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을 둘러싼 거시 환경에서 심상치 않은 신호음이 잇달아 나오면서 갈 길 바쁜 한국 증시가 흔들리고 있다. 

여전히 끈적한 고물가 지표가 금리 인하 기대감을 끌어내린 가운데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장기화, 이란·이스라엘 충돌 등의 악재가 국제 유가를 달궜다. 고유가는 원자재 시장 전반을 자극해 디스인플레이션(물가 상승 둔화)을 방해하고 있다. 달러 강세의 여파로 원·달러 환율은 1400원에 다가섰다.

이런 어수선한 분위기에는 어떤 선택이 시장 투자자를 가장 합리적인 방향으로 이끌까. 

그 힌트를 얻고자 4월 19일 서울 중구 미래에셋센터원 빌딩에서 매크로 전문가인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을 만났다. 박 센터장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교보생명 이코노미스트를 거쳐 2006년부터 미래에셋증권에서 거시 경제 분석을 맡고 있다.

미국 경제가 다른 나라보다 뜨거운 건 사실이지만, 과열이라고 하기엔 의심되는 부분이 많다는 게 박 센터장의 시선이다.

그는 “기업 성장성이 확실하다면 매크로환경 변화는 하나의 파동으로 인식하고 감내할 수 있다”며 “거시 여건이 흔들리는 요즘 같은 때일수록 과도한 불안보다는 주식 투자의 본질을 곱씹을 필요가 있다”고 했다. 다음은 박 센터장과 일문일답.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서울대 경제학 석사, 전 교보생명 이코노미스트 사진 미래에셋증권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
서울대 경제학 석사, 전 교보생명 이코노미스트 사진 미래에셋증권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감이 후퇴했다. 

“올해 들어 매월 발표되는 미국 고용과 소비자물가 지표가 시장 전망을 웃돌고 있다. 생각보다 높은 수치가 계속 나오니까 금리 인하 기대감이 꺾이는 건 당연하다고 본다. 다만 이런 상황에서도 ‘연준이 어쨌든 연내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란 목소리가 사라지진 않는다. 고물가가 여전한 동시에 금리 인하 기대 심리도 여전하다는 의미다.”

미 정부가 발표하는 경제지표를 보면 금리를 낮출 타이밍으로 보이진 않는다. 

“수치만 보면 그렇다. 그러나 지표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여선 안 된다. 예컨대 미 고용 지표를 보면 매월 30만 명 넘게 증가하고 있다. 그런데 과거 경험에 비춰보면 월간 30만 명 이상 고용은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4% 이상이던 시절에나 가능했던 수치다. 현재 미국 성장세가 그 정도는 아니지 않나.”

저성장 국면에서 나오는 '30만'이란 수치에는 우리가 읽지 못하는 허수가 포함돼 있을 수 있다는 의미인가. 

“현실과 지표 사이에 미스 매치(부조화)가 엿보인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하나 더 보자. 미 공급관리협회(ISM)의 올해 3월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51.4다. 이 수치도 해석을 다각도로 해야 한다. 서비스업 PMI가 기준선(50)을 웃돌았다며 경기 호조와 연결하는 이가 많다. 그런데 이 지표는 역사적으로 54~55가 평균 수준이다. 그렇다면 지금은 과거보다 부진한 상태라는 뜻이다.”

대체로 무난해 보이지만 하나하나 따져보면 마냥 웃을 수 없는 게 미국 경제의 현실이란 말인가. 

“맞다. 뉴욕 증시는 치솟는데 소비 심리는 그만큼 따라가지 못하는 것도 이전엔 볼 수 없던 낯선 풍경이다. 

미국 경제가 유럽·중국 등 다른 나라보다 견고한 건 분명하지만, 미국 자체만 따로 보면 ‘경기 과열’로 결론을 내기 힘들다. 연준이 금리 인하를 철회할 만큼 인플레이션이 뜨겁다고 보지 않는다.”

어쨌든 시장 변동성이 커진 건 사실 아닌가. 당분간 변덕스러운 증시 흐름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많다. 

