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 탕정지구가 뜨긴 떴죠. 그런데 되는 곳만 돼요. 초기 자금 부담이 적고 전매 제한 없는 단지에 한해서만 분양권 거래가 활발합니다.” (충남 아산시 탕정면 A 공인중개업소 관계자)
4월 11일 오후, 충남 아산시 지하철 1호선 탕정역 1번 출구로 나오자마자 대규모 단지 세 곳이 눈앞에 펼쳐졌다. 횡단보도를 건너자 대규모 상업 시설과 공원에 초등학교 학생들이 삼삼오오 모여 뛰어놀고 있었다. 어린이들과 영유아들이 보호자 손을 잡고 산책을 하며 웃는 소리도 곳곳에서 들렸다.
이곳에서 도보로 5분 정도 이동하자 아산의 대장 아파트로 꼽히는 ‘한들물빛도시지웰시티센트럴푸르지오’ 1~3단지가 등장했다. 이 주상복합 아파트는 1~3단지를 합쳐 2206가구 규모로, 2년 전 분양했다. 단지 앞에 대규모로 조성된 상가에도 공실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대부분 임차인이 자리하고 있었다.
탕정역 인근 A 공인중개업소 관계자에게 아산과 천안 부동산 시장 분위기에 대해 묻자 “신축 단지 중에서도 특정 아파트만 거래가 많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는 “아산 탕정에서 실거주 수요자들의 인기가 가장 많은 곳은 한들물빛도시지웰시티센트럴푸르지오”라며 “1~3단지 전용 84㎡ 매매가격은 평균 7억원 안팎으로, 삼성전자에 근무하는 청‧중년층 매수자 중심으로 속속 손바뀜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대규모 산업단지 조성…집값·인구↑
아산 탕정지구에는 2000년도 중반부터 삼성전자 계열사들이 줄지어 입주하면서 대규모 산업단지가 조성됐다. 삼성디스플레이, 코닝정밀 등 대기업과 다수의 산업단지가 조성돼 있어 일자리가 풍부하고 주민 소득 수준도 높은 편이다.
KB부동산 시세에 따르면 충남 아산시는 평균 2억2607만원으로 천안(2억5871만원)에 이어 충남에서 평균 집값이 높은 지역으로 꼽힌다. 경기 화성시, 경북 구미시, 전남 여수시 등 일자리를 중심으로 주택 수요가 많은 도시들도 인근 도시들보다 높은 집값을 형성하고 있다.
특히 대기업과 산업단지 등으로 ‘직주근접(직장과 주거지가 가까움)’이 가능한 만큼 탕정지구 일대 아파트값은 아산에서도 가장 높은 가격을 기록하고 있다. 이에 탕정면, 신창면, 배방읍에 아파트 공급이 집중됐다. 특히 탕정면에는 2019년 4525가구, 2020년 3027가구, 2021년 1145가구, 2023년 1626가구 등 아파트 공급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아산시 인구도 해마다 늘고 있다. 아산시청 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아산 인구수는 2021년 35만1618명, 2022년 36만5267명, 2023년 38만969명으로 증가세다. 이에 직주근접이 가능한 신축 아파트가 주목받고 있다.
실제 올해 1월 아산 탕정지구 도시개발구역 4블록에 위치한 ‘더샵 탕정인피니티시티’ 1차(2026년 1월 입주 예정)는 우수한 청약 성적을 거두며 업계의 관심을 끌었다. 탕정역에서 북서쪽으로 약 1㎞ 떨어진 곳에 분양한 이곳은 평균 52.6 대 1의 1순위 청약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후 단기간에 계약률 100%를 달성했다.
아산 탕정지구 도시개발구역에는 대규모 주거타운이 들어설 예정이다. 아산 탕정지구 도시개발구역은 아산시 갈산리, 매곡리 일대 53만6900여㎡ 부지에 약 4300가구 규모 주거타운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아파트뿐 아니라 학교·공원녹지·공공청사 등 도시 기반 시설도 함께 지어진다. 도시개발구역 남쪽으로는 보도교 신설이 계획돼 있어 아산의 중심지인 탕정지구 접근성도 강화될 예정이다.
