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강남구 아파트 단지. 사진 뉴스1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강남구 아파트 단지. 사진 뉴스1

연일 언론의 주목을 받아 왔던 4·10 총선(제22대 국회의원 총선거)이 야권의 압승으로 끝이 났다. 이처럼 총선은 끝났건만 총선 이후 주거용 부동산 시장을 걱정하는 언론의 목소리는 오히려 커지고 있는 모양새다. 주거용 부동산이라는 재화의 가치 변화는 본질적으로 주거 안정에 영향을 준다. 총선 결과가 향후 부동산 정책의 변화 및 시장에 미칠영향에 전 국민적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그렇다면 4·10 총선 이후 주거용 부동산 시장은 어떻게 흘러갈까. 하나씩 살펴보자.

부동산 규제 완화 수정, 속도 조절 불가피

첫째, 부동산 규제 완화 정책의 수정 및 속도 조절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총선 이전의 정부와 여당의 기본적 정책 방향은 대폭적인 규제 완화를 통한 주거용 부동산 시장의 연착륙이었다. 이는 크게 두 가지 방향, 즉 재건축·재개발을 통한 민간 중심의 도심지 주택 공급 확대와 각종 징벌적 과세 폐지를 골자로 한다. 문제는 그간 정부와 여당이 추진해 왔던 주거용 부동산 규제 완화책의 상당수가 법 개정을 전제로 하고 있어, 4·10 총선 결과로 거대 야권의 협조 없이는 사실상 국회 통과가 불가능하다는 데 있다.

둘째, 재건축·재개발 사업의 위축이 예상된다. 알다시피 서울 및 인접 수도권의 만성적 주택 공급 부족을 현실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은 재건축·재개발이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 당시부터 지금껏 민간 중심의 재건축 사업을 통한 도심지 주택 공급의 확대에 공을 들여왔다. 1기 신도시(분당· 일산·평촌·산본·중동 등 5곳) 재건축 사업 활성화, 재건축 안전 진단 대폭 완화,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재건축초과이익환수에 관한 법률) 전면 폐지 등이 대표적이다. 문제는 재건축 사업의 관문이자 속도를 좌우할 안전 진단(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완화나 재건축 사업의 수익성을 개선할 초과이익환수제 폐지는 모두 관련법 개정을 통해야 가능한 일이라는 점이다. 당연히 거대 야권의 협조가 필연적이다. 지금처럼 주거용 부동산 시장이 침체한 가운데 공사비 부담까지 가중되는 상황이라면 파격적인 규제 완화책 없는 민간 중심의 재건축·재개발 사업은 그저 먼 나라 남의 얘기로 들릴 뿐이다. 재건축·재개발 사업의 위축은 중장기적으로 서울 및 인접 수도권 지역의 주택 공급 부족을 더욱 심화시킬 것이다.

셋째, 부자 감세 논란의 중심에 서있는 다주택 및 고가 주택 보유자에 대한 세금 감면은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다주택자의 경우 상당 기간 거래세(취득세 및 양도세)는 물론, 보유세(종합부동산세 및 재산세) 중과를 피할 수 없게 됐다. 또한 문재인 정부 시절 도입된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의 전면 폐지 역시 사실상 포기할 수밖에 없게 됐다. 관련법(부동산 가격 공시에 관한 법률) 개정이 요원해졌기 때문이다.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이란 주택 유형에 따라 최장 2035년까지 공시가격 현실화율(시세 반영률)을 90%까지 높이겠다는 계획을 말하는데, 이때 공시가격은 재산세, 종합부동산세, 건강보험료 등 각종 세금 및 복지 등을 산정할 때 기초 자료로 활용된다. 민심이 반영된 총선이 부자 감세 논란에 불을 지폈던 야권 압승으로 끝난 상황에서 정부가 총선 이전과 같이 다주택 및 고가 주택 보유자에 대한 세금 감면을 쉽사리 주장할 수 없게 됐다.