“주가를 만드는 건 결국 해당 기업의 성장이라는 점을 기억할 때다. 성장성이 확실하다면 매크로 환경 변화는 하나의 파동으로 인식하고 감내할 수 있다. 성장 매력이 큰 주식은 매크로라는 파동의 영향을 직간접적으로 받더라도 결국에는 우상향한다는 걸 오랜 주식 투자의 역사가 증명한다. 물론 이 파동의 주기가 다른 변동성 요인보다 길 순 있지만, 투자의 본질은 똑같다.”

개인 투자자로서는 '성장 매력이 큰 주식'을 고르는 게 말처럼 쉽지 않다. 현시점에선 어떤 종목에 관심을 보여야 하나. 

“딱 하나만 추천할 수 있다면, 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세일즈포스 등 글로벌 대형 정보기술(IT) 서비스 종목을 꼽겠다. 인공지능(AI)과 클라우드 등은 경기 부침과 무관하게 앞으로도 지속해서 성장할 업종이기 때문이다. 

반도체·헬스케어·밸류업·방산 등도 눈여겨볼 만하다. 다만 이 중 밸류업 관련주는 주가가 이미 많이 오른 금융보다는 수출 기대감이 큰 자동차가 낫다. 또 헬스케어는 금리 인하 시기의 대표적 수혜주다. 아직 연내 금리 인하 가능성이 유효하므로 주목할 만하다.” 

[Interview] 강현주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시장이 美 금리 방향성 의심하기 시작하면 진짜 위기”

정민하 조선비즈 기자

“미국이 언젠가 금리를 낮춘다는 확신만 유지된다면 우리 자본시장은 큰 타격을 입지 않을 거라고 본다. 문제는 시장이 금리 방향성 자체를 의심하기 시작할 때다. 중동 지역의 확전 여부가 관건이다.”

4월 15일 서울 영등포구 자본시장연구원(자본연)에서 만난 강현주 자본연 거시금융실 선임연구위원은 미국 연준의 금리 인하가 ‘시기의 이슈’일 때는 문제 될 게 없지만, ‘방향성의 이슈’로 바뀌면 우리 경제와 금융시장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고 했다.

강 위원은 현재 연준은 금리 인하를 서두를 이유가 전혀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그는 “미국 경제를 보면 소비와 산업 생산이 견조하고 고용도 매우 양호한 흐름을 보인다. 주거비뿐 아니라 고용과 긴밀하게 연결된 주거비를 제외한 근원 서비스 인플레이션(su-percore inflation)의 상승 압력도 여전하다”며 “디스인플레이션(물가 상승 둔화)은 정체 현상을 보이고, 성장률과 물가 전망치는 상향 조정됐다”고 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6월 금리 인하 확률은 20%를 밑돈다. 주요 투자은행(IB)이 예상하는 연준의 연내 금리 인하 횟수도 웰스파고가 5회에서 4회, 골드만삭스가 4회에서 3회, 노무라가 3회에서 2회로 각각 줄었다.

강현주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서울대 경제학,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  경제학 석·박사, 전 한국은행 조사역, 전 오하이오주립대 강의조교 사진 자본시장연구원
강현주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서울대 경제학,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 경제학 석·박사, 전 한국은행 조사역, 전 오하이오주립대 강의조교 사진 자본시장연구원
다만 금리 인하 횟수를 0회까지 확 낮춘 기관은 없었다. 금리 인하에 대한 시장 믿음 자체는 아직 유효하다는 뜻이다. 강 위원은 “미국의 성장세가 유지되면서 디스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더디게 진행되면 주식·채권 시장의 변동성이 단기적으로 커질 수 있다”며 “다만 미국의 양호한 성장세가 한국 수출 확대에도 영향을 주면서 일정 부분 상쇄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기에 실물경제가 받는 영향은 극히 제한적일 것” 이라고 했다.

강 위원은 금리 인하를 방향성의 이슈로 바꿀 수 있는 변수로 중동 지정학 리스크를 꼽았다. 그는 “중동 정세 불안으로 유가가 많이 올라 금리 인하가 늦어지면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방향성 자체에 대한 의문이 커질 것”이라며 “이러한 상황에서는 최근 회복 조짐을 보이는 수출이 다시 둔화하고 고유가가 내수를 제약하면서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질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