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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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KR(성과관리 시스템)은 비즈니스 리더라면 한번쯤은 들어봤을 용어다. OKR은 Objectives(목표) and Key Results(핵심 결과)의 약어다. 인텔에서 시작돼 구글을 거쳐 실리콘밸리 전체로 확대된 말로, 성과관리 시스템을 일컫는다. 구글이라는 세계 최고 기업의 브랜드 파워에 힘입어 점점 더 많은 국내 기업이 이를 사용하고 있다. 특히, 구글의 성공 신화를 추종하는 다수의 스타트업 경영자까지 앞다퉈 OKR의 팬이 되고 있다. 현장의 인사 실무자들을 만나면 성과관리는 여전히 가장 뜨거운 토픽(주제) 가운데 하나다. 코로나19 사태를 겪은 이후 경영자들은 생산성 향상 문제를 더욱 고심하고 있다. ‘성과관리 제도’가 주목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데 낯선 한국 땅으로 입양된 OKR이 가출한 것 같다. 척박한 한국의 기업 환경 속에서 제대로 둥지를 틀지 못한 모습이다. 정작 경영자와 인사 책임자들은 쉽사리 이런 말을 꺼내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성과관리 특강이나 워크숍을 하러 가는 곳마다 팀장급 이상 리더나 구성원에게 물어보면, 또 비공식적으로 인사 담당자들을 만나 이런 이야기를 해보면 OKR에 대해 만족하는 이를 만나기가 참 어렵다. 이는 이름만 대면 알 만한 국내 굴지의 글로벌 기업 C사의 경우도 마찬가지이고, 국내에서 대표적으로 성공한 스타트업으로 불리는 R사를 포함해 컨설팅 또는 비즈니스 코칭 때문에 만난 수십 개의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의 경우도 크게 다를 바가 없었다. 도대체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OKR의 전도사 역할을 하며, 구글에이 제도를 소개해준 미국 벤처 업계의 거물급 투자자 존 도어(John Doerr)의 메시지를 잘 음미해 보면 답은 금방 나온다. 그는 올바른 목표를 설정하는 게 성공의 비결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결론을 먼저 말하자면 우리는 OKR의 본질을 특히 ‘목적’이라는 측면에서 제대로 해석하지 못했고, 그러다 보니 잘못된 방법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 기대했던 결과가 잘 나오지 않은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개방화된 노동시장, 경력직 중심의 세상 그리고 성장과 자기의 커리어(경력)를 소중히 여기는 MZ 세대(밀레니얼+Z세대·1981~2010년생)가 주력이 되고 있는 통계 지표를 감안한다면 궁극적으로는 OKR처럼, 쌍방향, 역량 개발과 성장 중심, 동기부여 중시의 원칙을 지닌 성과관리 시스템으로 가는 게 합당하다.

한준기 솔브릿지 국제경영대학 교수고려대, 한국외대 경영학 박사, 전 IGM 세계경영연구원 전임 교수, 전 성균관대 글로벌  MBA 겸임교수, 전 한국  마이크로소프트 인사총괄임원
한준기 솔브릿지 국제경영대학 교수
고려대, 한국외대 경영학 박사, 전 IGM 세계경영연구원 전임 교수, 전 성균관대 글로벌 MBA 겸임교수, 전 한국 마이크로소프트 인사총괄임원

성공적인 OKR 운영에 필요한 다섯 가지 방법

그럼 가출한 OKR이란 아이를 집으로 돌아오게 하려면 무엇을 해야 하나. 좀 더 정확히 말해서 한국의 경영 환경에 가장 적합한 성과관리 제도를 정착시키기 위해 필요한 방법은 무엇일까. 필자는 그 방법을 다섯 가지로 정리해봤다. 

첫째, 제도의 주된 목적은 단순 ‘평가’가 아니라 비전 달성과 조직의 성장이다. 부끄러운 현실이지만 절대다수의 경영자는 임직원들이 정말 열심히 일하는지를 ‘체크하고 평가’ 하기 위해서 이 제도를 도입한다. 물론 성과에 대해선 평가를 하고 보상도 해야 한다. 그러나 오로지 이것이 유일무이한 목적이 돼서는 안 된다. 이와 관련해 국내 기업과 외국 기업의 경영자를 만나보면 극명하게 갈리는 지점이 있다. 우리는 계속 “농땡이 치지 않는지를 평가해야 하는데”라는 말을 입에 달고 다니는 반면, 외국인들은 상당수가 ‘종합적인 성과관리 시스템에 의한 평가’라는 말을 자주 한다. 한쪽은 자꾸 통제 중심의 폐쇄적인 성을 쌓으려 하는데, 또 한쪽은 더 큰 비전을 달성하기 위한 탁 트인 길을 만들려고 한다. 구글과 인텔도 그렇고 이름만 다를 뿐 거의 동일한 개념의 성과관리 시스템을 운용하며 화려하게 부활한 마이크로소프트(MS)의 경우도 그 최우선 목적은 비전과 미션 달성과 개개인의 성장에 뿌리내린 조직의 성장이었다.