이동현 하나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단국대 도시계획학 박사단국대 부동산건설대학원 외래 교수
이동현 하나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
단국대 도시계획학 박사
단국대 부동산건설대학원 외래 교수

임차인 보호 정책 강화 전망

넷째, 임차인 보호에 관한 정책은 여야를 불문하고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다만 실행 방식에 있어서 정부·여당과 야당 간 적지 않은 이견이 있기에 다소간 진통이 예상된다. 우선 임대차 3법에 대한 생각이 서로 다르다. 그간 정부와 여당은 임대차 3법 중 전월세신고제를 제외한 나머지 임대차 2법, 즉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가 전셋값 상승 및 전세 사기를 야기한 주된 원인으로 인식하고 폐지를 주장해 온 반면, 야당은 임대차 3법을 현행대로 유지하고 오히려 임차인등록제 도입을 통해 임대차 시장의 투명성 제고를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4·10 총선 결과가 야권 압승으로 끝난 만큼 임대차 3법은 계속 유지될 전망이다. 문제는 임대차 3법에 따라 4년(2년+2년) 만기가 도래한 세입자가 새로이 전세 계약을 할 때 시장 상황에 따라선 4년 치 전셋값 상승분을 미리 요구하는 집주인과 맞닥뜨릴 수 있다는 점이다. 4년 주기로 전셋값 급등이 우려된다. 여야가 합리적인 해결책을 내놓길 바랄 뿐이다.

다섯째, 미국발 글로벌 기준금리 인하 여부 및 인하 폭에 따라 총선 이후 집값 등락이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금리는 담보대출을 통해 직접적으로 수요 시장을 자극할 뿐만 아니라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을 통해 공급 시장을 지원해 주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급격한 금리 인상은 부동산 시장을 약세장, 한발 더 나아가 침체기로 빠지게 할 만큼 치명적이다. 반면 금리 인하는 투자자로 하여금 새로이 부동산 매입에 참여할 여력을 제공해 주는 까닭에 부동산 시장을 강세장, 한발 더 나아가 호황기로 이끄는 힘이 있다. 문제는 전 세계 금리 시장에 절대적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애초 예상과 달리 자국 내 인플레이션을빌미로 기준금리 인하 시점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는 모양새라는 점이다. 당연하겠지만 한국은행 역시 미국 연준 결정에 동조해 금리 인하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올 11월 대통령 선거를 코앞에 둔 미국이 조만간 자국 내 기준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금리 인하 시기와 인하 폭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만일 금리가 빠른 시일 내 눈에 띄는 하락 폭을 보일 경우 주거용 부동산 시장은 회복세를 넘어 강세장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크지만, 시장 예상을 깨고 금리 동결 내지 미미한 하락 폭을 보인다면 기대감이 실망감으로 변하면서 주거용 부동산 시장이 장기 침체 국면으로 넘어갈 가능성도 작지 않다.

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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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으로, 당분간 주거용 부동산 시장은 전세 시장 강세 내지 강보합세, 매매 시장 보합세 내지 약보합세 수준을 보이겠으나, 중장기적으로는 서울 및 인접 수도권을 중심으로 입주 물량 급감에 따른 전셋값 및 집값 급등세를 보이는 곳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민간 중심의 도심지 재건축·재개발 사업의 활성화가 필요한 이유로 볼 수 있다.

한편 총선이 야권 압승으로 끝남에 따라 다주택자에게 불리한 정책으로 회귀가 예상되는 가운데, 주거용 부동산 시장은 이른바 ‘똘똘한 한 채’로의 집중화가 대세로 자리할 것이다. 관련하여 지역별 양극화, 부동산 상품별 차별화는 더욱 심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특례보금자리론이나 신생아특례대출처럼 무주택자의 내 집 마련을 위한 정부의 주거 안정 지원 정책은 총선 결과와 상관없이 향후에도 꾸준히 이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