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9일(이하 현지시각) 이스라엘이 F- 35 스텔스 다목적 전투기 등으로 이란 중부 이스파한 핵시설 인근 군사기지를 타격했음에도, 중동발(發) 지정학적 위기는 소강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그러나 보복 공격을 주도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향한 전 세계적인 부정 여론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이스라엘의 동맹인 미국에서 네타냐후 총리 사퇴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에 이어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 등이 네타냐후 총리 사퇴를 주장하고 있다. 4월 18일 미국 뉴욕 컬럼비아대에서 재점화된 반(反)이스라엘 친(親)팔레스타인 시위가 미국 전역으로 확산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이스라엘 전시 내각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최남단 도시 라파에 지상군 투입 작전을준비하는 등 하마스에 대한 확전을 예고하고 있다. 1차 집권(1996~99년), 2차 집권(20 09~2021년)에 이어 2022년 3차 집권기에 돌입한 이스라엘 역대 최장수 총리 네타냐후의 정치적 승부수가 작용했다는 지적이다. 

4월 14일 공개된 이 사진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고 있는 모습이다. 사진 신화연합
4월 14일 공개된 이 사진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고 있는 모습이다. 사진 신화연합

美 민주당 리더들, 네타냐후 퇴진 주장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이후 미국의 집권 여당인 민주당 지도부에 속한 인물들이 네타냐후 총리 사퇴를 요구했다. 펠로시 전 의장은 아일랜드 방문 중인 4월 23일 RTE 방송과 인터뷰에서 “미국은 항상 이스라엘을 우리의 우방으로 지지해 왔고, 이스라엘의 자위권을 존중한다”면서도 “우리는 네타냐후 정책에는 반대한다. 끔찍하다”고 규탄했다. 이어 “그는 사임해야 한다”고 지목했다.

이에 앞서 지난 3월 슈머 대표는 “이스라엘에 새로운 선거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네타냐후 총리가 반발하자, 바이든 대통령이 슈머 대표 발언에 대해 “좋은 연설이다”고 응수했다. 미국 정치권에서는 펠로시 전 의장과 슈머 대표가 모두 친(親)이스라엘 인사라는 점을 주목한다. 슈머 대표는 미국 내 가장 영향력 있는 유대계 인사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인물이고, 펠로시 전 의장은 부친이 유대계 국가 설립 운동을 지원한 인연으로 이스라엘과 긴밀한 관계를 형성했다. 

1 미국 뉴욕 컬럼비아대 캠퍼스에서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학생들이 ‘텐트 농성’을 벌이고 있다. 최근 미국 대학가에서는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가 번지면서 학교 당국과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사진 AFP연합
1 미국 뉴욕 컬럼비아대 캠퍼스에서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학생들이 ‘텐트 농성’을 벌이고 있다. 최근 미국 대학가에서는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가 번지면서 학교 당국과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사진 AFP연합