이곳은 KTX와 SRT를 이용할 수 있는 천안아산역에서 자차로 10분 떨어져 있다. 향후 GTX-C 노선이 확정되면 ‘교통 요충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 단지는 분양 후에도 약 3개월 동안 400건에 가까운 분양권 손바뀜이 이뤄졌다.
1분기 아파트 분양권 거래량 전국 1위
올해 1분기 충남 아산 아파트 분양권 거래량은 2023년 4분기 대비 1.6배 이상 늘어나면서 전국 1위를 기록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국 아파트 분양권 거래량은 9804건으로, 2023년 4분기(9078건)보다 약 8% 증가했다.
지역별로 보면 충남 분양권 거래가 14%로, 전국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올해 1분기 충남에서는 1417건의 분양권 거래가 이뤄져 2023년 4분기(890건)보다 1.6배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와 아산 시민의 말을 종합해 보면, 중도금 대출 무이자 조건에 계약금 10%만 보유하면 청약이 가능했다. 이처럼 초기 자금 부담이 적은 데다 주변 아파트 시세 대비 분양가가 저렴해 ‘분양권 거래’가 많았다. 전매 제한이 없는 것도 거래를 활발하게 한 요소가 됐다.
1차 단지 전용 84㎡ 기준 분양가는 평균 4억6000만원대로, 인근 한들물빛도시지웰시티센트럴푸르지오 같은 주택형 시세(7억원 안팎)와 비교하면 약 2억원 저렴했다.
4월 중 더샵 탕정인피니티시티 1차와 바로 붙어있는 3블록에 2차 아파트가 분양된다. 더샵 탕정인피니티시티 2차는 아산 탕정지구 도시개발구역 3블록에 있으며 지하 2층~지상 최고 35층, 9개 동, 총 1214가구 규모 아파트다. 이 가운데 1050가구가 일반분양된다. 이날 만난 한들물빛도시지웰시티센트럴푸르지오 입주민 이모씨는 “더샵 탕정인피니티시티 1차 분양 때 당첨된 지인이 수천만원의 프리미엄을 얹어 분양권을 팔아 쏠쏠한 차익을 얻었다”며 “지금은 1차 단지의 경우 이미 프리미엄이 많이 올랐기 때문에 2차 단지 청약을 노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일부 건설사들은 천안·아산 지역을 수도권 다음으로 꼽는 ‘공급 지역’으로 주목하고 있다. 부동산 시장 침체에도 불구하고 최근 일자리와 인구가 함께 증가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대구 지역에 본사를 둔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서울 진출을 목표로 수도권뿐만 아니라 천안, 아산 아파트 시장 진출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아산과 천안 지역은 대기업 일자리가 풍부하고 그만큼 인구 유입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아파트를 공급하면 수요도 충분히 뒷받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전체 시장 활성화 '글쎄'…미분양多
다만 아산 전체 부동산 시장이 활성화됐다고 보긴 어렵다는 의견도 나왔다. 구축 매매 거래는 실수요자 위주로 거래가 간간이 이뤄지는 등 상대적으로 적은 편인 데다, 미분양 물량이 상당하다는 점에서다.
아산시에 따르면 미분양 주택 수는 2023년 11월 말 2687가구에서 12월 말 2266가구로 420여 가구 줄었지만, 올해 1월 말 2317가구로 늘었다. 이는 충남 전체(약 5000개) 미분양 물량의 절반에 가까운 비중이다.
실제 아산 탕정지구에서 약 6㎞가량 떨어진 천안시 서북구 불당동 대장격 아파트로 꼽히는 ‘천안불당지웰푸르지오’ 매매는 한 달에 1~2개 정도 이뤄지는 데 그쳤다. 전용 84㎡는 7억원 후반에서 8억원 초반대 가격이 형성돼 있다. 인근 공인중개소 관계자는 “10년 전만 해도 ‘불당 불패’라는 수식어가 붙었던 곳”이라고 귀띔했다.
20년 이상 천안‧아산 지역에 거주했다는 50대 택시 기사 오모씨는 “이제 아산과 천안 지역 주민 사이에서는 구축 아파트는 인기가 없고 새로 개발하고 확장하는 아산 탕정지구 근처 새 아파트에 들어가고 싶어 하는 추세”라고 했다.