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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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살다 보면 마음 상할 일이 많다. 마음이 상해도 빨리 풀고 예전의 관계로 돌아가면 좋으련만 그게 쉽지 않다. 말 한마디에 마음의 문이 닫히고 수십 년 쌓은 선후배, 친구의 정이 한순간에 무너지기도 한다. 피를 나눈 가족도 마찬가지다. 마음의 문을 닫고 사는 부모·자녀, 형제자매도 많다.

‘마음이 상했다’ ‘마음이 꽁해졌다’ ‘마음이 차갑게 식었다’ ‘마음의 문이 닫혔다’ 모두 마음의 상처에 관한 표현이지만 수위가 조금 다르다. 마음이 상하거나 꽁해졌을 때 상대방이 일찍 사과하거나 용서를 빌고 소통을 하면 다시 풀어질 수 있다. 풀어지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이전의 정이 살아난다. 문제는 마음의 문을 닫았을 때다. 마음의 문이 닫히면, 그때는 정말 어렵다. 상대의 말을 듣지도 않으려 하고 만나지도 않기 때문이다. 사과와 용서의 기회도 주지 않는다. 마음의 문을 오래 닫으면 손잡이도 녹슬고 문틀도 엉겨 붙어서 아예 문이 없어진다. 상대방은 더 이상 내 삶에서 존재하지 않게 된다. 안타까운 일이다.

마음의 문을 어떻게 열까? 제일 좋은 것은 닫히기 전에 빨리 해결하는 것이다. 속상한 마음을 상대방에게 빨리 이야기해야 한다. 상대는 자기 행동이 어떤 결과를 일으켰는지 모를 수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 일찍 소통하면 마음의 문이 닫히기 전에 해결된다.

초기에 해결이 안 돼서 이미 마음의 문이 닫힌 뒤에는 시간 싸움이 중요하다. 사건이 발생한 뒤에 시간이 조금 지나면 상처받은 감정이 살짝 가라앉으면서, ‘화해할까’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이때 내가 받은 상처를 상대에게 이야기하고 풀어야 한다. 망설이다가 그 타이밍을 놓치면 문은 더 굳게 닫힌다.

윤우상 밝은마음병원 원장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엄마 심리 수업’ 저자
윤우상 밝은마음병원 원장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엄마 심리 수업’ 저자
마음을 풀려고 할 때 제일 중요한 것은 역지사지(易地思之)다. 상대의 입장이 되어보면 알 수 있다. 상대는 나에게 이런 상처를 줄 의도가 없었다. 아니, 내가 상처를 받을 것이라고 전혀 생각지 못했을 수도 있다. 모두 그때 그 상황에서 순간적으로 벌어진 것일 뿐이다. 안다 해도 쉽게 열리지 않는다.

닫힌 문을 여는 것은 누구인가. 이 문은 밖에서 열 수 있는 문이 아니다. 오직 안에서만 열 수 있다. 문의 손잡이를 나만 잡고 있고 나만이 이 문을 열 수 있다. 문을 열기 위해서는 내 마음을 다스려야 한다. 하지만 그게 쉬운 일인가. 마음의 문을 열어볼까 하는 순간, ‘억울해서’ ‘자존심이 상해서’ ‘괘씸해서’ ‘배은망덕해서’ 등등의 감정이 올라오기 때문이다. 그래도 그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어야 한다. 이것저것 따지면 문을 열 수 없다.

굳게 닫힌 마음의 문을 열려면 이유가 어찌 됐든, 상황이 어떠했든 따지지 않고 무심하게 문을 여는 방법밖에 없다. 어찌 그럴 수 있을까. 그럴 수 있다면 정말 성인군자일 것이다. 그렇다. 무심하게 마음을 내려놓고 다시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만날 수 있다면 정말 정신적으로 높은 수준의 사람이 될 것이다. 세상살이 깊은 인연을 말 몇 마디에 끊기보다는 내가 성인군자가 되는 게 낫지 않을까. 말이야 좋지, 정말 힘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