대선 앞두고 美 전역서 반전 시위 격화

바이든 정부의 입법을 주도하는 민주당의 리더들이 반네타냐후 전선을 주도한 것은 오는 11월 대통령 선거를 앞둔 미국 내 여론 동향 때문이다. 2023년 10월 하마스의 기습 공격으로 시작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발발 이후 가자지구에 대한 무차별적 공격으로 팔레스타인 민간인 사망자가 급증하자, 미국 내에서는 바이든 정부가 이스라엘 지원이라는 명분 때문에 네타냐후를 돕는 것을 중단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4월 13일 이란이 사상 처음으로 이스라엘을 상대로 드론과 미사일 공격을 직접 가한 것도 4월 1일 이스라엘의 시리아 주재 이란대사관 공격으로 자국의 최고사령관 등 7명의 장교가 사망한 데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 주류를 이룬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4월 2일 무슬림 공동체 관계자를 초청한 비공개 백악관 행사에서 질 바이든 여사로부터 “그만해요. 당장 그만둬요, 조(Stop it now, Joe)”라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밝혔다. 전쟁 장기화에 따른 반이스라엘 여론으로 재선 캠페인에 악영향을 받을 것을 우려한 질 여사로부터 전쟁을 끝낼 방법을 찾으라는 질책을 들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민주당의 전통 지지층이었던 미국 내 무슬림 공동체는 중동전쟁 발발 후 바이든 대통령에게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이란과 이스라엘의 보복전으로 중동 정세가 불안해지면서, 미국 대학 캠퍼스에서 불붙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반대 시위가 미 전역으로 확산하고 있다. 시위대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지지와 연대를 보내며 캠퍼스 내 텐트를 치고 건물을 점거하는 등 행동에 나섰다. 뉴욕 컬럼비아대에서 재점화한 시위는 예일대, 뉴욕대, MIT, 미시간대, 미네소타대, UC 버클리 등으로 확산했다. 학교 당국의 퇴거 요청에 따른 경찰 진압으로 학생들이 수십 명에서 수백 명 체포되는 사태가 잇따르지만, 시위는 멈추지 않고 있다.

2 예루살렘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 관저 밖에서 즉각적인 인질 석방 협상을 촉구하는 시위대가 불을 밝히고 있다. 사진 EPA연합
2 예루살렘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 관저 밖에서 즉각적인 인질 석방 협상을 촉구하는 시위대가 불을 밝히고 있다. 사진 EPA연합

이스라엘 내 지지율 상승 타고 확전 예고

하지만 네타냐후 총리는 국제 여론과 상관없이 하마스에 대한 확전을 예고하고 있다. 4월 24일 타임스오브이스라엘(TOI)에 따르면, 이스라엘방위군(IDF)은 레바논 국경 북부 지역에서 작전 수행 중이던 2개 여단이 최근 몇 주간 가자지구 내 작전을 위한 준비를 마쳤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에 병력 투입을 준비하는 것은 라파 진격과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 

네타냐후 총리가 이 같은 강수를 두는 것은 이란의 본토 공습 후 네타냐후 총리와 집권 리쿠드당 주도 연립정부 지지율이 반등했기 때문이다. NYT는 이스라엘 여론조사 업체 라자르가 4월 17~18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하며, 네타냐후의 국내 지지율 상승 추세를 보도했다. 이 조사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의 지지율은 37%로 일주일 전에 비해 2%포인트 올랐다. 네타냐후 총리를 지지율에서 앞서고 있는 정치적 경쟁자인 베니 간츠 국가통합당 대표와 지지율 격차가 일주일 만에 12%포인트에서 5%포인트로 좁혀졌다. 당장 총선을 실시할 경우 연립정부가 차지하게 될 예상 의석은 120석 중 50석으로 지난해 10월 7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발발한 이후 최다를 기록했다. 야당 연합의 예상 의석은 65석으로 연립정부에 앞섰지만, 양측의 격차는 6개월 만에 절반 이상 줄어들었다. 이에 대해 NYT는 하마스의 기습 공격을 막지 못했다는 책임론으로 급락했던 네타냐후 총리의 지지율이 최근 이란과의 대립으로 상당 부분 회복했다고 분석했다. 

특히 4월 19일 이란 이스파한 군 시설을 폭격한 것은 핵 시설 인근 방공망만 정밀 타격하는 능력을 과시하며 네타냐후 전시 내각의 체면을 살렸다는 평가를 듣는다. NYT는 위성 이미지를 분석한 결과 이스파한 셰카리 제8 공군기지에 있는 S-300 레이더가 손상돼 있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현지 정치 전문가들은 이 같은 여론 추이가 네타냐후 총리의 ‘부활’을 논하기에는 이르다는 입장이다. 네타냐후 총리와 연정 지지율은 여전히 야당과 경쟁자들보다 뒤진 상태고, 하마스로 끌려간 인질을 데려오라며 휴전을 촉구하는 반정부 시위도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