠다니는 우주선 잔해를 수거하는 기업이다. 개발비는 미국 우주군이 지원한다.

두 회사가 개발할 위성 이름은 ‘애스트로스케일 재급유 서비스 시제품(APS-R·Astro- scale Prototype Servicer for Refueling)’이다. 지구 정지궤도에서 위성에 연료를 공급하는 임무를 띠고 있다. 지구 상공 3만6000㎞ 이상에서 위성이 지구 자전 속도와 같이 선회하면 늘 한곳에 정지한 채 떠 있는 것과 같다. 특정 지역에만 서비스를 제공하는 통신위성이 이런 정지궤도에 있다.

APS-R은 지구의 자전주기에 맞춰 원형 궤도를 돌 예정이다. 사우스웨스트연구소는 주유소 역할을 할 정거장과 유조차가 될 셔틀 위성으로 우주 급유 시스템을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연료 정거장과 연료가 떨어진 위성 사이를 셔틀이 오가며 연료를 재충전하는 방식이다. 사우스웨스트연구소는 “지구궤도에 있는 우주선은 연료가 모두 소진되면 상태가 아무리 양호하더라도 임무가 종료된다”며 “우주 재급유 위성은 우주선의 수명을 연장할 수 있다”고 밝혔다.

사우스웨스트연구소는 앞으로 16개월 동안 APS-R을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우주 급유 셔틀은 크기가 61×71×114㎝이며, 무게는 연료까지 포함해 198㎏이다. 연구소는 2026년까지 발사 준비가 완료된 APS-R을 우주군에 인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오비트 팹은 주유구 표준화로 고객 확대

미국과 영국은 우주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개발했다. 대표적인 방법이 애스트로스케일처럼 우주 공간에서 임무를 다한 위성을 붙잡아 지구궤도로 끌고 오는 것이다. 그러면 위성이 대기와 마찰로 불타 사라진다. 최근 개발된 우주 급유는 위성을 폐기하는 대신 연료를 재충전해 수명을 연장하는 방식이다.

미국의 오비트 팹(Orbit Fab)도 우주군의 지원을 받아 우주 급유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이 회사는 2025년까지 우주 급유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오비트 팹의 우주 급유 시스템도 사우스웨스트연구소와 비슷하다. 연료 저장소와 고객 위성 사이를 연료 셔틀이 오가는 방식이다.

오비트 팹의 핵심 기술은 일종의 우주용 주유구인 ‘신속 부착 액체 연료 전달 인터페이스(RAFTI·Rapid Attachable Fluid Transfer Interface)’다. 자동차에 휘발유를 넣으려면 주유기가 주유구와 맞아야 한다. 오비트 팹의 RAFTI는 연료 셔틀과 인공위성을 연결하는 주유구와 같다.

위성마다 주유구가 다르면 그만큼 우주 급유 업체의 고객이 줄어든다. 오비트 팹은 잠재 고객을 확장하기 위해 2021년에 RAF-TI 기술을 누구나 쓸 수 있게 공개했다. 이미 상용 위성 100기 이상에 이 기술이 적용됐다.

지난 1월 오비트 팹은 우주 쓰레기 포획 업체인 클리어스페이스(ClearSpace)와 손을 잡았다. 이 회사는 문어가 다리로 먹잇감을 감싸듯 촉수 네 개로 우주 쓰레기를 붙잡는 방법을 개발하고 있다. 클리어스페이스는 2019년 유럽우주국(ESA)의 우주 쓰레기 기술 지원 업체로 선정됐다. 우주 급유 위성이 임무를 다한 위성과 결합하기 위해 전문 업체와 협력한 것이다.

오비트 팹의 설립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대니얼 파버(Daniel Faber)는 “오비트 팹과 클리어스페이스의 하드웨어를 결합해 2년 안에 우주 급유 시험 위성을 궤도에 올리겠다”며 “오비트 팹과 클리어스페이스는 지역 기반이 각각 미국과 영국이어서 협력하면 시장을 확대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1 미국 사우스웨스트연구소(SwRI)와 애스트로스케일이 미 우주군의 지원을 받아 개발할 우주 급유 시험 우주선 APS-R 상상도. 사진 애스트로스케일 2 우주 급유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기업들이 치열하게 경쟁을 벌이고 있다. 그림 상단부는 미국 방산 업체인 노스럽 그루먼의 우주 급유 정거장이고, 아래는 오비트 팹과 클리어스페이스의 우주 급유 위성이다. 사진 노스럽 그루먼·클리어스페이스·오비트 팹 3 랜드샛 7호와 결합해 연료를 재충전하는 OSAM-1(아래)의 상상도. 사진 나사
1 미국 사우스웨스트연구소(SwRI)와 애스트로스케일이 미 우주군의 지원을 받아 개발할 우주 급유 시험 우주선 APS-R 상상도. 사진 애스트로스케일 2 우주 급유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기업들이 치열하게 경쟁을 벌이고 있다. 그림 상단부는 미국 방산 업체인 노스럽 그루먼의 우주 급유 정거장이고, 아래는 오비트 팹과 클리어스페이스의 우주 급유 위성이다. 사진 노스럽 그루먼·클리어스페이스·오비트 팹 3 랜드샛 7호와 결합해 연료를 재충전하는 OSAM-1(아래)의 상상도. 사진 나사

나사, 방산 업체도 우주 급유에 뛰어들어

나사(NASA·미국 항공우주국)도 우주 급유 위성인 OSAM-1을 개발하고 있다. 이름은 ‘궤도상 서비스, 조립 및 제조 1’이란 뜻이다. 나사의 OSAM-1 위성은 우주 급유를 염두에 두고 개발되지 않았던 위성에도 급유할 계획이다. 오비트 팹이 서비스하지 못하는 위성까지 수명을 연장하겠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1999년에 발사된 지구 관측 위성인 랜드샛(Landsat) 7호다. 나사는 랜드샛 7호에 OSAM-1을 결합해 우주 급유 기능을 시연할 계획이다.

미국의 대표적인 방산 업체인 노스럽 그루먼도 우주 급유 경쟁에 뛰어들었다. 노스럽 그루먼은 지난 1월 우주군 우주체계사령부가 자사 ‘수동 급유 모듈(PRM)’을 우선 급유솔루션 인터페이스 표준으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노스럽 그루먼은 2025년까지 PRM을 탑재한 인공위성을 우주 궤도에 올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렇다고 우주체계사령부가 노스럽 그루먼에 위성 주유구에 대한 독점권을 준 것은 아니다. 오비트 팹 역시 우주군의 위성에 자사 주유구를 탑재하기로 했다. 우주군은 여러 업체의 기술을 시연해 보고 결정하려는 계획으로 보인다. 우주군은 오비트 팹처럼 노스럽 그루먼의 주유구 기술도 다른 기업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인공위성 수명 연장은 경제적 가치가 엄청나다. 통신위성과 지구관측위성은 한 기 제작에 수천억원 이상이 든다. 업계에 따르면, 매년 대형 통신위성 20여 기가 연료가 바닥나 퇴역한다. 이런 위성의 수명을 15년씩 연장하면 수조원의 경제적 이익을 얻을 수 있다. 우주 급유는 말 그대로 황금알을 낳을 신사업인 셈이다. 과연 누가 우주 주유소 사업권을 따낼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