둘째, 목표를 중심으로 한 얼라인먼트(al- ignment·지지)다.

국내의 한 유망 벤처기업 S사가 OKR과 유사한 개념의 성과관리 제도를 도입했다. 그런데 1년 이상이 지났지만, 아직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제일 우왕좌왕하는 부분은 가장 핵심이 돼야 할 목표 설정 부분이다. 이와 관련해 두 가지가 목격됐다. 하나는 목표를 어떻게 말로 효과적으로 서술해야 하는지에 대한 기술적 부분이다. 그러나 더 심각한 것은 ‘Why(왜)?’에 대한 답이다. 왜 이게 내 목표가 돼야 하는지에 대해서 여전히 대표이사와구성원 사이에는 큰 간극이 있다. 이러다 보니 새로운 제도를 시작한들 구성원 개개인의 가슴을 뛰게 하지는 못한다. 회사 구성원의 한 방향 지지가 없기 때문이다.

셋째, 성과관리는 단기 이벤트가 아닌 일상적인 프로세스다.

리더들이 자꾸 놓치는 진실 하나가 있다. 성과관리는 프로세스라는 사실이다. 그냥 한 방에서 선생이 학생 시험지 채점해서 성적을 매기는 단편적 행위가 돼서는 안 된다. 이런 과거지향적 평가로 진짜 공부에 눈을 뜨고 성장하는 학생을 만드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은 이미 학창 시절을 통해 모두가 터득하지 않았는가. 개인이든 조직이든 미래지향적으로 계속 성장하기 위해서는 일상에서 합의된 목표, 관찰, 피드백, 건설적이고 구체적인 성과 리뷰, 역량 개발 활동 가이드와 지원이라는 사이클이 돌아가야 한다.

넷째, 관리자의 코칭 역량이 필요하다. 관리자의 피드백 커뮤니케이션 기술, 코칭 역량이 없으면 OKR 같은 형태의 현대적 성과관리 시스템은 효과를 내기 어렵다. 평소의 꾸준한 관찰, 경청, 효과적인 질문법이 필히 동반돼야 새로운 성과관리 시스템이 진정으로 꽃을 피울 수 있다. 

다섯째는 타이밍이다. 비전을 달성하는 사람의 공통점은 무엇인가. 대개 어린 시절부터 꿈꾸기 시작한다. 그 꿈을 실행하기 위해 시행착오가 있더라도 세부 목표를 실행한다. 사실 OKR 같은 성과관리 시스템은 오히려 조직의 초창기에 시작하는 것이 어쩌면 더 효과를 볼 수도 있다. 구글도 그랬다. 그때가 꿈과 열정으로 가장 강하게 서로 연결될 수 있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절대다수의 국내 기업은 조직 사이즈가 꽤 커진 후에 이제는 ‘관리’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OKR을 도입한다.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국내 환경에 맞춘 OKR 필요

얼마 전 만난 스타트업 K사 최고경영자(CEO)의 말은 곱씹어볼 만했다. 이 기업은 엄청난 인공지능(AI) 기술력으로 세상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OKR을 조직에 도입해 나름 열심히 운영하는데, 아직은 여러 면에서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한 듯했다. 그래서 자기에게 “미국 기업 문화라는 점을 간과한 것은 아닐까”라고 자문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현재 상황에 가장 부합할 수 있는 맞춤형 제도 역시 고민 중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필자는 고개가 끄덕여지는 부분이 있었다. ‘몸에 맞지 않는 옷’이라면 재고해 보는 것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개방화된 노동시장, 경력직 중심의 세상 그리고 성장과 자기의 커리어(경력)를 소중히 여기는 MZ 세대(밀레니얼+Z 세대·1981~2010년생)가 주력이 되고 있는 통계 지표를 감안한다면 궁극적으로는 OKR처럼, 쌍방향, 역량 개발과 성장 중심, 동기부여 중시의 원칙을 지닌 성과관리 시스템으로 가는 게 합당하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제일 중요한 목표는 OKR 도입 그 자체가 아니라 모두가 공감하고 활용할 수 있는 우리만의 효과적인 성과관리 제도 정착임을 한 번 더 상기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